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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리 Nov 02. 2017

독일 복지 정말 괜찮은 걸까?

독일 학생 생활비 지원제도 Bafög


독일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중 "G8 국가 중 우리가 가장 많이 배워야 할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설문에 한국인의 1/3이 독일이라 응답했으며, 이민국가가 아님에도 독일로의 이주를 꿈꾸는 한국인의 수는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독일의 복지는 정말 괜찮을까요? 독일 서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과 동기 한 명이 집세 두 달 밀리고 통장엔 4유로 밖에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과게시판에 올렸다. 다른 동기들이 열심히 방법을 찾아줬다. 학교에는 급히 돈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위한 무이자 급전대출 창구가 있고, 다양한 상담창구도 열려있다.


네 시간 후에 다시 글이 올라왔다. 너무 힘들어서 학교를 관두겠다고. 저소득층이 대학 다니는 방법 정말 없는 거냐고. 부모님이 전혀 도와주지 않는 상태이고, 어떤 사정인지 모르지만 국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먹을 것이 급하면 연락하라는 다른 동기의 댓글에, 먹거리는 모두 동네슈퍼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식재료를 가져다 해결하니 괜찮다고 했다. 주변의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형 슈퍼마켓이나 빵집 등에서 팔고 남았거나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는 식재료들을 받아서 생활한다. 수많은 학생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말 대책이 없는 걸까?


남은 음식 나눔 food sharing 단체의 활동 | 이미지 출처 aktionagrar


학생 생활비 지원 Bafög


독일에는 바푁(Bafög)이라고 부르는 대학생 지원제도가 있는데, 상황에 따라 저이자 장기상환으로 금액의 반만 상환, 전체 자금 지원 등으로 나뉜다. 성인이 되면 독립하는 인구가 많은 독일에선 대학에 가는 아이들이 이 바푁제도를 통해 매달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기본 액수는 399유로(52만 원), 거기에 월세 보조비 최대 250유로(33만 원) (부모님 집에 살 경우 52유로(7만 원)) 그리고 학생 의료보험비 86유로(11만 원)이며, 자녀가 있는 학생인 경우 한 아이당 130유로(17만 원)가 추가로 지원된다. 여기서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감액이 결정된다. 그리고 학생인 경우 자녀수당인 킨더겔트(Kindergeld)가 만 27세까지 부모에게 지급되며 2017년 현재 기준으로 약 190유로(25만 원)이다. 대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는 보통 자녀수당을 독립한 자녀에게 보낸다. 즉, 바푁 혜택을 받는 독립한 학생의 경우, 어차피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의료보험비를 제외하면 한 달에 최대 839유로를 집세 포함한 생활비로 쓸 수 있다. 원화로 110만 원 남짓한 액수다.

Bafög 신청서 | 이미지 출처  FotoDB.de


잘 알려진 대로 독일 국공립대학은 학비가 없으므로, 베를린처럼 교통비가 꽤 비싼 지역을 예로 들어도 학교에 납부해야 하는 등록금은 학기당 약 300유로(39만 원)이다. 이 중 약 200유로(26만 원)는 어차피 한 학기 내내 베를린과 주변 외곽지역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프리패스 교통권이다. 이 학생 교통권(Semesterticket)이 있으면 보통은 추가금을 지불해야 하는 자전거 탑승도 무료로 가능하다. 나머지 금액은 학생식당 지원비, 학생회비 등으로 쓰인다. 월 50유로(7만 원) 상당의 교통비 포함된 등록금에, 학교 공부에 필요한 서적이나 물품 구입비까지 더하면 월 100유로(13만 원) 정도가 학업에 쓰이는데, 저소득 학생의 경우 교통비를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전히 어려운 독일 학생들


베를린 기준으로 요즘 학생들이 모여 사는 플랫 셰어 방 하나에 평균 월세가 400유로(52만 원)에 이르며, 베를린에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가고 있어 월세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바푁 혜택을 최대치로 받는 대학생의 생활비 중 반은 월세에 쓰인다. 남은 돈으로 빠듯하게 살 만한 액수다. 한국처럼 전세나 반전세 개념이 없기 때문에 월세가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독일 서민들은 수입의 1/3 정도를 적정한 월세 금액으로 본다. 독일의 학생복지는 아주 넉넉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생활비는 보장한다. 그런데 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을까?


