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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예민)

by 황규석

제19화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 예민 -


1990년대 술을 마시면 항상 2차나 3차는 노래방에 갔었다. 언제는 자정이 넘으면 술집, 노래방의 문을 닫아야 했다. 심야 영업 금지조치. 셔터를 내리고 먹기도 했고 또 반대로 전화를 하고 내려진 셔터를 올리면 들어가서 노래를 하기도 했다. 난 대전 삼성동 사거리의 2층에 있는 ‘타타타 노래방’을 단골로 했다.


누나를 통해 알게 된 아지트였다. 친구들 선배 후배들을 데리고 가서 내려진 샤터 문을 두들겼다. 그러면 사장님이 샤터를 올려 열어주고 우리가 들어가면 셔터를 내려주었다. 그러면 허리를 숙여 들어가서 신나게 탬버린을 흔들고 춤추며 노래했다. 돈이 있으면 맥주도 시키기도 했다.


이 노래는 한참 신나는 노래로 탬버린을 치며 흥이 올랐을 때 힘이 들어서 쉬어갈 시간에 불러주었다. 가사처럼 순박한 시골 소년의 짝사랑이 묻어나는 예쁜 노래였다. 나름 이 노래를 부르면 착한 소년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노래도 쉽고 내 목소리와 잘 어울려서 즐겨 부른 노래였다.


그리고 이 노래는 소설가 황순원의 ‘소나기’라는 단편소설이 딱 맞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윤초시네 깍쟁이 손녀딸이 까까머리 소년에게 말한다. “치이, 바아~보!” 개울, 징검다리 그리고 소나기가 후두두둑 떨어지는 원두막이 그려진다. 난 개울 징검다리 앞에서 어느새 전학 온 긴 머리를 땋은 여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소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예민의 노래는 공기정화기를 달고 나온 산골의 푸른 공기 같은 청량하고 맑은 노래다. “아에이오우”도 그렇다. 아이의 맑은 코러스로 그 서정은 더 풍부해지는 노래 이 노래 역시 나 네이버 카페 닉네임 물에불린바나나의 최애곡 중의 하나다.


이제 나도 속세의 때를 타서 주름이 많고 흰머리가 나온 아저씨가 되었지만 때 묻지 않은 소년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또 그 시절 풋풋한 짝사랑을 꿈꾸게 하는 맑은 시골의 개울물이 흘러가는 듯한 착한 노래다. 그래서 참 힐링이 되는 맑은 노래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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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예민 2집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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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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