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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 Oct 15. 2020

서울 토박이의 전원주택 구하기 -1

아파트 이야기


주택에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유년기 때를 충정로 소재의 한옥에서 살았고, 초등학교 중반부터는 부암동에 있는 빌라단지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었기에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더욱이 중, 고등학교의 같은 학군인 청운동, 신영동, 평창동, 구기동 등도 지역 특성상 주택 혹은 빌라들이 대부분이기에 높은 아파트를 보고 자란 기억이 적었다. 다만, 이러한 생각들은 마음속 한편에 담아둔 것일 뿐 진지한 생각을 한 건, 좀 더 나이를 먹은 후였다.

보통 이런 빌라나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파트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기 시작 한때는 회사를 다닌 지 몇 년이 지난 2008년 봄부터였다. 여의도에 있는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할 때인데, 워낙 출근도 빠르고 밤샘도 많아 출퇴근이 가깝기를 원했고, 또 독립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당시에도 여의도 아파트들은 가격이 좀 있었고 차선책으로 마포구 도화동에 혼자 사는 동료들에게 물어봤는데 당시 삼성아파트 2차의 작은 평수 가격이 5억 좀 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기억일 뿐 정확하지는 않다). 당시 집에서는 독립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나 역시 높은 대출금이 부담되기도 하고 그때만 해도 해외 MBA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매매에 나서지는 않았다


사실 지금에야 저 가격이 싸 보이지, 취업준비가 한창이던 2006년에도 취업스터디 멤버들끼리 서울 아파트 가격이 거품이냐 아니냐를 두고 토론이 있었을 정도로 낮은 가격이 아니었다(실제 면접에서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들이 나오곤 했다). 거품이다 아니다 한창 말들이 많았는데, 당시 누가 PIR 지수라는 학생입장에서는 쪄는 통계를 가지고 와서 종결을 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는 부부가 10년 정도 아끼고 열심히 모으면 대출 끼고 집 정도는 살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인식인데 PIR이 20이 넘었으니..


PIR이 2006년에 약 23~24 정도로 보이는데, 이는 소득을 23~4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
OECD HOUSE PRICE. 당시 그렇게 비싸보였던 집값도 OECD 국가들 사이에서는 평균적이었다 (2006년 당시 기준)



물론 국가 비교를 위해 종합한 매매가격지수가, "아파트"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특징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건, 훗날 리서치업무를 어느 정도 배우고 난 후에 알게 된 부분이다.




다시 아파트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도화동에 대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후 시간이 조금 흘러 2008년이 됐고, 나는 금융위기로 인해 주택과 주식시장이 회복되고 이에 따라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기대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전에 봤던 도화동을 비롯해 기타 지역 아파트 가격을 찾아봤는데, 훌쩍 뛴 높은 가격에 이질감이 들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의 뉴타운 정책 등이 언론에서 화려하게 조명됐고, 송파구의 대규모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등 아파트 이야기들이 한창 떠들썩할 때였는데, 강남이야 그렇다 쳐도 다른 지역까지 이렇게 비싸?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시기다.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아파트는 대부분 아래와 같은 이미지, 도심에 건조하게 자리 잡은 회색 고층건물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전형적이 아파트 전경.



지금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부터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았고, 직장도, 업무도 주식시장 전면에 배치되면서 부동산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은 주식시장에 몰입했던 탓에, 아예 2008년 이후의 역대급 아파트 상승을 알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던 탓이 크다.                            


최근에서야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의 화두에 아파트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내 질문은 주로 "아파트 살면 뭐가 좋아?"인데, 대부분의 답변이 "편리해서"란다. 다만, 솔직한 대화를 좀 더 하다 보면, 결국에는 가격상승을 노린다는 게 기본 전제라는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치안도 좋고 마트나 편의점도 가깝고(그리고 재산가치도 나중에 오르고)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애들 결혼시키고는 한적한 전원주택에 강아지 한두마리 키우면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어차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노후에 은퇴자금은 충분하니까)라는 게 내 주변 30대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아파트 전경. 아무래로 아파트는 내가 살 집은 아닌것 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 때부터 시작한 주식투자를 바탕으로 결국 투자를 업으로 삼게 된 직장인의 관점에서는(그것도 자신감이 넘치던) "자산 증식은 다른 투자로 하고, 집은 살고 싶은 집을 사는 거 아니야?"라는 게 강했다. 이러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몇억씩 대출을 받아서 뼈 빠지게 갚고, 그동안 너무 힘들어도 직장도 마음대로 못 관두고, 그거 다 갚고 나서는 내 청춘은 어디 갔지?'라는 두려움이 있다.



언젠가 전원주택에 살거라면, 좀 일찍 시작하면 안될까?



거기에, 경치 좋은 부암동의 주택이 12억인데, 일반 아파트 26평이 10억원이 넘는다는 건 내 경험상 사실 여러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다. 뭐 YOLO 까지야 아니지만 "60살의 1년보다야 30살의 1년이 더 가치 있다" 이런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언젠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면 좀 일찍 시작하면 어때? 라며 아파트 가격 상승의 반작용이 더욱 거세게 다가왔다.


그래서, 막연한 주택의 선호도와 함께 바닷가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20살 이후부터 품어온 소망을 이제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예산문제, 직장문제 등이 첩첩해 있지만 결과를 비교해볼 경우 "평생의 숙원 달성 vs 시골에 빈 집 하나 가진 빈털털이"라면 평생의 숙원달성이 좀 더 나은 거 아닌가?  이러다 서울에 대출 껴서 집 사고 나중에 환갑이 돼서 시골 가면 그건 유배고, 묫자리 찾아가는 것 밖에 안될 것이다. 반면, 빈털터리라 되더라도, 적어도 따뜻한 나만의 집은 남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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