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로 과분하게 얻어가는 것들

헌혈 후 기념품과 각종 이벤트로 보람과 즐거움을 동시에

by 황규석

사실 서울에 올라와서도 헌혈을 놓아버리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31살에 늦은 나이에 영화를 하겠다고 올라왔습니다. 2001년도 독립영화협의회의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 27기로 공부를 했습니다. 벌써 24년이 지났네요. 어느덧 제 삶의 거의 반이 이렇게 수도권에 살게 되었습니다. 2004년까지 단편영화 스텝으로 일했습니다. 학생들 영화다 보니 돈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서로의 작품에 도움을 주는 품앗이를 하곤 했습니다. 그때도 매일 출근하는 직작을 다니지 않았으니 오히려 헌혈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은 됐습니다. 거기다가 성분 헌혈이 생겨서 한 달에 두 번까지 헌혈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평일 8시에 문을 닫으니 오히려 헌혈을 꾸준히 빠지지 않고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헌혈을 함으로써 얻는 자존감과 뿌듯함은 제가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거기에다가 제가 헌혈을 빠지지 않고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헌혈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작은 보답인 기념품, 즉 작은 선물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은 헌혈을 한 후 기념품을 받지 않고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기부권이라고 하는데 헌혈자의 선택입니다. 헌혈 후 기부권을 선택하면 그 기념품만큼의 해당 금액을 기부하게 되고 그 기부금이 모여 어려운 이웃이나 시설에 사용되는 것입니다.


'헌혈기부권 사업'을 다시 소개하면 헌혈을 통해 생명을 나누고 자발적 무상헌혈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 시행하는 사업입니다. 헌혈기부권은 헌혈자가 헌혈 후 기념품을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 기부되는 제도입니다. 전혈, 혈장, 혈소판(단종) - 5,000원, 혈소판혈장(다종) - 8,500원이 기부됩니다. 기부권 선택 금액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자동 반영됩니다. 예전에는 없던 사업이었습니다. 저는 몇 번 빼고는 헌혈 후 선물을 다 받았습니다. 나름대로의 헌혈의 즐거움을 내가 하는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말입니다.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지요. 그런데 이 선물을 꽤나 유용하게 사용해 왔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보름 전 헌혈의 집 야탑 헌혈에서는 경기혈액원이 성남시의 후원을 받아서 주는 1만 원 성남사랑 상품권(재래시장 사용)도 받았습니다. 지난주에는 우연히 찾은 헌혈의 집 천안 센터에 가서 리모델링 오픈 기념으로 스타벅스 커피 1만 원 상품권도 받았습니다. 지역마다 주는 기념품의 차이가 있어서 홈페이지의 공지를 보고 찾아가기도 합니다. 지금도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지역마다 새롭게 열리고 있습니다. 헌혈도 하고 즐거운 여가와 문화생활을 하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공중전화카드를 많이 받았습니다. 2000원권을 받았는데 90년대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이 공중전화카드가 꽤 유용했습니다. 물론 한 달에 2장이 생기니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도 많이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서울에 올라와서는 도서상품권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념품 종류로는 개인용 세면도구함, 손톱깎이 세트, 편의점 상품권 등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저는 도서문화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선택해서 받았습니다. 이 상품권을 모아 서점에서 필요한 상품도 사고 햄버거도 사 먹었습니다. 물론 헌혈 후 먹는 초코파이의 맛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끼니도 제때 챙겨 먹지 못하는 자취생 신분이어서 초코파이를 2~3개씩 가져와 식사대용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영화 관람권도 많이 바꿔서 영화도 거의 무료로 많이 보았습니다. 요새는 커피 상품권이 인기입니다.


어쨌든 받은 상품권을 모아 서점에서 책을 사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헌혈 후 받은 선물은 제게 정말 유용한 생필품이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 선물을 받으러 헌혈을 하러 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였습니다. 편하게 누워만 있으면 빠져나가고 또 채워지니까 저에게 헌혈만큼 쉽고 편안한 나눔과 봉사활동이 되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가 된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책도 사보고 영화도 보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상품권을 받으니까 말입니다. 저에겐 헌혈은 생명 나눔이란 봉사의 기쁨과 생활에 필요한 기념품 취득의 기쁨을 주는 멋진 사회활동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일거양득, 일타쌍피의 멋진 취미이자 보람으로 아직까지도 제가 헌혈을 고집스럽게 정기 적으로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헌혈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데 저는 응모하여 운 좋게 당첨이 되어서 아내와 함께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기도 했고 '난타'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19년 전에는 라식 수술을 받는 행운까지 얻었습니다. 이렇게 늘 헌혈을 하는 만큼 다양한 이벤트와 선물을 받았습니다. 어려울 때는 제가 살아가는 정말 큰 힘과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빵과 음료수로 배를 채우기도 했고 책도 사보고 부족한 문화생활도 하였으니까요. 기차로 다른 헌혈자들과 당일치기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러니 헌혈은 제가 주는 것보다 저에게 과분하게도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헌혈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과분하게 헌혈왕이라는 칭호와 함께 말입니다. 분명 헌혈을 하면 바로 또 채워집니다. 영원히 마르지 않은 샘물이지요. 생명과 온기를 나누는 봉사의 기쁨으로 저 자신에게 주는 자존감과 자부심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래서 저는 헌혈과 끝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럿듯 헌혈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또 내일까지 언제나 이웃을 살리고 나 자신도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정말 아름다운 평생의 동반자입니다. 저는 평생 헌혈과 동행하기로 굳은 맹세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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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후 받은 기념품(도서상품권, 문화상품권, 영화교환권, 햄버거 교환권, 편의점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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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에서 제공한 성남사랑상품권과 헌혈의집 천안센터 리모델링 오픈 기념으로 제공한 스타벅스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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