대박 난

by 황규석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

(재래식 선풍기 숨 넘기며 달달달 돌아가는 소리)

흐미, 더운 거.... 정말 잠을 못 이루는 열대야였습니다.

어느 토요일 늦은 밤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버지 웬일이세요?”

“어디냐?”

“집이지요, 근데 왜요.? 어머니가 쓰러지셨어요? 어디 편찮으세요?”

“니 집사람 없는 데로 나와라, 조용히 나와라”

나는 핸드폰을 들고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돼... 됐다.. 됐어”

아버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떨렸습니다.

“뭐가요?”

궁금해서 제가 물었습니다.


“1등 먹었다... 드디어 내가 1등을 먹었다고 ”

아버지는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감격에 겨워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취미로 로또복권을 사시는 것은 알고 있거든요.

자식들이 보내는 용돈으로 취미 삼아서요.

사실 아버지는 주택복권부터 오랫동안 복권을 꾸준히 사셨거든요.

“진짜요? 거짓말 아니죠? 다시 맞춰 보세요...”

나도 덩달아 떨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터졌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않는구나. 드디어 우리 집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온 건가... 하고 감격에 겨워 거듭 물어보았다.

“맞는다 니까 글쎄 내가 적어놨어.”

“다른 사람은 모르죠? 알았어요. 내일 갈게요. 말하지 마세요...”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잠이 올 리가 없었습니다.

먼저 집 대출금을 갚아달라고 해야지.

아니 좋은 전원주택을 사서 가면 되지

아냐 차를 하나 사야지. 일은 다닐까? 그래 다녀야지

갑자기 그만 두면 의심하니까...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피곤하지도 않더라고요.

집사람에게 아침 일찍 고향에 같이 내려가자고 말을 했다.

“여보, 갑자기 왜 그래 뭔 일이야 알고 가야지”

“여보 잘 들어, 1등 이래 1등! 우리 이제 고생 끝이다.”

“뭐가? 응? 확인해 봐야지 아버지가 뻥이 좀 있으시잖아..

요즘 깜빡하시는 거 같은데”

“어허, 이 사람이 진짜라니까 적어 논거 확인했데!”

고향집으로 달려갔갔습니다.


어허 그런데 구두 한 켤레가 보이더라고요.

작은 아버지였습니다. 세무서를 다니다가 정년퇴직하신

작은 아버지까지 오신 걸 보니 진짜였습니다.

“오셨어요? 작은 아버지 ”?

“그래 왔냐, 니들 여기 않아라... 들었지.. 세금 제하면 16억 정도..

그리 많지는 않더라,, 음... 일단 비밀을 지키고”

“네 그럼요. 비밀은 지켜야죠...”

그런데 전화가 왔습니다. 제주도에 사는 누나였습니다.

“야, 규석아, 너 어디도 꼼짝하지 말고 있어라.

내가 공항에서 택시 잡고 내려가는 중이니까 3분 후에 도착한다”

“형님, 또 어디 전화하셨어요?”

“아니, 안 했는데... 여보가 했는감?”

옆에서 커피를 타오시던 어머니가 머뭇거리며 이야기했습니다.

“아니 뭐... 안부전화하다가 아니 뭐 딸내미는 자식 아닌겨?”

어머니 말씀이 끝나자마자 끼익 하는 차소리가 나고 동생 부부가

허겁지겁 문을 열고 달려왔습니다.

“아버지, 저요, 저도 있어요?”

그렇습니다. 비밀은 없습니다.

“자고로 형제끼리 우애가 있어야 하는가”

아버지가 연락을 했더군요.


정말로 참말로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 아니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전부 다 퍼진 것이었습니다.

누나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뛰어 들어왔습니다.

“엄마, 아빠 나왔어. 뭐 좀 먹으러 가지 배고픈데..”

그리하여 작은 아버지가 로또 1등 당첨 가족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내일 월요일 일찍 KTX로 농협 본사로 간다.

형님이랑 큰애 규석이랑 같이 올라가서 찾기로 하자.”

“아버님, 우리 식당이 지금 안돼서요..” 제수씨가 치고 들어왔습니다.

“아빠, 딸도 같은 자식이지요. 제가 매달 용돈 드리는 거 알죠”

누나가 젭 싸게 틈새를 파고 들어왔습니다.

“일단 통장에 넣고 기다려보자... 잉 그려 암...”

아버지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내일 따라가면 안돼요? 어차피 비행기 타려면 기다려야 하고...”

“형님, 저도 가고 싶어요. 같이 가요. 언제 그런데 가보겠어요.

바람도 쐬고요.” 누나가 재잘 대자 제수씨도 지지 않고 따라붙었습니다.

남동생은 핸드폰으로 KTX 기차표를 예약하려고 했습니다.


“그럼 뭐 다 가지요, 그럼 제가 예약할게요!”

그런데 그때 조용히 구석에 있던 우리 집사람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저기 아버님, 로또 당첨 복권 다시 확인해 보시죠.”

“알았다. 그래 여기 보여주마”

“아버지는 장롱 속에서 안 쓰는 검은 007 가방을 꺼냈습니다.

”딸깍! “ 가방이 열리고 떨어진 낙첨 복권 수십 장이 떨어지고

아버지의 복권비밀 노트가 열렸습니다.

1, 11, 24, 32, 39, 44, 45

아버지가 삐뚤빼뚤 적은 검은 사인팬 번호

과연 당첨 번호가 맞더군요.


”그럼 복권은요? “ ”아빠 복권은요? “

”엥? 복권??...... 어디 갔지 “

아버지는 옷 주머니란 주머니를 다 털어보았습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긴 아주 긴 침묵...

누구나 나서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식은땀을 흘리셨습니다.

”꿀꺽“(효과음)

우리 집사람이 침묵을 깼습니다.”저기 아버님 혹시 그냥 1등 복권

번호만 적은 거 아니에요? “

”아이고.... 그런 거 같다. 아이고매 미안하다... 이거

1등 적어놓은 거구나... “

우리 가족은 감자탕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소주잔에 소주와 콜라를 부었습니다.

작은 아버지가 건배를 외쳤습니다.

”자자, 잊을 건 잊고 다음에 또 1등 하자 형님 한 마디 하세요 “

”우리 식구 대박 나자 파이팅! 조금만 기다려라 파이팅!! “

”파이팅“ ”파이팅 하ㅡ세요 아버님, 어머님“

좋다 말았습니다. 진짜로 그래도 그 1등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서 행복했습니다. 침착한 우리 아내가 대단했습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힘내세요, 덕분에 짜릿한 번개 가족모임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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