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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Aug 19. 2024

2029년, 조지오웰의 1984가 현실이 되다

《2029》의 작가 류광호 작가 인터뷰(1)

#소설을 쓰게 된 배경

오후 : 안녕하세요. <오후의 책방>입니다. '조지오웰의 1984가 그린 통제사회는 공상에 불가했다' 앞으로 다가올, 아니 어쩌면 이미 도래한 포스트 전체주의 사회를 경고한 《2029》의 작가 류광호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LysjsMjDgpA?feature=shared

류광호 : 안녕하세요 소설 《2029》를 쓴 소설가 류광호라고 합니다. 저는 첫 책을 2018년에 출간했고요. 《창문 없는 방》이라는 소설이었고, 그 이후에 2019년에 《다문화주의자》 그리고 2022년에 《코로나 시대의 사랑》 이렇게 장편 4권 출간했고 이번 책은 올 4월, 2024년 4월에 《2029》를 출간했습니다. 

오후 :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굉장히 감정을 자제한,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반면에 《첫사랑》, 문학 서울에 실린 《첫사랑》의 경우는 작가님의 문학적 감수성! 굉장히 많이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의도적으로 감정을 많이 억누르셨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류광호 : 이 소설의 분위기 자체가 '통제사회'고 그런 분위기가 최대한 전달되길 원했던 것 같아요. 제가 주인공이 소설에서 연애를 하지만 연애에 잘 집중하지 못하죠. 뇌의 일부분이 계속해서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나 이런 것에 대한 압박감(에 빠져있는...) 그런 것들이 좀 반영된 것 같아요. 주인공의 그런 연애 감정, 말랑말랑한 이런 감정이 좀... 어떻게 보면 건조하죠. 


#표지디자인

오후 :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셨군요. 책의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아, 그렇죠 마음에 드실 것 같아요. 

류광호 : 출판사에서 직접 제 소설을 세 번 정도 읽으시고 편집자님께서 디자인이 정확하게 제가 의도하고 있는 소설의 분위기, 이런 것들을 잘 잡아주는 것 같아요. 뭔가, 완전히 어떻게 가야 될지 모르는... 그런 주인공의 어떻게 보면 소설의 맨 마지막 장면인데요. 이 표지가 소설 전체의 느낌이나 메시지를 되게 시각화 잘 해주신 디자인이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우 - 도서출판 몽상가들 대표/편집자

오후 : 제가 어제 오기 전에 이 표지를 다시 한번 자세히 봤거든요. 주인공만 서 있는 게 아니라, 저기 뒤쪽에 멀리서 사람들이 이렇게 군데군데서 있어요. 이 사람들을 찾았어요. 

되게 예리하신데요? 

오후 : 가까이 있지는 않지만 주인공과 똑같은 생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군데군데 있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디자이너님께 직접 여쭤봐야 될 것 같은데 

편집자 이우 : "다 의도한 겁니다" 


#소설을 쓰게 된 배경

오후 : 《2029》을 쓰게 된 계기나 배경이 있을까요? 

류광호 : 지난 코로나19 시기를 저도 거치면서 그때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겠지만 QR코드로 개인들의 동선을 다 추적하고,  또 백신패스가 적용되면서 마트나 식당,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QR코드를 찍어야 되고 이런 상황들을 같이 겪었고 관찰자 입장을 보면서 지금의 기술력이면, 개인의 삶이나 개인의 내밀한 것들이 다양한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는 '어떤 집단'에게 다 파악될 수 있는 시대구나, 지금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많이 생각을 했고요. 그 시기를 거치면서 그런 것들을 발전시킨 것 같아요, 소설로. 이런 게 만약에 악용된다면, 이런 테크놀로지가, 기술들이 악용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인간의 미래는?!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소설을 쓰게 된... 


#통제사회가 되어가는 조짐들?

