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지만 엄마입니다 - 5화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퇴근길엔 아이들과 놀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온몸으로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이제 육태기가 끝났나 보다.’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즐겁고 여유로웠다.
그런데 저녁을 먹기 직전, 다시 터지고 말았다.
“장난감 던지지 말랬지!”
우르르 장난감을 바닥에 내던지는 아이에게 화가 치밀었다. 몇 번을 약속해도 듣지 않는 모습을 보니 실망감이 몰려왔다.
기운이 쭉 빠졌고, 나도 모르게 짜증이 튀어나왔다.
내가 언성을 높이자, 아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울음을 터뜨렸다.
악을 쓰며 우는 아이의 두 팔을 잡고,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화는 났지만, 오늘은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엄마가 오냐오냐하니까 애가 버릇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화내지 않았다.
아이의 울음이 가라앉기를, 그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전쟁이 끝난 듯 보였다.
그 순간부터, 내 안에 남은 감정이 문제였다.
몸은 지쳤고, 머릿속은 복잡했다.
퇴근 후에도 할 일은 산더미였고, 내 마음엔 점점 여유가 사라져 갔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에게 샤워하자고 했더니, “안 해!” 하고 선언하듯 외쳤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샤워 거부’였다.
저녁 시간은 점점 늦어가는데, 나는 자꾸 지쳐갔다.
아이를 다그치기도 애매하고, 억지로 끌고 가기도 싫었다. “알겠어. 하고 싶을 때 말해.”
그렇게 말은 했지만, 속은 점점 타들어갔다.
몸도 마음도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 흘러갔는지
나는 자꾸 삐쭉삐쭉한 눈빛을 보냈다.
아이가 "엄마~" 하고 다가오는 순간에도, 차갑게 알은척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의 냉기에 아이도 기분이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그러던 중, 스티커 놀이를 하던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무너졌다.
아이도 오늘 상처받았구나.
엄마 눈치를 보고 있었구나.
나는 아이의 말을 듣고,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작게 말했다.
“엄마도 사랑해.”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잠시 뒤, 아이는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엄마, 샤워할래.”
그런데 나는, 아이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아빠랑 하자.”라고 말했다.
아이는 거실로 나갔고, 그 순간 불이 꺼졌다.
깜깜한 거실에서, 아이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분명 마음을 열고, 다시 다가와준 건 아이였는데
그 아이가 마주한 건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나는 재빨리 불을 켜고 거실로 나가, 아이를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샤워하겠다고 했잖아! 불은 왜 꺼!”
남편은 “하루쯤 안 씻어도 되잖아”라며 무심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아이가 왜 울었는지.
왜 내가 그렇게 울며 아이를 끌어안았는지.
아이는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엄마 왜 울어?”
“우리 아이한테 미안해서 울지.
너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 엄마가 너무 미워서 울어.”
그러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 사랑해.”
그 말 한마디에, 오늘 하루의 전쟁은 눈물바다로 끝났다.
나는 오늘도
삐쭉삐쭉 모난 마음으로 아이를 대했고
아이에게서 사랑을 먼저 받았다.
부끄럽고도 고마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