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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화과프로세코 Jul 25. 2022

부치지 않을 편지

나 자신이 자랑스러운 순간에 당신 생각이 나네요

6시에 일어나 은지와 달리기를 하고, 아파트 정자에서 편의점 커피와 빵집에서 사 온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은지는 중학교 때, 이 정자가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던 아지트 같은 장소였다고 말했습니다.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당신에게 할 말이 생각나 알몸으로 편지를 적고 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내고 싶었던 첫 책이나 왔습니다. 사실 나온지는 몇 주가 지났지만, 책을 다 읽어보지 않았고, 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지레 미루고 있었습니다. 어제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 책을 읽고, 부끄러움과 이상하리 만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첫 책이라 뿌듯한 마음도 있고, 생각했던 만큼 잘한 것 같지 않아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전자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습니다.


가끔 당신 생각이 납니다. 전화를 해볼까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을까? 어색할까? 이런 것들은 따로 시간을 낸다기보다는 변기통앉아 찰나에 충동적으로 드는 생각이니 너무 고마워하지도, 감동스러워하지도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렇지. 괜한 생각이지.’ 하며  충동을 다시 접어 놓습니다. 버리지는 않고 가슴 한편에  넣어두었습니다. 이미 당신과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다시 대화를 한다면 그때 답변을 듣기로 하지요. 그때까지는 당신이 이런저런 일을 거쳐 결국엔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바라겠습니다. 이럴 때면 당신이  타국에 있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모든  그랬듯,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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