오후 : 전공이 서양 역사잖아요. 작가님께서 역사에 대해서 해박하시니까 어떤 권력자, 권력을 쥔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를 지배해왔던 여러 역사적인 과정이 있었고 과거에도 그랬으니까 현재도 또는 앞으로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법은 또 없겠다, 지금은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또다시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즘 사회는 민주사회고 개인이 주권을 가진 사회인데? 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통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하는 몇 가지 조짐들을 보셨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류광호 :  이를테면 지금 영미권 국가들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 Woke 문화 있잖아요. PC주의, 정치적 올바름 이렇게 얘기하는데 사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용어 자체가 소비에트, 소련에서 나온 용어죠. 공산주의 '너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아.' '당의 노선에 네가 따르지 않아' 그게 공산주의적 용어예요. 그런데 그게 지금 서구 사회에서, 캔슬 컬처(Cancel Culture) 어떤 발언을 하면 안 되는 게 있거든요. 되게 민감한 것들 이렇게 어떤 사회 분위기가 세팅이 되고, 그러면 거기 안에서 개인이 자기 커리어나 사회적인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에 암묵적으로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이런 것이 보이고 그런 게 SNS나 그러니까... 사실 트위터나 이런 데다가 말 잘못하면 그 사람이 매장 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상당히 확산력이 있고 기술적으로 이전보다 더 개인들이 굉장히 많이 조심해야 되는 시대다! 지금 그런 생각을 좀 해요. 

오후 : 저는 개인적으로 PC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1984》에서도 보면 그 사람들의 사상을 통제할 때는 언어를 통제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쓰는 언어 안에는 그 전에 나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었던 차별이라든가 편견이라든가 이런 게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발견해서 언어도 바꿔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역효과로 PC 자체가 또 사람들에게 사상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류광호 : 미국 같은 데서는 젠더 이슈 관련해서 부모를 아빠, 엄마라고 부르지 말자  '부모 1, 부모 2로 불러야 된다' 이렇게 주장한 사람도 있어요. 그리고 남성, 여성이 아니라 자신은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라든지 나는 제3의 성이다 그러면 '나를 He나 She로 부르지 말고' '지(Ze, Xe)로 불러달라' 이렇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어요. 조던 피터슨(캐나다 토론토 대학 심리학 교수)이 그렇게 자기 수업에서 요구하는 사람들한테 자기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게 얘기했다가 학생들이 피켓 들고 시위하고 난리가 났어요. 그러니까 PC주의가 또 다른 어떤 언어 통제가 되는 거죠. 소수자들을 너희들이 박해하고 차별하면 안 돼, 배려해줘야 돼 이런 걸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억지로 그걸 따를 수밖에 없게 하는...

미국 테네시 대학 녹스빌

오후 : 강요한다거나? 또 다른 사상의 통제가 된다거나 PC가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거죠? 

류광호 : 그렇죠. 언어도 심지어 엄마 아빠도 못 쓰게. 

박금자 언어학자

오후 : 참 역설적이면서 양면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판옵티콘이란 개념이 나오잖아요. 현대사회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1984의 빅브라더처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이 소설 속에 그런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류광호 :  주인공이 인터넷으로 줌모임을 열고 스쿠브(소설 속 유튜브 같은 미디어 플랫폼) 채널을 운영하죠. 근데 그 채널을 운영하는데 어떤 낯선 사람한테 댓글이 달리죠. '우리가 다 네가 하는 거 보고 있다, 조심해라' 이런 류의 댓글이 달리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은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을 내보내는데 자기도 명확하게 모르는 어떤 사람한테 네가 하는 것, 우리가 다 보고 있고 조심해라, 이런 메시지를 받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일종의 진짜 판옵티콘이죠.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 물론 이제 이 사람은 자기가 그런 활동을 하니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거를 넘어서는 장면들이 나오거든요. 그가 드러내지 않는 것도 (소설 내용 중에) 누군가 감시하고 있는 자기를 미행하기도 하고 자기 연락처,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전화가 오는 이런 상황들 개인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거죠.  두려움을 느끼고...


