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잘 알려주는 은주누나의 사업 레시피 : 슬기로운 가격 결정법
요즘 TV와 휴대폰에서 뉴스만 틀면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현황’에 대한 신규 확진자 발생 보도에서부터 코로나 19와 관련된 다양한 뉴스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신종 바이러스는 발생 4개월여 동안 우리의 삶에 크나 큰 영향을 끼치고 놀랍도록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큰 변화는 바로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것이죠.
이제는 우리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
코로나 19 확산 초기, 급격한 수요 증가로 발생된 마스크 대란으로 인해 평소 한 박스에 3,000원 대에(50매) 구매할 수 있던 1회용 덴탈 마스크가 5만 원을 주어도 못 구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되는 것을 보며 코로나 19 발생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마스크 업자’라는 말이 돌 정도로 마스크 가격 폭등 현상은 굉장했습니다.
이렇게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마스크 가격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었죠. 평소보다 몇 배나 비싸진 마스크 가격을 보며 소비자가 분노에 찬 불만을 털어놓게 된 것입니다.
물론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에 관한 정책, ‘공적 판매 마스크 정책’을 내놓았고 현재까지 우리 국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본인 해당 요일에 1인당 최대 2매씩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는 평소 우리가 접하던 가격보다 비싸서 여전히 소비자들은 마스크 가격이 높아진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 학교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지면 상품의 가격은 올라가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지면 상품의 가격은 내려간다는 ‘시장의 논리’를 배운 바 있습니다.
사실 공급과 수요에 관련한 경제학 이론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정작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득이한 사태가 발생하여 가격 상승이 되는 것을 경험할 때면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가지요금이다, 폭리를 취하고 있다’라는 의심의 눈초리와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이 표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곤 합니다.
저는 금번 ‘마스크 사태’를 통해 마스크 가격이 급격히 폭등하는 현상을 경험한 소비자 반응과 공적 판매 마스크 정책과 같은 정부 규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장 가격’ 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가격 결정, 어떻게 하는 것이 슬기로운 가격 결정법일까요?
그래서 창업 잘 알려주는 은주누나의 사업 레시피에서
다룰 두 번째 주제는 바로 제품/서비스의 가격 결정법입니다.
이번에는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공급 관계에 따른 가격 변동 현상에 때때로 수긍하다가도 분노를 표출하는 소비자의 심리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대처하기 위한 슬기로운 가격 결정법은 무엇인지 한번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정책이 당연한 시장의 논리이며 이론이라는 것을 익히 들어 인지하고 있는 우리들은 왜 ‘마스크 대란’ 발생 시, 마스크 가격 상승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을까요?
저는 그 이유를 ‘인간 중심 경제학’을 주장한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람의 심리 또한 중요한 경제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라고 주장하는 이론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리처드 탈러는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한 철물점이 눈을 치우는 삽을 15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보라가 몰아친 다음 날 아침, 철물점은 그 삽의 가격을 20달러로 올렸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한가?'
부당하다 VS 인정할 만하다
일반인 집단과 MBA 과정의 학생 집단으로 나뉜 두 그룹에게 위의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인정할 만하다, 부당하다’ 라는 항목으로 선택하도록 한 이 설문에서, 일반인 집단의 약 82%가 가게 주인의 행동은 잘못된 선택, ‘부당하다' 라고 답변한 반면, MBA 과정의 학생 집단의 76%는 가게 주인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옳은 행동, ‘인정할 만하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공급이 한정적일 때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 인상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리고 ‘일어나야만' 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세상에 대체 어떤 인간이 눈보라가 몰아친 다음 날 아침에 눈삽의 가격을 올린단 말입니까?” 라며 가격 상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그 거래는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격 상승 현상에 대한 경제학도와 일반인 인식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어나는 것일까요?
리처드 탈러가 실시한 설문 내용과 같은 질문은 기본 경제학 강의에서 종종 등장하는데,
“공급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눈삽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증가했다. 가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 질문의 정답은 경제학적으로는 사람들이 눈삽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선까지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가격 인상' 이라는 결정은 눈삽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여 돈을 얼마든지 지불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그 물건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죠.
MBA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러한 이론을 학습, 경제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면서 어느 순간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잊게 됩니다.
