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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 Jan 15. 2023

서울 토박이의 전원주택 구하기 - 13

Tokyo, Tokyo and Tokyo...

어느새 여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한가운에서 접속을 하게 됐다. 돈은 계속 벌고는 있는데 왜 전체 자산은 줄어드는 건지.. 2022년은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들이 많은 한 해였다.

그리고 2023년, 새로운 해를 맞이해 이직을 했다. 이직을 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회사가 작다 보니 여기에서 오는 아쉬움들이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 회사를 다닐 거면 큰 곳을 다녀야지" 하는 마음에 의도적으로 이름값이 꽤 높은 회사로 옮겼다. IT는 역시 판교지.


마지막 글이 7월이었으니, 하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 하반기에는 대외 컨퍼런스 보다는, 대내업무를 위한 출장들이 주로 있었는데 대부분 도쿄로 향하게 됐다. 사실 일본은 개인적인 관심과는 별개로 여행을 가본 적이 한 번 밖에 없었는데, 아마도 일본은 주요 관광지가 바다와는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도심 관광을 가기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안 내켰기 때문일 거다.


하네다 공항. 2시간 비행은 확실히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7월 9월 10월 각각 짧게 갔었던 도쿄출장은 일본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이젠 서울과 비교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지는 물가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대내업무를 위한 출장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편한 일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중 인상적인 건 역시 일본의 집값이다. 3번의 출장 모두 시부야 인근에 묶었는데, 역에서 차로 한 10분 정도? 들어가니 한적한 주택가가 보였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다닐만한 정감가는 골목길 사이로, 애니에서 볼만한 일본의 2층 가정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골목들이 참 반갑더라.


시부야 인근의 예쁜 주택가 단지. 서울이었음 다 재건축 대상?이 되었을 듯싶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주택가가 나름 고급주택가라고 하는데 매매가로 보면 6~7억 정도라고 하더라. 헐랭.. 도심 한복판 2층집이 6~7억이라고? 그런데 이 가격에도 젊은 세대들은 집을 잘 안 산다고 하더라. 한평생 집값이 오르지는 않고 심지어 떨어지는 것만 보다 보니 그렇다고 하는데, 글쎄.. 일본을 좋아하는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직장만 구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일본에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살았거나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연봉 측면에서도 한국이 일본과 근접하거나 2~3년 차 정도까지는 한국이 더 높다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오히려 돈은 한국기업에서 벌고, 일본에서 쓰면 물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쳐갔다. 실제 마트에 갔을 때 채소, 과일 등은 한국보다 저렴했고, 집을 살 때 저리로 집값의 100% 대출이 나온다는 점도 이런 점을 뒷받침해주는 것 같았다.


들은 얘기로는 일본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 느린 행정절차, 지진으로 인한 부족한 난방시설로 인한 끔찍한 겨울생활, 그리고 좁은 실내공간 등으로 한국 사람은 몹시 불편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글쎄.. 깨끗한 거리와 조용한 동네,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하늘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문제는 선택의 문제 아닐까 싶다.


상당히 깨끗했던 주택가 도로. 조용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없어서인지 도심임에도 훨씬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들을 다니며 꼭 도심에 살 필요는 없구나라는 생각도 했고, 그래도 종종 회사에 나갈 일은 생기고 도심 인프라의 편리함을 느낄 때면 역시 서울 도심이 좋구나.. 생각도 한다.


글쎄, 지금까지 정리한 생각은 이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10억~15억원의 돈을 집 장만에 사용하는 건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구매할 돈이 없기도 하지만, 있다 해도 다소 한정된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안 할 수가 없다. 현재 직장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판교와 가까운 강남 보다는 경기도 광주, 양평 등지의 다소 낡은 단층집이라도 따뜻하게 수리해서 장만하고 남는 자금은 물가와 렌트가 저렴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몇 달씩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일본도 포함해서.. 하하.


올해 2월, 그러니 한 달 정도 후에는 미국으로 이민 가셨던 아버지 친구분이 양평에 집을 장만하러 귀국하신다고 한다. 예전 미국에 출장 갔을 때도 잘 챙겨주셨던 분인데, 들어보니 2억 원대의 낡은 집을 찾는다고 하신다. 아마 양평 중에서도 다소 안쪽이며,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은 아닌 진짜 시골집을 찾으시려는 것 같다. 글쎄 생각을 다소 바꿔보면, 어쨌거나 감당할 수 있는 자금으로 아지트?를 마련할 수 있다면 나도 빚을 좀 얻어서 장만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경우 직장 때문에 서울살이가 필요할 경우 저렴한 오피스텔에 월세를 구해도 되고, 정말 태국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도 월세가 두배로 나가는 것은 아니니 부담도 적고..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결혼을 하고 배우자의 생각이 다를 경우 또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그건 그때 고민해도 괜찮겠지.