일단 바푁을 받을 수 없거나 신청 과정에서 서류 제출 및 심사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이미 학업을 시작했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많다. 계산법에 따라 부모의 실질소득이 저소득층에 가까운데도 바푁 액수가 적어질 수 있다. 독일 관계부처에서 제시하는 한 예시에 따르면, 아버지가 주부이고 홀로 경제활동을 하는 어머니의 총 세후 월소득이 2000유로(260만 원) 상당이며, 동생이 직업 교육받으며 받는 임금이 700유로(91만 원) 상당인 4인 가족의 경우, 학업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대학생 "한나"의 바푁 지원금은 약 130유로(17만 원) 정도 감액되어 실제로는 월 518유로(67만 원)를 받게 된다. 이 중 반인 259유로(34만 원)는 한나가 졸업 후 5년이 지난 시기부터 무이자 상환해야 한다. 부모의 소득이 이보다 높을 경우 실수령액이 너무 적어서 바푁 수령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바푁 수급을 기대하고 오래 기다렸지만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바푁 신청하면서 어릴 때 헤어져 소식도 모르던 아버지와 껄끄러운 재회를 해야 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아버지를 찾고, 연락이 닿아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하필 아버지의 소득 수준이 기준 이상으로 높았던지라 바푁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렇듯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닭에, 바푁 진행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학업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의 주된 대화 주제가 된다. 그들 대부분은 이제 막 19살이다. 받게 되는 보조금 액수가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고, 보조금의 반은 졸업 후의 빚이 된다. 부모에게서도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인데 오랜 심사를 기다린 후 바푁도 온전히 받을 수 없다는 결과를 듣게 되면 학생 개인이 겪게 되는 충격이 상당히 크다. 나중에 들으니 학교를 관두겠다던 동기가 이런 경우였다고 한다. 성인이니 더 이상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부모님 집에서 나와 몇 주를 버티며 바푁 결과를 기다렸는데, 그날 오후 전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거나 형편이 어려운 집안의 학생이라면, 자녀수당인 킨더겔트 조차 해당 학생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심사를 기다리는 몇 달 동안 빈곤상태에 놓이는 학생들이 많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도 국가지원을 받을 수 없거나,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제도 혜택은?


그럼 저소득층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소위 “하르츠 4”라고 불리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제도는 어떨까? 하지만 대학생인 경우 바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지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으려면 학교를 관두고 국가에서 강제하는 직업교육을 받는 등,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한번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거기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사회에서의 낙인과 자존감 하락 등이 그 이유로 알려져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제도에 대해선 다른 편에서 더 자세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등록금은 무료지만


독일은 국공립 대학 등록금이 무료이며, 선발과정 없이 진학할 수 있는 전공들이 몇 개 있기 때문에 대학 교육의 기회 또한 상대적으로 쉽게 주어진다. 2015년 기준으로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58,3 % 이며, “모두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 한다는 복지국가 독일의 사회 분위기에서는 학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사회 복지제도에 대한 기대치도 크다. 그러나 온전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 누적된 가난에 대한 피로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절망으로 변하기도 쉽다. 복잡한 사회복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인이 되자마자 빈손으로 사회에 내몰리기도 한다. 독일 학부생은 보통 매 학기 30학점을 수강하고, 모자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파트타임 노동을 한다. 바푁에서도 월 450유로(59만 원) 이하의 부수입 활동은 허용하고 있다. 국가 지원금 외에 필요한 실제 생활비 적정선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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