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타투 이야기 1.
멋져 보이는 것들은 무섭다.
멋져 보이는 것은 따라 하곤 한다. 7-8년 전에 브리즈번에서 설거지로 생계를 이어나가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함께 주방에서 일하는 한국인 친구의 사진 속에서 '음악 페스티벌' 사진을 봤다. 스타디움의 푸른 잔디 위에서 점프샷을 한 친구와 뒤로 보이는 거대한 메인 스테이지. 그때 잠깐 봤던 '멋져 보이는 것'이 나를 몇 년 뒤 벨기에 투모로우랜드까지 이끌었다.
나에게 '멋져 보이는 것'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행하는 옷처럼 누군가 정의 내려준 것이 아니라, 항상 '내가 보기에'라는 주관적 기준이 들어갔다. 그리고 보통은 '첫눈에'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나 그러지 않을 때도 있었다. '멋져 보이는 것'을 알아차린 과거의 작은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지금 내 몸에 새겨진 7~8개의 타투들도 다 그 '멋져 보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나는 타투가 한 번도 멋져 보였던 적이 없다. 위협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실제로는 강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서워 보이고 싶어서 자신의 몸에 새긴 것 정도로 생각했다. 새로운 사수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사회 2년 차 무렵, 나는 반팔을 입고 나타난 사수의 팔에서 엄청나게 많은 문신을 발견했다. 그 사수가 좀 멋있고 남자답게 생겨서였는지, 일을 잘해서 나에게 동경심 같은 것이 있었는지. 그의 팔에 새겨진 타투들이 꽤나 멋져 보였다. 사수는 바다를 동경했는지 닻, 방향타처럼 보이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따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나도 타투를 하면 저 사수처럼 멋져 보일 것 같았다.
타투를 발견 한 뒤 2-3주 동안 사수를 만나면 타투만 물어봤었다. "아파요?", "얼마 정도 해요?", "어디 가면 할 수 있어요?", "언제부터 타투하셨어요?" 금액만 괜찮다면 카드의 도움을 받아 당장 다음 주에 하고 싶었다. 하지만 타투는 한 번 몸에 새기면 절대 지울 수 없다는 걸 사수는 강조했다. 사실 그것보다 타투 한 번 하는 가격이 당시 내 월급의 1/4 정도 됐었기에 나는 금세 포기했다.
사수의 팔에서 타투를 발견한 지 두어 달이 채 안됐을 무렵, 나보다 연차가 높은 경력직이 입사했다. 여자였고 나보다 2-3살 많아 보였다. 처음 그녀가 사무실에 등장한 날, 나는 팔부터 목까지 둘러싼 타투들에 압도당했다. 그녀의 타투에 압도당했던 당시 기분은 싫은 감정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사람이 둘이나 생겼다는 기쁨이었다.
우리 셋은 금세 친해졌다. (*맞죠...? ㄱㄹ이형, ㄴㄹ누나..)
돌이켜보니 작은 순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