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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온 Feb 29. 2020

8/52
공포와 불안을 가라앉게 해주소서

그림과 함께 52주 프로젝트

한국 천주교가 236년만에 미사를 잠정 중단했다. 한동안 미사도 잘 안나가는 냉담 신자 수준이었는데, 이 뉴스를 접하고 나니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나의 가족들은 잘 지낼까? 내가 사랑하는 도시는 거의 유령이 출몰할 것 처럼 변해버렸다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지? 나 혼자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우리 가족들이 아프기 시작하면? 격리 되면?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없다면? 매일 같이 갱신되는 불안한 뉴스에 나는 쉽사리 휩쓸려 내려갔다. 외로움과 불안과 공포가 나의 전신을 뒤덮었고, 그저 무기력하게 이 상황을 관망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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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뉴스가 떴을때 우리 모두 마스크 쓰고 위생관리 잘 하면 되겠지 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독감 유행 전부터 출퇴근 할때는 꼭 마스크를 착용 했고 -방한용 이었지만- 손이야 뭐 숨 쉬듯 씻고 닦았기 때문에 그냥 이 사태도 언젠간 넘어가겠거니 하고 가벼이 여겼다.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얘기하는 와중에도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강릉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와 확진자 한 명, 강릉에 다녀갔대요!’ ‘괜찮을거야 뭐 별일 없겠지’   가벼이 대화했다. 아빠와 동해바다 일출도 보고 왔고, 눈길도 걷다가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사진도 원없이 찍었다. 그냥 넘어가는 듯했다.


실제로 확진자가 30명 언저리일때는 곧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했다. 하루는 출근하자마자 내 고향에서 확진자가 생겼다는 뉴스를 봤다. 한 명이지만 가족들 생각에 덜컥 겁이나서 단톡방에 불이나도록 조심하라 호들갑을 떨었더랬다. 아빠는 특유의 쿨-함으로 괜찮다며 그렇게 무마했다. 그냥 그날은 괜찮았다. 정말로. 다음날 갑자기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빠는? 엄마는? 동생은? 우리 할머니는? 하루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 생에 그렇게 집중력이 저하된 건 처음이었다. 쉴새 없이 갱신되는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고, 최신 뉴스 기사들을 들락날락하고, 메신저의 알람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언론이 신나게 나서서 공포심을 조장하는 면도 없지 않다고 느낀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숫자를 집계해서 뭐에 씌인듯 기사를 뿌려대는데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을까. 걸러서 읽으려고 해도 불안에 바들바들 떨며 가족들에게 조심하라 닦달을 해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부 대구에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손 놓고 이 사태가 지나가길 바라며 기도하는게 전부인 나의 무기력함에 진절머리가 났다. 정말 거짓말 안하고 매일 울었고, 매일 출퇴근길에 뉴스와 SNS를 정독했다. 넘치는 정보에 나는 점점 목이 졸렸고, 한계를 돌파한 스트레스 때문에 속이 쓰렸다. 부모님과 동생들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있는 그 곳에서 누구도 아프지 않게 지나가길 매일 같이 기도했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벌을 받기를 바랐고, 힘 써주시는 모든 분들의 안녕을 바랐다. 나의 기도가 미약하지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마음이 하늘에 닿길 간절히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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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위대한 인간들이 힘을 합쳐서 이 사태를 헤쳐나갈 수 있길. 그러므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단단해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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