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엘

by 황규석

달빛 아래서


어둠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림자 둘이 움직이고 있었다.


간격이 점점 멀어졌다.


등에 업힌 이리엘이 계속 칭얼거렸다.



"아빠 배고파..."


"그래 알았어 여기서 쉬었다 가자"


로드리게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내 헤수스가 아까보다 좀 더 멀리


떨어져 힘들게 걸어오고 있었다.


다리를 더 심하게 절룩이고 있었다.


남자는 기다렸다가 아내가 오자


작은 구멍이 난 배낭을 받아 내렸다.



"여보, 힘들지 여기서 쉬었다 가자."


"응 무릎이 아프네. 당신은 어때요?"


"응 난 괜찮아 이리 앉아."


바위옆에 아내가 앉자


딸 이리엘이 품에 안긴다.


작은 토끼 인형을 안고 있다.



로드리게스가 자기 어깨로 맨


보따리를 풀어 감자 2알과


작은 소시지를 꺼냈다.



"이니엘 우리 공주님 여기!"


이리엘이 아빠가 준 감자를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다.


7살 이리엘은 얼굴이 말이 아니다.


울다 웃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발걸음이 만든 먼지에...



"자, 여보 이거 먹어"


"당신은? 당신도 ..."


"난 괜찮아"



로드리게스가 주위를 둘러보고 오니


아내가 이리엘을 안고


함께 잠들어 있었다.


구리엘은 처량한 자신의 가족을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멕시코시티를 떠난 지 20일.


국경이 바로 코앞이었다.


망설이다가


낮에 사막에서 죽은 남자의


주머니를 뒤져 감자를 얻었다.


하늘엔 독수리 떼들이


주변을 낮게 날고 있었다.



자신은 택시 운전을 하고


아내는 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가 먼저 국경을 넘자고


제안했다.


마약을 팔아 총에 맞아주거나


국경을 넘어가다 죽거나


이판사판이었다.


모포를 덮어주고


그도 아내옆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무정한 해가 떠올랐다.


그는 밤에 보았던 물가로 갔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물살이 제법 빨랐다.


여기만 넘으면 국경수비대에게


발견이 되고 난민수용소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그다음은...


또 그다음의 문제.


그가 부러진 나무로 이곳저곳을


쑤시고 조심스레 물을 건너고 왔다.



"헤수스 봤지, 내가 이리엘을 안고


건너고 다시 당신을 데리러 올게!"


"여보, 무서워요"


"괜찮아, 여기만 건너면 성공이야"



이리엘이 아빠의 품에 안겼다.


그는 작대기를 짚고 서서히


강물을 더듬더듬 건너갔다.


폭 10미터 정도의 강물


반대편에 거의 다 왔을 때


그는 아내에게 손을 흔들고


씩 하고 웃어 보였다.



그리고 아이를


건너편 강가에 놓고 무사히


놓고 돌아 섰다. 다행이다.


순간 미끈!


로드리게즈가 뒤로 넘어졌다.


깜짝 놀라 일어서려는 순간


발이 땅에 닷지 않았다.


로드리게즈는 당황했다.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왔다.


물살이 갑자기 세졌다.


내려가면 안 되는데...



'여보, 우리 딸...'


그가 외쳤다.


이리엘이 그 모습을 보았다.


"아빠!"


이리엘이 손을 휘져었다.


그리고 또 미끌...



이리엘도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깜짝 놀란 아내 헤수수가


물가 아래쪽으로 달려왔을 때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힘없이 주저 않았다.


헤수스는


목놓아 외쳤다.


"여보... 이리엘!"



말을 타고 가던 국경수비대원이


강기슭에 떠있는


물체를 보았다.


"어이, 저거 뭐야?..."


"뭐가? 어.... 뭐지"


불길한 예감에 인상이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물에 불린 밀입국자의 시신이었다.



뒤집어보았다.


작은 여자아이가 품 안에 있었다.


남자는 아이를 꼭 껴안은 채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은


토끼 인형을 놓지 않고 꽉


쥐고 있었다.



하얀 천이 말없는


모녀에게 덮혀졌다.


"냉동구급차 오라고 해"


뜨거운 햇볕이


그 하얀 천위에


반짝이고 있었다.


2018.10 로이터.AFB 연합뉴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