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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Feb 18. 2022

'브랜드 스토리' 만들기

가장 좋은 레퍼런스는 '경쟁사'

<'팔 것' 정하기>에 이은 두 번째 글입니다.
https://brunch.co.kr/@guabba/147





브랜드 관점에서 '팔 것'을 정했다. 이제 내가 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릴 때다. 홈페이지, 스마트스토어, SNS 등 각종 채널을 개설하려고 보니 '브랜드 소개'가 눈에 띈다. 브랜드 소개? 어... 그러게, 내 브랜드 뭐라고 설명하지?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그럴듯한 글과 그림으로 보여줄 때다. 하지만 어떤 글과 그림으로 작성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럴 때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1) (나 같은) 전문가를 찾는다. (2) 레퍼런스를 찾아본다.




레퍼런스, 경쟁사의 또 다른 이름


브랜드를 만들며 목표로 한 브랜드가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딱히 생각해 둔 것이 없다면 평소 내가 즐겨 사용하거나 좋다고 느꼈던 제품을 떠올려보자. 카테고리는 굳이 한정 짓지 않아도 된다. 평소 호감이 있거나 자주 구매한 제품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자. 스마트스토어나 오픈 마켓과 같은 플랫폼이 아닌 반드시 자사에서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를 찾자. 브랜드의 '각 잡고' 쓴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 있기 때문이다.


공식 홈페이지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특히 'about'이라는 메뉴는 브랜드의 허브 역할을 한다. 이곳에 바로 우리가 찾는 브랜드 스토리가 있다. 브랜드 철학, 미션, 네이밍의 의미, 로고와 심볼의 의미 등 브랜드의 정체성(identity)을 공식 홈페이지의 'about' 메뉴에 집약해 둔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을 '브랜드 플랫폼(platform)'이라고도 부른다.


여러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보며 가장 마음에 와닿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형식을 그대로 옮겨 적어보자. 그중 브랜드 이름과 카테고리 등 몇 가지 단어를 우리 브랜드에 맞게 바꿔보자. 그렇게 다른 브랜드의 플랫폼을 우리에게 맞게 바꾸다 보면 대략적인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다른 브랜드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 브랜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동일한 것도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브랜드 플랫폼을 뜯어보면서 자연스레 경쟁사와 비교 분석하며 우리 브랜드의 강점을 찾게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한 사례는 'CCC(Culture Conveniece Club)'라는 기업의 플랫폼이다. ‘CCC’는 일본의 DVD/서적/음반반을 대여하는 컬처 플랫폼 브랜드인 ‘츠타야’의 모기업이다. 물론 기업과 브랜드의 위계가 다르기는 하지만, 기업의 철학, 방향성, 미션, 비전 등을 명쾌하게 정리하여 참고 사례로 자주 활용하였다. (지금은 형식과 내용이 바뀌었다.)



CCC의 기업 철학




'브랜드 스토리'라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항목들이 많아 당황했을 것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단순한 줄글이 아니다. 한 문단 정도의 브랜드 스토리가 있기 위해서는 미션이나 비전, 가치 같은 것들이 정리되어야 쓸 수 있다.


그렇다면 미션, 비전, 가치... 또 이 단어들이 뭔가 싶다. 사실 브랜드에서 말하는 미션, 비전 등의 용어는 학자마다, 기업마다, 심지어 컨설팅 업체 마다도 모두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고 사용한다. 게다 본래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그대로 우리가 쓰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어디서는 미션이 비전처럼 쓰이고, 비전이 미션처럼 쓰인다. 이런 용어들 때문에라도 브랜딩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마치 이런 것들이 정립되지 않으면 브랜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점에서는 이러한 항목들을 채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제 막 브랜드를 만들려는 이들에게는 가급적 '미션, 비전, 철학'과 같은 용어에 너무 몰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미션, 비전, 철학은 브랜드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이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일이고, 임직원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략적인 부분이지 보기 좋게 써야 할 카피라이팅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소비자에게 너무 잘 보이려고 예쁜 말로 쓸 필요가 없다. 미션이나 비전은 내부에서 어떤 목표를 가질 것인지, 모두가 이해 가능하도록 명쾌하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브랜드 스토리에는
무엇을 쓰면 좋을까?



'브랜드 스토리'라고 하면 엄청난 비전을 이야기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더 잘 쓰고 싶고, 이를 대신해줄 (나 같은) 사람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반대한다. 전문가에게 의뢰하기 위해서라도 내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꾸며내지는 않는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소설가가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발굴하고 조금 더 시장과 소비자의 언어로 바꾸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생각해보자. 내가 왜 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디서 영감 받았는지, 혹은 내가 어떤 불편함을 느껴서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생각 해내 보자.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가 '지구를 살리기 위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니가 무슨 수로?'라며 의심만 살뿐이다. 대신, 내가 어떤 사건이 있어 지구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중요한 것은 있어보이는 글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 브랜드 스토리가 되어야한다. 이는 브랜드의 진정성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내가 담당했던 '현대생활식서'라는 브랜드는 단순한 물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와인도, 커피도 원산지와 종류를 따지면서 왜 쌀은 한 가지만 먹을까?' 이게 무슨 스토리가 돼?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작고 사소한 질문으로 브랜드는 시작한다. 애플이 '왜 모든 컴퓨터는 똑같이 생겼지?' '왜 스마트폰이 스마트하지 않지?'라는 물음으로 시작했듯이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계기가 없을 수도 있다. 그냥 돈 될 거 같아서 시작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 이름을 풀어보자. 왜, 어떻게 이 이름을 정하게 되었는지 말이자.