#통제사회- 자유의지를 아웃소싱하고 있는 현대인

오후 : 주인공이 '사회 신용 점수가 낮다'는 내용이 나와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사회신용점수'를 전제로 둔 설정이 되게 와닿았어요. 왜냐하면 일단 신용점수라고 하는 건 지금 금융권에도 많이 쓰고 있는 거죠. 또 하나 우리 사회는 사회를 구성하게 해주는 바탕이 '신용'이잖아요. 신용점수가 떨어진다는 건 사회에서 열외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거죠. 

류광호 : 사실 이 소설의 헤드카피, 여기에서 나오듯이 AI, 백신 패스, 전자화폐, 디지털 아이디, 사회신용 제도 이런 것들이 핵심 키워드인데 이런 기술들이... 사실 사회신용 점수를 말씀하셨으니까, 이게 지금 중국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요? 중국에서? 중국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거고 중국에서는 벌금, 범칙금을 안 내거나 그다음에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리거나 이랬을 때 감점이 돼요.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우리나라로 치면, KTX 장거리이동수단 이런 거를 못 타요. 결제가 안 되요. 그 사람은. 

오후 : 현실이네요. 

류광호 : 현실이죠. 중국에서는. 그런 어떤 점수 체계를 만들어 가지고 개인의 생활을 통제하는 거죠. 

오후 : 아...... 히야........ 제가 이 책을 읽다가 인상깊은 구절을 몇 가지 뽑아왔어요 많이 뽑았는데 다 할 수는 없고, 한 열 댓 개가 되는데 그 중에서 하나씩 뽑아서 이런 구절을, 이런 이야기를 하시게 된 배경이라든가 의도를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니까 작가님께서 아무거나 하나 골라 주시죠. 


#통제도구 : 미디어-아젠다 세팅

류광호 : "인류는 현재 집단적으로 마인드 컨트롤 당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요. 미디어는 저들이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도구죠."  '이상원'이라고 소설의 인물이 하는 발언인데, 이걸 제가 어떤 의도로 쓰게 되는가 냉전 시기에 미국에서 CIA가 <Operation Mockingbird>라고 '앵무새 작전'이라고 실제로 한 거예요. 이게 공개가 됐어요.  뭐냐면, ABC 이런 주요 방송국들이잖아요. 그리고 뉴욕타임즈라든지 주요 미디어들 거기에 CIA 요원이 들어가요. 들어가서 방송의 방향이나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어떻게 보면 컨트롤하는, 냉전 시기에 이게 문서가 공개됐어요 명분은 당시 냉전 시대였고 이런 방송을 통해서 반공주의를 더 고취하고 그리고 만약에 그 방송국 안에 사회주의자들이나 공산주의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CIA 요원이나 그런 사람들이 그걸 더 통제해야 된다, 이런 명목으로 실제로 1950, 60년대 미국에서 진행했던 건데 그런 식으로 이 방송이라는 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람들의 의식이나 생각을 어떻게 보면 '조정할 수 있는 도구'거든요. 

오후 : 충분히 동감이 됩니다. 미디어의 역사를 보면 저는 '아젠다 세팅'이라는 부분에 예민하거든요. 어떤 특정 주제가 사회에 갑자기 등장하게 될 때는 한 번 생각하게 돼요. 저게 왜 등장하지 갑자기? 저 뒤에는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좀 하게 돼요. 

