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엄마랑

괴물이지만 엄마입니다 4화

by 한이음



나는 참을성이 없다.


특히 똑같이 반복되는 상황에 유난히 약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사실을 거의 매일 확인한다. 오늘도 그랬다.


“얘들아, 이제 씻으러 가자.”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말.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이들은 여전히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씻자’라는 단어가 들리는 순간, 마치 몸을 얼려버린 것처럼 그대로 멈춘다.


오늘은 그래도 샤워까지는 넘어갔다.
문제는 양치였다.
양치만 남으면 꼭 전쟁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하기 싫다고 온몸으로 버티고
나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오늘 쌓였던 피로와 감정이 동시에 터졌다.


“진짜 못 참겠다! 지금 안 하면 나 화낼 거야!”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아— 또 이렇게 말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때 아빠가 말했다.


“그럼 아빠랑 하자. 아빠가 양치시켜줄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그리고 그 작은 입에서 아주 조용히, 그런데 꼭 붙잡는 것처럼 튀어나온 말.


“…엄마랑…”

이 놈의 ‘엄마랑’.


왜 내가 화를 내고 돌아서야
왜 ‘아빠랑 해’라는 말이 나와야
그제야 나를 찾을까.


왜 그 순간에만 꼭
엄마를 부르는 걸까.


화를 낼 수밖에 없게 만든 것도
그 화를 무너뜨리는 것도 결국 아이들이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이기 전에, 그냥 사람으로 흔들린다.


오늘은 그래도 조금 달라지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다.


“하던 거 마치고 양치하러 와. 엄마 기다리고 있을게.”


놀랍게도 아이는 정말 놀이를 마치고 나에게 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뿌듯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둘째가 또다시
“안 해!!”를 외치며 달아났다.
그리고 내 발작버튼은 아주 정확하게 눌렸다.


나는 어른이지만
항상 어른답게 굴지는 못한다.

“육아는 나의 민낯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자리다.”


사랑을 잘 건네지 못하는 날도 있고
이해보다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날이 더 많다.


그럴 때면 문득 무섭다.
이 아이들이 나처럼
감정을 다치게 쓰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내가 그걸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서 매일 다짐한다.
내일은 한 번 더 참아보자고.
오늘보다 조금 더 안아보자고.


하지만 그 다짐이
한밤중 아이의 “엄마랑…” 한마디에
또 흔들리겠지.


그렇게 나는
괴물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오늘도 겨우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