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탄핵 집회의 핵심 원동력이 된 20, 30대 여성들
12.3 계엄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불안했다.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전쟁이 나지 않았나?', '나라 어딘가에서 수백 명이 죽은 게 아닐까?'걱정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건 물론이다. 전쟁이 터지거나 계엄으로 우리가 독재국가가 되고 다시 후진국이 된다면 내가 하는 일이나 내 커리어, 자산 같은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이건 내가 가진 정치 성향과 어느 정치 집단을 지지하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미쳤어요!(혹은 미친놈이 대통령이에요)
국가는 합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거기에 폭력성까지 수반하는 거대 집단이다. 대통령이 누구이냐는 매우 중요하고 5,200만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제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도 물론이다.
BTS나 뉴진스가 공짜 콘서트를 한다고 해도 단 며칠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을 동시에 한 곳에 모을 수는 없다. 그런데 윤석열은 며칠 만에 수백 명의 사람들을 모았다. 그것도 단 두번만에, 한곳에! 대단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어제 12월 14일, 대통령이 탄핵되고 직무가 정지되었다.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박근혜 탄핵 시절에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 생애에는 탄핵 같은 드라마틱한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박근혜가 가장 극단값이고 끝판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 상상을 초월하는 더한 일이 벌어졌고 그 일을 벌인 대통령을 더 빠른 속도로 탄핵시켜 버렸다.
개인적으로 12월 7일 집회가 너무 인상 깊었다. 탄핵이 안될 거 같아서 실망을 안고 집으로 가려던 40대 남자(본인)는 주변의 20, 30대 여성들에게서 엄청난 에너지와 힘을 받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들과 함께 부르던 평생 처음 들어본 K-Pop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12월 7일 집회는 20대와 30대 여성들이 사실상 분위기를 만들었고 어제 12월 14일 집회에 전 연령을 끌어드렸다.(어제 집회의 성별과 연령 분포는 아직 통계가 없지만 확실히 저번주에 비해 다양해진 거 같았다)
20, 30대 여성의 LTV(Live Time Value)는 다른 나이 때 여성들보다 더 길었고 남성들보다도 길었다. 집회 현장에서는 나는 눈짐작으로 저런 그래프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여성들은 대체로 남자들보다 '연대'에 강하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는 대체로 여성들은 생산 활동이 아니 다른 사회적인 영역에서 더 사회적이고 이타적이고 협조적인 것 같다.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오래살기도 하는 것 같다.
탄핵이 가결되고 '다만세'가 울려 퍼지던 승리의 경험을 나만 평생 고이 가지고 가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지금의 20,30대 여성들이 그 승리의 경험을 나보다 길게 가지고 갈 것이다. 인간은 절대 혼자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나누면 커진다. 지금의 40, 50대는 청년기에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연대와 승리의 경험'을 했다. 지금의 20,30대(여성과 남성 모두였으면 좋겠다)가 이번 탄핵으로 '승리와 연대의 경험'으로 앞으로의 더 밝은 미래를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탄핵 집회와 가결은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완벽한 행복'의 조건 3개를 모두 갖췄다. '자율적'으로 집회에 나왔고 서로 '연대'했고, 탄핵을 직접 이룸으로서 '효능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