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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하는마케터 Sep 22. 2018

늙음을 먼저 경험하는 너에게

너와 나의 시간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라 여기는 존재가 생기는 기준은 무엇일까? 난 함께한 시간의 양과 편안함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말한다.

낭랑 18세. 낭랑은 밝고 명랑한 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18세 앞에 낭랑이라는 수식어는 어색하지 않다. 보통의 경우 한창 혈기 왕성한 고등학생이다. 우리 집에는 낭랑하지만 둔한 친구가 있다.

음식에 대한 후각은 아직도 예민하다.

동고동락(同苦同樂)


나는 이 친구와 함께 자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귀여운 습관이 있다. 멀리 있어도 꼭 옆에 졸졸 따라와 앉는다. 예전에는 쏜살같이 달려들었지만, 지금은 의무적으로 천천히 온다.(습관이 무섭긴 하다) 나이가 들어 힘든가 보다. 옆에 앉아 나에게 살짝 기대고 있을 때면 왠지 모를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그저 옆에 가만히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경험이 있다면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흰눈이는 청각능력을 많이 상실했다. 그래서 지금은 터벅터벅 접근해도 쿨쿨 자고 있다. 비교적 큰소리에는 귀를 움직이면서 반응하지만, 소리의 방향성을 잡아내지 못해 두리번거린다. 이러한 모습을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가슴 한편이 찡하다. 그래도 여전히 외출 후 들어오면, 나를 반겨주는 것은 이 친구가 제일이다. 물론 내가 아닌 내가 주는 간식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함께 지내면서 이 존재가 나에게 선물해 준 행복은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개와 사람은 평균수명이 다르다. 어린 시절, 나에게 강아지가 사람보다 먼저 늙는다는 것은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말이었다. 항상 같이 장난치며 놀던 친구가 먼저 늙어버린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새로운 간식을 사면서, 쌓여있는 패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침에도 항상, 일어나면 제일 먼저 흰눈이를 보러 간다. 아마 마음 한편에 '떠남'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나 보다. 그래서 난 주변에서 '반려동물 키우기'를 고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말리는 편이다. 가령 '깊게 고민해 봐' 라며 둘러서 말하지만, 결국에는 말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 생명과 같이 시간을 보내며 책임진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함께 결연한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어떠한 변수가 와도 이 친구와 함께 갈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단순히 혼자여서, 외로워서, 귀여워서와 같은 단편적인 이유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물론 어린시절 나에게 흰눈이는 그저 옆에 있는 친구같은 존재였다. 또한 그를 만나기 전 이러한 복합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이라면 좀 더 멀리 내다보고 판단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책임감으로 선순한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쓰면서 나를 돌아본다. 역시 많이 부족하다. 한결같은 그의 행동은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생각하는 마음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가족 아닐까.


다행히 흰눈이는 건강한 편이다.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약을 규칙적으로 먹고 있지만, 이번 건강검진에서도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건강해서 의사 선생님도 놀랠 정도였으니까. 이 글을 쓰면서도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나보다 늦게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나보다 먼저 늙음을 경험하고 있는 흰눈이. 가능하면 건강한 상태로 오래오래 옆에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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