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고, AI에게 책정리를 맡기다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건지. 황당한 이야기에 참지 못하고 못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아! 내가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 바쁘고 일 많은 사람이 앓는 하소연을 할 수도 있는 것인데, 둘러둘러 말해도 될 것을...
그건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지 않고 어떻게 남에게 책을 권한단 말인가!
“AI가 기가 막힌 문장을 뽑아 엮어낸 글이라고 해도, 그 말이 진실인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내가 책을 읽어야 취사선택을 하지, 읽지도 않고 어떻게 판단한단 말입니까?”
아마도 그는 내 말을 들으며 부끄러웠을 것 같다. 바쁘고 책 읽을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 핑계인 것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또 그만큼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내 못된 말은 그의 지친 마음에 위로는커녕 짜증만 덧대었을 성싶다.
효율을 위해 AI를 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인공지능을 쓴다. 좋다. 참 세상이 요지경이다.
보고 또 보니 어느 날 이 놈이 두리뭉실한 말을 자주 한다. 명료하지 않다.
허! 이놈 가만히 보니 저도 모르는 말을 하네. 꼭 짚어서 이 문장 바꿔라고 하니, 더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확률이 만든 문장이란 이런 것이다.
적확한 단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단어를 찾는 난제를 AI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하긴 사람도 천에 한 명, 만에 한 명 할까 말까 한 재주이니, 너라고 다르겠냐만 너는 사람이 머리를 쥐어짜는 노력을 단 몇 초에 내놓지 않느냐 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녀석 같으니.
그걸 사람들이 믿고 이곳저곳에 업로드하고 퍼 나르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 거냐 말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세상을 만들게 아니냐 말이다. AI가 쓴 글은 쓰레기다. 내가 쓴 글도 쓰레기다. 적어도 초고는 모두 쓰레기다. 딱 그렇게만 이용하자. 초고! 넣고 빼고 바꾸는 건 쓰는 사람 몫이다.
선택과 판단은 우리 몫이다.
글을 읽고 느끼는 것은 마음 가진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