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 못하면서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기
"여자 친구 생겼어" 어느 날 만난 친구가 나에게 자랑하듯이 고백했다. 축하할 일이었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디 사는지 몇 살 인지와 같은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간단한 호구조사가 끝난 뒤 어떻게 만났는지 자연스럽게 물어보았다. 아마 이러한 질문은 관심 있는 친구의 애인 소식에 누구든 던지는 일상적인 질문이자 흐름일 것이다. 남의 연애 이야기 뭐 이리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듣다 보면 재미있다. 주변 연애를 살펴보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철저히 감추면서 연애하는 타입, 적극적으로 사랑을 과시하는 타입, 잦은 다툼으로 연애 상담을 요청하며 같이 고민해주기를 바라는 타입,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서로 좋아 죽는 타입 등이 있다. 모두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가며 연애를 하고 있지만 누구와 누군의 만남인지에 따라서 연애의 스타일은 달라진다.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내 주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 소재다. 이 소재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적어도 하나 이상의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모태솔로도 짝사랑이라는 기억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경험과 함께 주변의 많은 연애 이야기를 통해 연애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하나둘씩 알게 되었다.
만남을 통해서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각자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 성공에는 공식 같은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나는 방법 또한 모두 제 각각이다. 가령 소개팅을 통해서, 친구에서 연인으로, 여행지에서 만남, 적극적인 대시 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큰 공통점은 있다. 연애를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하는 커플들은 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그것을 흔히 '비슷한 점이 많아' 라고 돌려 말한다. 비슷하다는 것은 '우리는 같지 않아' 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다르지만 그 다름을 좁힐 수 있을 정도의 대화가 통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존재하듯 모든 커플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별을 맞이한다. 내 머릿속에 수집된 데이터를 조합해보면 진짜 연애의 적은 주변 사람들의 과한 충고다. (여기서 개인적인 성격차이로 인한 이별은 배제 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비추어 상대방을 끼워 맞추고 마치 다 아는 듯이 설명하고 해석하려고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만의 연애는 그들만의 연애이기 때문에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자주 싸우면서 연애하는 사람들은 서로 좋아 죽는 커플을 이해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부럽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서로 참고 있겠지 언젠가는 터질 거야 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사랑을 SNS에 과시하며 연애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숨기면서? 연애하는 커플들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 연애 사실을 과시하지 않는 커플들은 오히려 자랑하는 커플들을 보며 신중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모두 각자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 그들만의 상호작용으로 시작하는 연애는 한 개인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그들이 여태껏 어떤 감정을 공유해 왔는지 알지 못한다. 섣부른 충고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냥 남의 연애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 어떨까.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대화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한다. 잔인하지만 만약 이별을 맞이하더라도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충고의 방식으로 말을 건네주기보다는 단지 조용히 그의 하소연을 경청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 역설적으로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준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대상의 경우 이미 스스로 판단을 내린 상태가 비일비재하다. 결국에는 자신의 뜻대로 행동한다. 스스로 이미 답을 내렸지만 그것을 인정할만한 시간과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정작 나도 내 주변 소중한 사람이 연애 때문에 당장 심각한 고민을 한다면 내 경험에 빗댄 섣부른 충고를 할 것이다. 충고를 하는 사람도 진심으로 해결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충고를 하는 이도 받는 이도 적절한 자신만의 필터를 거쳐서 말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