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말뚝
소녀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생각했어요.
지금껏 소녀는 소녀가 이룬 것들이 혼자 잘나서 된 것들인 줄 알고 의기양양했었어요.
하지만 언제나 소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보살핌이 있었어요.
소녀는 어떤 순간에서도 혼자가 아니었던 거예요.
소녀의 인생은 소녀 혼자의 것이 아니었어요.
<꿈을 숨기고 사는 자들의 마을>에서는, 적어도 소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을 만큼 잘 살 수 있었어요.
소녀의 실패로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소녀의 초라해진 모습으로 그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것이 소녀의 말뚝이었던 거예요.
한참을 대문 앞에서 서성이던 소녀는 결국 발걸음을 돌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