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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몰라보다니 정말 섭섭합니다

신분증을 가져가지 않아서 헌혈을 못하고 돌아왔을 때

by 황규석

"아니 헌혈을 이렇게 많이 했는데 몰라보다니요, 이런 사람을 몰라보다니 정말 섭섭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이 아주 잠깐이지만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아무런 연고도 없이 아는 사람도 없이 서울로 상경을 한지 올해로 25년째입니다. 나이 31살에 말입니다. 건설 공사장 현장 일을 하고 대리 운전 하고 이삿짐센터 일 등 여러 가지 일을 해나가며 말 그대로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직장을 잡고 제대로 된 사람다운 구실(!)을 한지도 벌써 내년이면 어느덧 만 20년이 됩니다.


다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려운 시기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서울 올라와서는 고시원 방 한 칸을 얻을 여력도 없었지요. 그렇다고 집안 형편이 좋지도 못해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가고자 하는 일에 반대하시지는 않았으니까요. 온전히 제가 선택한 길에서 책임은 제가 져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서울에 가서 영화를 해야겠다는 어찌 보면 허황된 꿈을 가지고 올라왔으니 고전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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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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