류광호 : 이를테면 갑자기 뜬금없이 2, 3년 전에 어떻게 보면 종결된 사건이 갑자기 다시 재조명될 때가 있거든요. 그렇죠 맞아요 이를테면 최근에 버닝썬 사태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거든요 BBC에서 한번 보도를 했고, '넷플릭스'에도... 그러면서 포털사이트 뉴스 같은 걸 봐도 갑자기 버닝썬 연루자가 지금 프랑스 어디서 뭘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벌써 사법 처리가 됐고, 그 사람들이 풀려났고 어떻게 보면 종결된 사건이 갑자기 재조명 받으면서 지금 현재 다르게 올라오던 정치적 이슈라든지 경제적 이슈가 그에 묻히고 그 사건으로 갑자기 대중의 관심이 쏠릴 때가 있어요. 근데 그게 자연 발생적이지 않다, 이렇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오후 : 아! 자연 발생적이지 않다? 

류광호 : 갑자기 미디어에서 갑자기 어떻게 보면 벌써 지나간 거를 다시 그렇게 확산시키는? 그러면서 다른, 그때 동시대에 올라오고 있는 이슈가 묻히고! 실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도록? 그렇죠. 물타기 한 거죠. 다른 어떤 걸 터뜨려서 


오후 : 예전에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제목이 뭐였죠? 조인성이랑 검사들 나오고.... <더킹> 거기 보면 그런 장면 나오잖아요 푹 익혀야 한다. 터뜨릴 때가 되면 터뜨린다고, 그런 내용도 있어서요. 그러니까 도덕적으로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해요. 그 주제가 그냥 무시할 건 아니고 분명히 문제가 있고 또 사법 처리에 대해서 적당하지 않다 이보다 훨씬 더 과한 처벌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분들은 거기에 대해서 충분히 문제제기는 할 수 있는데 거기에 비해서 자연 발생적이지 않을 만큼 과도하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언론에 노출이 되고) 

류광호 : 그 다음에 '시점', 다른 어떤 이슈가 올라오고 있는데 그게 터진 거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


오후 : 우리가 지금 통제사회, 또는 아젠다 세팅이라든가 이런 주제가 워낙 민감하니까 지금 대화가 빨리 되고 있는데, 소설로 다시 돌아가 보죠. 이 소설의 전체적인 배경이랑 어떤 메시지를.... 큰 틀만! 스포일러가 되면 안 되니까 전체적인 구조, 배경을 좀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류광호 : 소설에서 주인공이 영상 크리에이터예요. 제가 '스쿠브'라고 어떤 가상의 채널을 하나 만들었어요. 유튜브 같은 거죠. 거기서 구독자 한 2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채널 운영자인데 상황이, 소설의 설정이 2029년이 됐을 때, 제목처럼 그때 또 신종조류독감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오후 : 코로나19 말고? 

류광호 : 그렇죠, 그 이후에 넥스트 팬데믹이 벌어진 거죠. 그런데 동일하게 코로나 때랑 비슷하게 백신 접종이 시행되고, 백신 패스에 걸려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 주인공은 백신을 안 맞고, 그것도 이유가 있는데 친구가 접종하고 사망했어요 부작용 때문에? 그렇죠. 주인공한테는 그게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그래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그런 걸 계속 채널에다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고 이런 것만 하는데 굉장히 단절감을 느끼고 고립감을 느끼고 압박감을 느낀 상황인 거죠. 그런 상황에서 영상을 계속 채널에 올리다가 채널이 정지돼요. 그러면서 줌으로 모임을 개최하게 되는데 그때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그 줌 안에서 얘기를 주고받고... 이렇게 되는 건데 이 소설을 통해서 제가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은 물음은 지금 우리가 편안하게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들 그런 것들이 양날의 검이 돼서 실제로 우리의 프라이버시나 우리의 자유를 그것 때문에 더 침해당하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한번 독자분들이 읽으면서 하시길 원하는 게 있거든요. 


오후 : 지금 이 시대 때 꼭 필요한 인사이트 같습니다.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유희를 즐기는 존재라는 거죠. 그런데 이 '유희'라는 말은 그냥 감각적으로 즐겁게 노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활동, 문학이라든가, 예술이라든가 정신적인 창조활동을 즐기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우리는 너무 지금 현재 감각적인 즐거움에 빠져 있고 심지어 그런 즐거움조차도 아웃소싱(알고리즘에 맡김) 하고 있는게 아닌가! 쇼츠, 릴스.. (등 자극적인 숏폼) 양날의 검이라고 하셨는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자유의지를 말 그대로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어떤 누군가에게 아웃소싱 해버리는... 

