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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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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엠히 May 07. 2017

시차가 벌어지는 상공에서



 네가 아침에는 무얼 먹었는지, 점심에는 또 돈가스를 먹은 건 아닌지, 혹은 초콜릿 몇 개로 넘겨버린 건 아닌지, 저녁에는 적게 먹은 건 아닌지 항상 궁금한 나잖아. 그런데 오늘은 네게 점심인사를 하는 동시에 저녁식사도 맛있게 하라고 말해야 했어. 오후 12시 30분에 비행기에 오른 내가, 10시간도 더 지난 11시 30분은 되어야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으니까. 그땐 이미 네가 저녁식사를 하고도 한참이 지난 시간일 테니까.


 사실 네가 무엇을 먹었는지 궁금해 한건 네게 자연스럽게 연락하기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었어. 나는 항상 네가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한데, 밑도 끝도 없이 뭐하냐고 묻는 건 모양 빠지잖아. 시도 때도 없이 내가 너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것을 들키는 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이거든.



 


 꽤 좋은 방법이었는데 이젠 그 조차도 할 수 없게 된 거 같아. 우리 사이에 7시간이라는 차이가 생겨버렸잖아. 네가 아침을 먹을 때는 내가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네가 점심을 먹을 즈음엔 내가 꿈을 꾸고 있을 것이며, 네가 저녁을 먹을 시간엔 내가 점심을 먹을 시차가 생긴 거야.


 그렇게 비행기 안에서 네게 점심식사 맛있게 하라는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저녁식사도 맛있게 하라고 말하던 그때 조금 실감이 나더라. 내가 꽤 멀리 떠난다는 사실이.



 


 7시간이라는 시차처럼 우리 사이에도 차이가 생기고, 그 차이를 네가 크게 느끼진 않을까 걱정이 돼. 아침을 시작하는 네가 내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네가 점심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를 해야 할 네가 말이야.


 나는 또 어떨까, 어떻게 해야 모양 빠지지 않고 너의 하루를 궁금해할 수 있을까. 비행 내내 아무리 생각해봐도 식사 맛있게 했냐는 인사만큼 좋은 게 없더라. 그러니 한동안은 하던 대로 할까 해. 시차가 맞지 않으면 어떻니, 네가 삼시세끼 하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걸.



 


 곧 있으면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이래. 벌써부터 네게 어떤 연락이 와있을까 괜히 기대돼. 수하물을 찾으러 가는 길에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역시나 나는 네게 저녁은 무얼 먹었냐고 물을 거 같아. 점심식사는 어땠냐는 질문도 함께. 어서 네 대답이 듣고 싶어. 조금 있다가 보자, 곧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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