아, 이것도 그냥 좋아 보여서 골랐는가?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이름을 선택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적어보자. 그래서 결국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써 내려가자.


제품을 만들기로 했을 때, 브랜드를 시작할 때 느꼈던 감정, 보았던 그림, 들었던 음악.... 그 모든 것이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브랜드를 시작할 때, 다음 목록에서 하나 정도는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시작해 보자.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는 10가지>

*더 추가될 수 있음


1. 브랜드의 시작점 : 이유, 계기, 영감

2.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경험 : 우리가 무엇을 팔 것이고, 왜 파는지

3. 제품의 기준

4. 브랜드의 타깃/페르소나 : 누구를 위해 파는가

5. 브랜드 이름(네이밍)의 의미

6. 브랜드 심볼(로고 이미지)의 의미

7. 브랜드의 목표, 지향점, 미션, 비전 :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

8. 브랜드의 오리진(origin) : 특정한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거나, 사업의 영감이 된 지역에 대해

9.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과정

10. 제품의 원료나 소재에 대한 설명



무인양품은 3. 제품의 기준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름처럼 브랜드 스토리가 간소하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매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준다.


무인양품은 이름처럼 브랜드 스토리도 간소하다. 하지만 명확하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모베러웍스(MO BETTER WORKS)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 브랜드 스토리는 물론, 이름도 없었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로 찍어 올렸고, 이것이 곧 브랜드 스토리가 되었다.

이미지=MoTV 유튜브 채널 캡처





브랜드 스토리
그래서 어떻게 쓰는 거야?


앞서 말했지만, 브랜드 스토리를 쓰기 전에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어떤 브랜드인지(무엇을 파는지) 등 철학, 비전, 가치 등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위해서도 우리는 브랜드의 키워드가 필요하다.


일단은 브랜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키워드를 나열해보자. 숫자는 상관없다. 그중 3~5가지 정도를 골라보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우선순위는 어떤 상황에서도(=자금이 부족해도) 절대 버리지 않을 것들로 순위를 정하면 되겠다. 이것은 곧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기도 하고, 컨셉을 구성하는 키워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키워드는 브랜드의 가치, 미션, 비전뿐만 아니라 네이밍, 제품명, 제품 설명 등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그야말로 '키(key)'워드가 된다.


키워드를 정했다면, 이 키워드를 포함하여 누구(타겟)에게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인지 문장으로 써보자. 잘 쓰려고 하지 말자. 일단은 브랜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써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위 문장을 뒷받침해줄 내용을 2~3줄을 더 써보자. 2~3줄 안에 빠진 내용이 있다면 또 뒷받침해줄 내용들을 붙여보자. 이 내용들은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 스토리 요소 10가지에 답한 내용으로 구성하면 된다.





브랜드 스토리, 변수에 대비하자.


브랜드 스토리도 풀 버전(full version)과 숏 버전(short version)이 있다. 홈페이지에 실리는 이야기가 풀 버전이라면, SNS 등에 1~2줄 정도로 소개하는 글이 숏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의 리플렛이나 제품 패키지에 쓰기 위해서라도 요약 버전은 만들어 두면 편하다.


그러니 브랜드 스토리는 풀 버전부터 3줄 요약, 한 줄 소개, 해시태그(키워드) 등 다양한 형태로 써두자. 미리 준비해 두면 어떤 플랫폼에서건 당황하지 않고 바로 대응할 수 있다. 갑자기 연락 온 미디어에도 빠르게 준비하여 전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떤 채널을 접하든 소비자는 동일한 브랜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플랫폼마다 다른 이야기를 쓰는 브랜드는 이미지가 흐리다. 상황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우리는 신뢰하지 않는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브랜드 스토리를 다양한 형태로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내부 임직원과 공유해야 한다. 내 생각이 영업사원 멘트와 동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스토리는 일관성을 지켜주는 변하지 않는 글이기도 하지만, '구전(viral)'되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브랜드 스토리, 유려한 글 솜씨가 없다고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써보자.

서툴게 적은 글이 오히려 브랜드가 진실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브랜드를 처음부터 잘 만들 필요는 없다. 사실, 잘 만든 브랜드의 기준은 없다. 그건 브랜드를 만드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다. 그러니 미리 내가 나의 브랜드 스토리를 재단하지 말자.


브랜드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도 사람처럼 키워 나가는 것이다. 사람이 이름과 특별한 이야기를 갖고 태어나지 않듯,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그러니 처음에는 그냥 왜 이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는지 나의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그리고 브랜드의 성장 이야기를 적어보자. 마치 한 아이의 육아 일기를 써 내려가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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