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언제나 꽃이 폈지만 그래도 봄은 봄스럽게 꽃이 핀다
9월이 되고 공식적으로 뉴질랜드에 봄이 찾아왔다. 겨울에 잠시 들렀던 해변마을 파이히에서 "추운" 뉴질랜드의 날씨에 불평하며 동시에 뉴질랜드의 겨울 기간은 언제인지에 대한 토론을 했다. 나는 계절이 3개월마다 바뀌니 6,7,8월이 지나고 9월이 되면 봄이 올거라 했고 생강은 차가운 공기와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거라며 더 오래 지속 될거라 했다. 카메라에 기록을 하며 누가 맞는지 내기까지 하자고 이야기 했었는데. 훈내가 나는 9월을 맞이하게 되었고 결국엔 내 말이 맞았다고 용용죽겠지. 상대방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은 내기에서 혼자 승자라며 좋아라한다. 내가 봐도 쩨쩨하다.
이 곳에 봄이 찾아왔음은 일상의 작은 무의식적인 변화들로도 알아차릴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녁식탁에 맥주가 등장하는 밤이 잦아졌고, 히터를 키고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등목에 땀이 송글 먖혀있을때도 있다. 같이 사는 일본친구 마사가 일터에서 얻어다 준 시금치와 상추의 모종을 심었는데 잎파리는 알 수 없는 정체가 밤새 다 뜯어먹고 귀여운 노란 꽃이 피어올랐다. 겹겹이 껴입고 시작하는 일터에서 겉옷을 벗어 던지는 시간이 당겨졌다. 새로이 옮긴 일터에서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수선화가 반갑고 어여쁘며 여느 봄꽃과 마찬가지로 맘을 설레게 한다. 노랗고 하얀 수선화가 함께 자매처럼 피어 있는 것을 보고 하얀 수선화가 있는 지 처음 알게 됐다. 논밭의 옆에 있던 나의 초등학교. 봄이면 온기를 타고 날아오는 구린 비료냄새가 타임머신을 타고 온듯이 꼭 같은 냄새가 포도밭 봄기운을 돋구어준다. 사실 이 비료냄새는 취두부의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해서 연초의 대만여행을 소환해주기도 한다. 더 이상 차안에서 휴식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 해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스러운 것인지 매 봄마다 깨닫게 된다.
뉴질랜드 봄은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찾아왔다.
벌써 뉴질랜드에 온 지도 반 년이 된다.
여행하면서 낯선곳에서 느끼는 일상스러움을 나눕니다.
글을 쓰고, 영상 기록을 하고 현재 뉴질랜드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