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쿠바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
7개월, 그동안 나의 위로가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하늘, 구름, 바다 그리고 이 곳.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곳인데,
나의 마음을 꽤나 지치게 했던 그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저녁 여섯 시, 여섯 시 반쯤 가서 하얀 천막 밑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고
하얀빛 부드러운 피냐 콜라다 한 잔 시켜놓고 조금 기다리다보면
어스름이 깔리고 서서히 조명이 꺼지는 듯 세상의 빛깔이 가라앉는다.
내 마음도 그에 따라 천천히, 살랑살랑, 평화로이 가라앉는다.
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짙어지는 색에 아쉬워오다가도 그 어둠이 반갑다.
어둠 속에 나를 조금은 숨길 수 있다.
이 곳에 나는 꽤 여러 사람을 데리고 왔다.
내가 좋아하는 쿠바,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그 사람도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내가 아끼는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은 나의 작은 비밀을 살짝 보이는 느낌이기도 했다.
사실 내가 사랑하는 이 공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태도 때문에 이 곳을 소개하여 준 것이 후회가 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 앞에서 순수한 얼굴로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 얼굴을 보는 기쁨은 나의 것이었고.
갑자기 비가 세차게 온 날, 너무 비가 들이닥쳐 양 옆에 천막을 내려야 했던 그 날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도, 하늘도 천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느낄 수 있던 것은 오직 소리뿐이었다.
그런데도 울렁이는 파도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다면, 오히려 그 여느 때보다도 바다와 하늘이 가깝게 느껴졌다면, 대자연의 품 한가운데 들어있는 듯 포근하게 느껴졌다면, 내가 잠시 꿈을 꾸었던 걸까.
그즈음 유난히 조급한 마음에 조금 방황했던 나는,
소나기가 왔던 그 날 함께 갔던 사람들의 말 한마디 덕에 나쁜 마법에 걸렸다 풀린 듯 잃어버렸던 방향을 다시 찾았고
다시 한번 마음이 뭉클해져 돌아오는 길, 조금 먼 듯한 거리를 가벼이 걸었다.
아-
눈 감으면 보이는
그림 같은 구름이 떠있다가
총천연색으로 물들다가
모든 것을 삼킬 듯 어두컴컴해지다가
총총히 떠오르는 별이 있는 그곳은
나의 그리움의 총집합,
나의 작은 공간,
나의 작은 기쁨,
나의 작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