도쿄 인근 가루이자로 가는 길에 찍은 시골 풍경. 아름다웠다


그동안 내 자신감의 원천이었던 계좌는 기존의 10%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투자는 하고 있고 재기를 생각하고 있다. 대신 좀 더 체계적으로 '저금'이라는 것을 하게 됐는데, 올해는 매월 40만원 정도를 따로 여행용으로 모아둘 계획이다. 이번에 판교로 이직한 회사는 사전에 협의만 되면 몇 주 정도는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데, 바로 이를 위해서다(이 제도는 일단 시험적용인데, 올해도 제발 이어지기를 빌고 있다). 이번 이직은 총 2개 회사를 최종 후보에 올려두고 고민했었는데, 연봉 및 기타 조건, 집에서 사무실까지 거리 등 모든 조건이 지금 회사가 밀렸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는 재택근무와 더불어 해외근무 선택지가 크게 작용했던 만큼 올해 몹시 기대되는 이벤트라고 볼 수 있겠다.


일본 특유의 자판기 및 시부야 '미야시타 공원' 전경


이경우 1년간 약 500정도가 예산인데, 기회가 되면 일본에서 한 달 정도를 보내보고 싶다. 지금 생각으로는 해변 앞에 있는 오키나와에서 보내고 싶고, 기회 되면 휴가를 내서 도쿄에도 다시 가보고 싶다. 일본 특유의 편의점, 한적한 골목길, 시부야의 시끌벅적한 밤거리도 너무 좋은데, 같이 출장에 동행했던 동료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유행에 둔감한(어디까지나 한국에 비해) 사람들도 좋다고 한다. 한국은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건데, 저 미야시타 공원에 가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일본이 이런 소소한 전경들이 마음에 든다


2년 정도 진지하게 내가 어디서 살지를 고민하면서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바다를 앞에 두고 살고 싶고, 또 빨리 은퇴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건 변하지 않았다. 반면 끝내주는 꿈의 집을 짓고 살거나, 강원도 양양에 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다소 옅어졌는데, 이는 한국의 4계절로 인해 1년에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날은 겨우 4~5개월 정도고, 그마저도 여름휴가철의 복잡함을 생각하면 한국 해변의 매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집 짓는 돈을 아끼고, 해변이 그리울 때는 푸켓, 후아힌, 라용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에서 3~4개월을 보내고 한국의 집 장만은 다소 타협을 할 생각이다. 물론 결혼과 육아 등을 고려하면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내가 양평에 집을 (저렴하지만) 장만해 둔 상황이라면 아기가 학교를 다니기 전까지는 유지가 가능하겠지. 만약 집 값으로 3~4억을 절약하고, 이 돈을 1년에 배당포함해 약 8%로 운용할 수 있다면 2,500~3,000만원 정도 수익이 된다. 이러면 1년에 3~4개월 동남아에서 보내는 비용이 충분히 가능하며, 수익에 따라서는 하와이도 가능할 것이다. 아버지 친구분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잘 아시던 교회 장로님이 한국으로 돌아와 양평에 자리를 잡으셨는데, 아직도 인근 동네에 2억 원 미만의 집들이 많다고 한다. 한 1억 8천만원 대출이 나온다면, 어지간하면 장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계산해 보면 이자 5.5%로 월 350만원으로 5년에 갚을 수 있다고 하는데, 막상 5년 생각하면.. 내가 5년간 지금 회사에서 안 잘리고 다닐 수는 있나 하는 걱정도 있다.




도쿄 시부야에서 만났던 예쁜 purple sunset.


이번 주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너의 이름은' 애니메를 다시 보았다. 여전히 재미있었는데 이 중 타키군이 했던 말이 유독 마음에 맴돈다.


Wherever you are in the world, I'll search you


과연 다음 달 보게 될 양평의 시골집이 내 마음에 들게 될지, 혹은 올해 어디서 운명적인 장소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그저 그날이 빨리 오기를.


그리고 기다려진다. 올해 하반기 한 달 정도 지내기 위해 따로 저금까지 하며 벼르고 있는 푸켓, 오키나와에서의 the beach life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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