류광호 : 나는 되게 거기서 즐겁고 행복하고 그런 거 같지만 실제로 이게 나의 자아가 상실되고 하나의 그 기업의 제품이나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로서만 기능하고, 거기에 종속되어 있고 주체성이 상실되고 그런 인간으로 점점 가고 있는 양상 이런 것을 좀 경계, 주의해야 되지 않나? 우리가! 

오후 : 소름 돋습니다 이우 작가님 인터뷰에서 "작가는 세상의 변화를 예리하게 볼 수 있는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하셨거든요. 이번 소설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류광호 : 말씀해 주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후 : 유토피아 그리고 디스토피아 이런 것에 대해서 조금 제가 더 알고 싶어서 《2029》를 읽다가 《1984》도 읽게 되고, 《멋진 신세계》도 읽게 됐어요. 그러면서 이 소설이 가지는 메시지를 제가 훨씬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작가님께서 이번 소설을 쓰면서 오마주를 했다거나, 또는 모티브로 삼았던 소설이라든가 어떤 사건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광호 : 언급하신 《1984》 저도 조지 오웰 되게 좋아하는데 사실 소설 자체도 《2029》잖아요. 연도로 《1984》 제목부터 오마주고 일종의! 사실은 조지 오웰이 2차 대전 기간에 BBC에서 선전 쪽 일을 했어요. 조지 오웰이 40년대 초중반에 아마 했을 거예요. 당시에 전시기 때문에 BBC가  MI6나 MI5 영국 정보기관이, BBC에 당연히 프로파간다를 계속 해야 하니까 전시니까 그래서 조지 오웰이 《1984》를 그냥 쓴 게 아니라 뭔가 좀 알고 있었죠. 경험을 했죠. 

오후 : 본인이 직접 경험했으니까!

류광호 : 《1984》 다시 읽어보시면서 느끼시겠지만 좀 놀라운 부분도 되게 많아요 지금 다시 읽어보면, 그게 한참 전 소설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되게 놀라운...

오후 : 지금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류광호 : 네, 놀라운 대목들이 되게 많고 그래서 저도 현대판 《1984》 21세기 《1984》 조지 오웰 같은 그런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쓰게 된 거죠. 


오후 : 해드 카피라이터가 딱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1984》는 그 안에 있는 많은 부분이 현실화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2029》에 있는 내용은 지금 이미 진행되고 있거나 주변에 돌아보면 분명히 현실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거는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여러 등장인물들이 줌으로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요. 저는 이게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왜냐하면 각자의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 혹시 이렇게 사건 중심이 아니라 대화 중심으로 풀어나가게 된 계기가? 

류광호 : 그 이유가... 저는 개인적으로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데, 이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보면 이렇게 인물들이 논쟁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부분이 굉장히 좀 압권이거든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나 알료샤라든지 이런 인물들이 사상적 논쟁을 벌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통찰이나 이런 것들이 어떤 페이지는 번쩍번쩍해요.  그런 도스토엡스키적인 그냥 서사만 쭉쭉 간 것보다는 어떤 인물들의 논쟁이나 그런 걸 통해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그런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넣었어요. 


오후 : 도스트옙스키를 말씀하셔서 제가 지난번 인터뷰에 보니까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처럼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산다는 것은 뭘까?'를 고민하게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2029》년은 확실히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인사이트 주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대대적인 민중의 저항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12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저도 그런 내용을 좀 느끼고 있긴 해요. 저희가 촛불혁명이 얼마 전에 있었잖아요. 불과 몇 년 전인데 (2016년?) 우리가 또다시 이런 큰 어젠다가 있을 때 사람들의 대대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슈가 있을 때 과연 그때처럼 사람들이 다시 광장에 모일 수 있을까? 왜냐하면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가 굉장히 개인적으로 파편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좀 들거든요. 소설에도 보면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이런 얘기를 해요. 이렇게 사회를 바꾸려면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힘들 것 같다고 표현하거든요.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이 내용을 쓴 건가요?  