이러한 차이는 수많은 경제학 이론을 섭렵하고 전문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은 기존에 본인들이 배워왔던 이론들을 바탕으로 눈삽 수요가 증가했으니 삽을 비싸게 팔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일반인들은 이론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폭설로 인해 마을이 처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발휘되어야 하는 인간의 도덕심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에 더 중점을 두고 판단을 했다는 것에서 가격 상승에 대한 반응의 차이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시장의 논리에 대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결정이 일반인에게는 당연한 결정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렇게 시장의 논리로만 가격을 결정하고 채택했다가 실패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1990년대 코카콜라 CEO 였던 더글라스 아이베스터(Douglas Ivester)는 어느 날,
“여름에는 콜라를 더 비싸게 팔 계획입니다.
더운 여름에 마시는 시원한 코카콜라를 찾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요!”
이 발언으로 인해 코카콜라 역사상 최연소 부사장을 거쳐 CEO 자리에 까지 오른 더글라스 아이베스터는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분노와 많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으며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시장에 논리에 따른다면 그의 가격 결정은 합리적인 방법이었지만, 기존 코카콜라의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는 ‘부당한 거래' 라는 인식을 줌으로 인해 그들을 분노하게 하고 코카콜라에서 떠나가게 만든 잘못된 가격 책정 법이었습니다.
위 사례에 근거하여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가, 창업가, 스타트업은 사업 아이템의 가격을 설정할 때 단순히 시장의 논리로만 가격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 더 신중하게 소비자의 마음과 대중의 반응을 고려한 가격 결정을 해야 된다는 이 어려운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줄 아는 역량을 갖추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코카콜라와 마스크 대란과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어떤 기업이든 수요가 일시적으로 치솟는 시기에 절대로 탐욕적인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인지하여야 합니다.
물론 최저 임금 상승 및 원자재 상승 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에 따른 부득이한 가격 상승에는 소비자도 ‘공정하다' 라고 느낄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공정하지 않다, 바가지다' 라고 느껴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윤창출이 최대 목표이기도 한 기업에게 사실 이윤 창출이라는 목표 외에도 ‘지속 가능한, 장기적인 사업 진행' 라는 목표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단기적인 이익만을 고려하여 가격을 설정하기보다는 고객들과의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방법까지도 고려하여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한번 바가지요금을 경험한 고객은 다시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은 그 고객을 넘어 수많은 잠재 고객들에게 까지 전달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장기적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수요가 높고, 고객들이 추가 요금을 지불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가치 이상의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이슈는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습니다.
평소라면 아무 때에라도 드럭스토어나 약국, 마트에 가면 구매할 수 있던 흔하디 흔한 마스크가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이 된 2020년 초봄.
갑작스러운 수요의 증가로 마스크 원자재 역시 부족한 상황에서 어쩌면 마스크 가격의 상승은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르지만, 기존의 구매 가격을 인지하고 있던 많은 소비자에겐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마스크 품귀 현상과 가격 폭등' 은 마치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 배신감과 함께 덤터기를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익숙하지 않은 이번 사태에 처음엔 모두 당황하고 어려웠지만, 세계 언론이 대한민국의 코로나 사태 대응 방식에 귀 기울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면 이 혼란 속에서도 우린 나름 ‘슬기로운 코로나 대처’ 를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 국민들이 참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사실 가격 결정은 제게도 너무나 어려운 숙제와 같은 일입니다. 원가와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면 가격은 비싸면 비쌀수록 좋겠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지갑을 열어줄 소비자를 생각하면 당연히 가격은 낮을수록 좋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마스크 대란을 겪으며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은 가격을 설정할 때에는 시장의 논리와 함께 감성, 도덕성과 같은 ‘심리적 요인’ 까지도 고려를 해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심리, 소비자의 심리 역시 중요한 경제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정말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수치적인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적인 요소까지도 고려한 결정이어야 하고, 그랬을 때야 비로소 소비자도 정당한 거래에 수긍하고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테니까요.
회사의 이윤 창출을 추구하면서도 위기 상황과 시장의 변화 등에 슬기로운 대처로 위기를 함께 이겨내는 것에 앞장서야 하는 것, 그것이 사업을 하는 기업가의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따라서 가격 정책에 있어서도 우리는 시장의 논리와 더불어 소비자의 심리까지도 고려하여 신중하게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참고 : 이번 글은 리처드 탈러의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의 일부를 발췌, 인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