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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드림 Jan 13. 2017

스킨십 예찬론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말이라면 적어도 당신은 연애 '중수'. 만약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면 당신은 모태솔로!


연애 초기, 남자는 스킨십에 목말라하고 여자는 그의 스킨십을 어디까지 받아 줘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죠. 스킨십에 있어서 남자가 늑대처럼 묘사되곤 하지만, 사랑에 빠진 남. 녀에게 '연애에 있어 스킨십이 중요하냐'라고 물어보면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물론, 저 같은 늑대(?)들은 격하게 끄덕이겠죠?


"스킨십이 참 좋기는 한데…, 말을 못 하겠네!"


우리는 '스킨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스킨십이 왜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지, 또 어떤 긍정적인 면을 담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래서 과학을 빌려 '스킨십 예찬론'을 펼쳐 볼까 해요.

(아참, 성(性)적으로 깊은 스킨십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건 과학적으로도 일반적인 스킨십과는 조금 다른 얘기거든요. 이 글에서 표현된 '스킨십'은 손잡기 혹은 포옹 정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깊은 스킨십에 대해서는 조만간 올릴 테니 너무 상심하진 마시고요.)


● 스킨십은 생존만큼 중요하다!

아기 원숭이는 딱딱한 철사로 된 모형보다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어미 원숭이 모형을 훨씬 좋아했다.

195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우리 안에 두 개의 어미 원숭이 모형을 만드는데, 만드는 재료가 조금 달라요. 한 어미 원숭이 모형에는 딱딱한 철사를, 다른 하나의 어미 원숭이 모형에는 부드러운 천을 감싸죠. 그리고 철사가 감긴 원숭이 모형에는 우유병을 달아 주고, 부드러운 천을 감싼 모형에는 아무것도 달아 주지 않아요. 해리 할로우는 이렇게 2개의 모형이 든 우리에 갓 태어난 아기 원숭이를 넣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기 원숭이는 우유를 먹을 때를 빼고는 항상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어미 원숭이 모형에 안겨 있었어요. 공포를 느낄 때도 오로지 부드러운 천을 감싼 원숭이 모형만 찾았죠. 실험 전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아기 원숭이가 생존을 위해 당연히 우유병을 달고 있는 모형에 애착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이 실험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킨십이 생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죠.

아기 원숭이는 부드러운 천으로 된 어미 모형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철사로 된 모형에서 우유만 먹는다.


우리가 스킨십에 민감한 이유, 피부와 뇌는 불알(?) 친구라서!  
사람도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촉각(피부감각)에 예민합니다. 촉각에 예민하다는 건 그만큼 피부와 뇌가 가깝다는 얘기겠죠? 실제로 피부와 뇌는 같은 '조상 세포'에서 발달했어요. 지금부터 조금 어려운 얘기를 할 텐데요, 집중해서 읽어 주세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면, 이 수정란은 여러 번의 세포 분열을 거쳐 세포 수를 늘려요. 이처럼 세포 수가 늘어난 수정란을 '배아'라고 하는데, 배아 세포에는 3개의 세포층이 존재해요. 가장 바깥에 있는 세포층을 외배엽, 맨 안쪽의 세포층을 내배엽, 외배엽과 내배엽의 중간에 있는 세포층을 중배엽이라고 부르죠. 이 3개의 세포층들이 분화하여 뇌, 피부, 장기 등 우리 몸의 여러 조직을 만듭니다. 재미있게도 피부와 뇌는 둘 다 외배엽에서 발달한 기관이에요. 즉, 한 집에서 나왔다는 말이죠. 이게 바로 뇌가 스킨십(피부 자극)에 민감한 이유예요. 지하철 '치한'의 '불쾌한 스킨십'이 우리를 공포와 분노로 몰아넣는 것도, 애착이 형성된 사람과의 스킨십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뇌와 피부가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불알(?)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뇌와 피부는 같은 세포층에서 나왔다.
그래서 뇌는 스킨십이란 피부 자극에 민감하다.
피부와 뇌는 같은 세포층인 외배엽에서 발달했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에 있다.


그래서 스킨십을 하면 뭐가 좋죠?
그럼 (애착 관계인 사람과의) 스킨십은 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스킨십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오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감소시켜 주고,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켜요. 특히 아기와 부모의 스킨십은 매우 중요한데요, 최근에는 부모가 옷을 다 벗은 채 아기를 안아 주는 '맨살 육아' 열풍이 불기도 했죠.

실제로 20세기 초, 헝가리 정신과 의사인 '르네 스피츠'는 루마니아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스킨십의 중요성을 발견했어요. 그는 루마니아 고아원의 시설(음식, 숙박 환경 등)이 다른 고아원과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루마니아 고아원의 아이들만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3분의 1이 죽는다는 사실을 깊이 파고들었어요. 그 결과, 루마니아 고아원의 '아이 돌봄이'의 수가 다른 나라의 고아원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다른 나라 고아원에서는 '아이 돌봄이'들이 아이와 스킨십을 나누는 데 반해, 루마니아 고아원의 아이들은 맨날 혼자 침대에 누워 지냈던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르네 스피치는 스킨십의 부재가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건 물론, 어린아이들에게 집중력 결핍, 자폐, 과잉 행동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어요.

헝가리 정신과 의사 르네 스피츠 박사 曰: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건 완벽한 환경이 아니라 살과 살이 맞닿는 <접촉>이다."


제가 알고 싶은 건 커플 간의 스킨십인데요?

너무 재촉하지 마세요~. 지금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2016년에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교의 야쿠비악 교수는 성인 커플을 대상으로 스킨십의 기능에 대한 실험을 했어요. 그런데 논문에 수록된 실험 과정을 모두 얘기하자니, 읽는 분들이 그냥 뒤로 가기를 누를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네요. 그래서 머리 아픈 실험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야쿠비악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스킨십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보호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끼더랍니다. 이것뿐만이겠습니까? 스킨십을 하면 '앞으로 연인과의 사랑이 오래오래 갈 거라고' 느낀다네요. (그렇다고 해서 스킨십을 상상만으로 하겠다는 분들은 없겠죠?)

스킨십은 상상만으로도
사랑의 결속력을 높인다


자, 첫 질문이었던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에 대한 답이 나온 거 같군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유창한 말로 사랑을 도배하는 것보다 따뜻한 포옹 한 번이 더 큰 사랑을 담고 있다는 것을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냉큼 안아 주세요. 스킨십은 사랑입니다.


※참고 논문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194855061664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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