류광호 : 그렇죠. 개인화돼 있고, 파편화돼 있고 그런 거대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뭉쳐서 일합시다, 이런 거에 대해서 회의적이거나 냉소적이에요.  


오후 : 지금 잘 사는데 굳이? 촛불혁명 때도 누군가 한 사람은 횃불을 들고 나갔잖아요. 불씨를 피운 한 사람은 있었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나타날까요? 

류광호 : 저는 인간이란 존재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런 말도 있듯이 자유라는 게 인간성의 가장 본질적인 것, 자유를 추구하는 것 이게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욕구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소수일 거다. 대부분은 그 체제에 순응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편하기 때문에! 그리고 좁은 길이거든요. 저항하다는 건 좁은 길이고, 대세를 따르는 게 일단 편해요. 그렇게 총대 메고 저항했을 때 반격이 또 있어 내가 당할 수 있는 게 있거든요. 그게 일단 크게 두려운 거죠. 내가 괜히 앞에 나서서 뭔가를 했다가 피해당하는 거 아닐까? 이런 두려움이 모든 인간에게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의 이런 저항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지만 계속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목소리 내고 싸우는 사람은 있을 거다. 


오후 : 제게 그런 내용이 강렬하게 와 닿아서, 비슷한 구절 몇 개를 더 적은 게 있어요. 오늘 한번 뽑아볼게요.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힘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저항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올바른 편에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용도 있어요. "'내가 아무리 저항한다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싹 다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갈 수는 없었다." 바로 그런 분들이라는 거죠? 

류광호 : 그렇죠! 

오후 : 《1984》 같은 경우는 고문으로 그 사람의 자유의지를 통제하고요. 그다음에 《멋진 신세계》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마치 아기를 배양하듯이 키우면서 계속해서 무의식에 메시지를 세뇌시키잖아요. 인간이 이렇게 자유의지가 빼앗겼을 때 또는 내가 이걸 잃었다고 생각할 때 작가님께서는 인간은 그걸 되찾기 위해서 저항하는 존재라고 보시나요? 

류광호 :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그린 것도 그렇고 헉슬리가 조지 오웰한테 보낸 편지도 남아있는 게 있는데 노예가 자신의 노예 상태를 사랑하게 하는 게 최종적인 국면이 될 거다, 이런 구절이 있어요. 

오후 : 노예가 노예 자신의 상태를 사랑하게 만든다? 

류광호 : 네, 노예가 자신의 노예 상태를 사랑하게 만드는 게 최종적인 단계일 거다. 이렇게 쓴 게 있는데 내가 지금 컨트롤 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 그리고 그냥 거기서 만족하는 상태 이게 어떤 완성 단계일 거다. 전체주의 통제사회의! 그런 구절이 있는데 다수의 사람들은 사실은 먹고 사는 게 바쁘고, 그리고 그렇게 주 5일 열심히 일했으면 주말에는 맛집도 다니고 쇼핑도 하고, 이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거든요. 문제의식이 별로 안 느끼고, 좋은 세상이고... 물론 힘들죠. 돈 벌고 이런 게 빡세니까. 힘들지만 그걸 또 주말에 맛집 다니면서 좀 풀고 

오후 : 그게 삶의 소소한 행복 아니냐, 하면서?

류광호 : 대부분은 그런 거에 힘들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적응해 가면서 살아가는데 이런 것에 또 다른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거죠.

오후 : 지금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게 맞는가? '과연 맞아? 이렇게 올바른 방향이야?'라고...

