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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온 Apr 05. 2020

12/52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다

그림과 함께 52주 프로젝트

트위터로 처음 사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연말쯤. 그때 당시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너무 현실과는 동떨어진 범죄에 내가 꿈을 꾸는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변명하자면 그때 당시 너무 바쁘기도 했고 정신이 없었다. 스쳐 지나가듯이 보고도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에이 설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런 일이? 같은 느낌 었던 듯. 다시 사건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나는 손발이 덜덜 떨리며 밥 한술 뜨기도 거북했다. 치안이 안전하다고 자위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알까? 적어도 이 땅에서 두 발 딛고 살아가는 절반의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안전한 일상을 위협받아가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26만 명이랜다. 26만 명이라는 숫자가 감이 잘 안 오신다는 분들께. 대한민국 택시의 수가 약 26만 대 정도 된다고 한다. 길 가면서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수의 택시를 보는가 곰곰이 생각해본다고 하면 적잖게 놀라게 될 것이다. 오늘도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몇 대의 택시를 봤는지 도저히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어림짐작을 하더라도 내 두 손으로 셀 수 없는 정도임은 틀림없었다. 쨌든 약 26만 명의 ‘그것들’이 성폭력, 성착취 영상을 보았다고 했다. 호기심에, 실수로 라는 단어를 이 끔찍한 사태에 붙이는 버러지들아. 그런 가벼운 단어는 내가 실수로 커피를 맥북 위에 쏟았다 정도에나 쓸 수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남이 폭행과 노예에 가까운 짓을 당하는 영상을 호기심에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몇십 만원씩 써가면서 그 더러운 방에 입장하려고 들지 않았을 거란 말이다. 그게 어떻게 호기심이 될 수 있고, 실수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다. 2020년이 된지는 벌써 3개월이 지나간다. 말만 들어도 시민 의식이 성장했을 것 같은 날짜에 N번방 사건이 터졌다. 이것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일들이다. 시대가 언제인데 노예 운운하며 차마 입에 담기도 구역질 나는 짓거리들을 서슴없이 자행해왔다. 더욱이 역겨운 것은 ‘그것들’이 정상인인 양 사람들 틈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 출근하다 지하철에서 어깨 스친 사람이 ‘그것’ 일지 어떻게 알까? 내가 만약 결혼이라도 하려는데, 상대방이 ‘그것’ 일지 나는 어떻게 알 수 있냔 말이다. 


가해자의 인권 어쩌고 하면서 관대하게 이해해왔던 공범 같은 일들이 모든 사건을 몸집 불리듯 키워 왔다. N번방 가해자 대부분이 10~20대라는 걸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린 나이에 여자아이들 치마 뒤집는걸 호감 표시라며 껄껄댄 당신들. 창녀, 걸레 어쩌고 돼먹잖은 욕 하는 걸 그러려니 하며 넘긴 당신들. 남자들은 성적 호기심에 야동도 볼 수 있고 몰카도 좀 찍을 수 있다며 형량 낮게 주는 당신들. 여자 없이 못 사니까 성매매 좀 할 수 있다며 넘어가는 당신들. (심지어 성매매는 불법이다.) 이 모든 쓸데없는 관대함이 범죄자를 만들었다. 죄를 지어도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알량한 믿음. 낮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는 오만함.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의심을 가지며 26만 명을 ‘스스로’ 피해 다녀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되었을 때 또 우리를 책망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들이 마음대로 꺾고 짓밟고 구경하다가 아무 곳에나 버릴 수 있는 꽃이 아니다. 밝게 타오르며 우리를 해하려는 자들을 무참히 태워버리는 불꽃이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방으로.


성접대를 주도한 승리는 흐지부지 군입대하고, 성 매매한 정준영은 고작 벌금 백만 원 나왔다. N번방 시초인 갓갓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다. 우리는 이 나라에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똑같이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데 영원히 국민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 우리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며 너희의 최후를 두 눈에 똑똑히 새길 것이다. 


#NOMORE_NTHROOM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N번방_가입자_전원_신상공개

#saynoto_nthroom  

#nthroom_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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