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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Sep 16. 2023

실업률 상승 없는 인플레 압력 완화! 어떻게 가능했나?

폴 크루그먼(2023.9.11)

최근 발표된 미국 인플레 지표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안도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반등 영향으로 헤드라인 인플레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이른바 '근원 인플레'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해서 이런 현상이 출현했는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 교수는 "공급사슬망의 병목 현상 완화"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합니다. 보다 자세히 이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Opinion | How the U.S. Economy Is Taming Inflation Without a Recession - The New York Times (nytimes.com)


***


올해 초 많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는 불황을 유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채권시장의 유명한 전문가는 기저 인플레이션이 최소 4.5%에서 고착화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Inflation will be sticky around 4-5%: Mohamed El-Erian (cnbc.com)



이러한 기대치를 감안할 때 최근 인플레 압력 완화는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국내총생산과 일자리 모두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근원 인플레는 4%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근원 인플레(CPI less food and energy)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항목의 물가 상승률을 측정한 것입니다. 


Consumer Price Index Summary - 2023 M08 Results (bls.gov)



물론 앞으로 몇 달 동안 주로 기술적 문제와 관련된 몇 가지 충돌이있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오를 수도 있고, 집세 물가가 갑자기 튀어오를 수도 있죠. 그렇지만, 올해 인플레 압력이 완화되는 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제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골디락스(저물가 속의 안정성장)가 출현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루즈벨트 연구소의 마이크 콘찰 (Mike Konczal)의 중요한 새 논문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인플레이션이 왜 그렇게 빠르고 고통없이 하락했는지 설명 할 수있는 두 가지 주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비선형 필립스 곡선"이라는 사랑스럽지 않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평상시에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음(-)의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관계가 매우 약합니다. 즉,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아주 많이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2022년처럼 경제가 과열되었을 때에는 연준이 조금만 금리를 인상해 (실업률을 높여도) 인플레를 크게 약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부연 설명하자면, 녹색 점(1999~2017년)이 평상시를 나타냅니다. 이때 빈 일자리 대비 실업자 비율이 높아질 때, 다시 말해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인플레 압력이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그 형태는 수평선에 가까운 완만한 우하향 곡선이었죠. 


그런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가 과열되면서 또 다른 필립스 커브가 출현했습니다. 그림의 붉은 점(2021~2023년)이 그것인데요. 굉장히 가파른 필립스 곡선이 출현했습니다. 빈 일자리에 비해 실업자의 비율이 1 미만으로 내려가는, 즉 근로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경제 환경이 출현한 후 인플레 압력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던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2023년 접어들어 빈 일자리 대비 실업자 비율이 1을 넘어서자 마자 인플레 압력이 둔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극도로 과열된 노동시장 여건이 진정되자 경제 전반의 인플레 압력이 낮아진 것입니다. 


Reducing Inflation along a Nonlinear Phillips Curve | San Francisco Fed (frbsf.org)



이 주장도 흥미롭지만, 다른 추론이 가능합니다. 저는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지속되면서 2023년 초까지 인플레 압력이 높아졌지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종결 등으로) 세계 경제가 마침내 정상화된 것이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뉴욕 연은에서 발표하는 '공급사슬망 압력 지수(GSCPI)'가 급격히 둔화된 것이 이를 입증합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시행으로 빚어진 세계적인 병목 현상이 최근 급격히 진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Global Supply Chain Pressure Index (GSCPI) -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newyorkfed.org)



두 아이디어 모두 진실이있을 수 있습니다. 비선형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약간만 상승해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는 공급사슬망의 병목 현상 완화가 인플레 압력을 약화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비관론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눈에 보이는 비용 없이 하락했다는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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