류광호 : 예, 그런 사람들이 소수지만 있고  그런 사람들이... 뭔가 목소리를 낼 거다! 그러나 아까 읽어주신 구절처럼 '우리에게는 충분한 힘이 없다.' '그리고 무엇을 진짜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런 소설에도 그런 구절이 나오는데, 이게 사실은 소수잖아요. 그리고 대부분은 자신의 생활이 바쁘고 그런 것에 나가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거 나가서 시위하고 이럴 시간이 없잖아요. 빨리 내가 돈 벌고, 다 직장생활 하는데 언제 그런 걸... 그게 참 현실적으로 바뀌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은 들어요. 


오후 : 14페이지 나온 내용입니다. "사회 신용 점수는 모든 시민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득점과 실점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의 신용 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다시 말해 그것은 사람의 등급을 결정하는 제도다. 그런데 주인공이 이런 생각을 가져요. 점수를 매겨서 개인의 경제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인간을 가축처럼 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실이 그를 분노하게 했다."

 그래서 스쿠브를 시작하게 됐대요.  주인공이 운영하는 채널명이 <진실과 거짓>이고 작가님께서 실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채널명도 <진실과 거짓>입니다. 제가 문득 여쭤보고 싶었어요. 소설의 내용을 현실에 좀 가져와서 실험을 하시는 건지? 아니면 이제 소설에 담지 못한 많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채널을 그렇게 운영하고 계시는 건지? 

류광호 : 어떻게 보면 '둘 다!' 라고 할 수 있는데, 제가 소설 쓰게 된 것 자체가, <진실과 거짓> 제가 운영하고 있는 채널 그걸 운영하면서 제가 겪었던 것들이 발단이 된 거예요!

어떤 일이 있었길래? 

류광호 : 여기 주인공이 채널 정지를 당하잖아요.  

오후 : 여쭤봐도 되려나요? 

류광호 : 코비드 기간에 제가 백신접종... 이런 것에 대해서 좀 문제 제기를 했어요. 영상으로. 문제 제기를 할 만 했죠. 네 사실은 그때 접종하고 사망한 경우가 많이 나왔고... 그렇죠.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실제로! 이제 구글 코리아에서 메일을 바로 보내더라고요. 그러니까 WHO의 규정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으로 채널이 정지된다는 그런 메일들을 제가 여러 통 받았어요. 그러면서 '이게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아니? 자유주의사회이고 말할 수 있는 발언에 권리가 있는 사회 아니에요, 여기가?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거기에 대해서 이것도 일종의 통제라고 본 거죠? 

류광호 : 통제죠. 그러니까 제가 항소도 할 수 있거든요. 항소도 했는데, 다 기각당하고. 

오후 : 아. 받아들이지 않은 거예요? 

류광호 : 네, 그냥 기각 당해요. 일방적으로 기각 당하고. 그리고 이제 저처럼 비슷하게 이런 목소리낸 사람이 몇 명 있는데 채널이 아예 날라갔어요. 폭파됐어요. 구독자가 다 사라지는 거죠. 그런 것도 봤었고. 저도 실제로 그래서 좀 3개월 지나면 채널 정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좀 그때는 잠잠히 있고 뭐 그런 식으로도 했었고, 그런 경험들을 겪으면서 '그런 내가 겪었던 것을 소설화시켜야겠다.' 거기다 어떤 메시지를 담아서!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2029》라는 소설이고, 근데 이런 사태를 보면서 

오후 :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류광호 :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근데 이걸 하면, 이제 그냥 매장 당하는 것이죠. 그런 것에서 어떤 분노를 느꼈고 그런 경험들이 이제 소설을 쓰게 된 원동력이 아닐까! 

오후 : 일단 이거는 나중에 편집을 하든가 하겠지만... 이 부분은 드러내세요 그럼에도...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2024년 5월,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부작용을 인정하며 판매를 철회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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