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석천 Oct 01. 2021

계시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납기를 깜박했다.

아침에 책상에 앉아 할 일 정리를 하며 오늘은 잊지 말고 내야 한다고 부가세 납부를 제일 번으로 꼽았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달 25일 납기를 놓쳤다고 “미안하다.”며 새 고지서를 부탁했었는데 이번에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세무사에게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인터넷 시대의 납기인정사정 없다

오늘은 다음 달 23일이다. 처리를 또 미루다가 요즘같이 깜빡하면 며칠이 지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럴 때 이틀 지나가기는 예사다. 오늘은 꼭 내야한다. 지난달 25일이 부가세내는 날이었다. 세금내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이메일 체크를 하면서 고지서가 날아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26일 아침에 본 것이니 몇 시간만 일찍 봤어도 되는데 그만 몇 시간 늦어 버렸다. 컴퓨터는 인정사정이 없다. 아니 단 1초도 안 봐준다. 아예 창이 닫겨버리니 단 1초가 지났어도 안받아 준다. 호소할 데가 없으니 사정이고 뭐고 없다. 세금 낼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다. 은행에 가서 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잊고 있을 수도 없다. 벌금은 날짜별로 꼬박꼬박 올라간다.     


얼른 세무사에게 전화를 걸어      


“아, 그만 그동안 이메일 체크를 못하다가 오늘 아침에야 봤어요. 죄송하지만 납부 고지서를 다시 좀 부탁합니다.”

“납기가 다음달까지로 연기되었어요.”

“예?”     


그러면서      

‘아하, 지금 코로나 때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에,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하는 마음

그리고는 즉시 내겠다고 생각하던 마음이 순간에 녹아버리고 또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이 그 다음 달 23일이다.      


아직 이틀이 남아있으나 한 번 지나고 나면 경고음이 확실하게 울려 준다는 보장이 없어     

'오늘은 반드시 내자.'    

며 다짐을 하였다. 제일 먼저 하자던 속마음이었으나 오후 2시가 넘어서야 홈택스에 들어가 납부를 하였다. 자진 납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좀 신경쓰인다. 자꾸 미루게 되는 이유도 이 과정에 신경을 좀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납부를 하면서 보니 납기일이 23일이 아닌가.    

 

“아니, 25일이 아니야?”    

 

철렁한다. 당연히 다음 달로 연기했으면 다음 달 부가세 납기일인 25일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왜 하필 23일인가? 25일이 노는 날도 아닌데. 나를 놀리는 셈인가? 하여튼 상황은 나를 놀리는 것처럼 전개되었다. 누가 뭐하자고 한가하게 나를 놀리겠는가?      


계시였던 것일까

아침에 기분이      


'이틀 남기는 했으나 더 이상 연기는 안 되겠다.'      


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는데 바로 이 생각이 계시였던 것일까? 그런데 이런 묘한 일치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정말 우연이었을까? 왜 하필 23일에 이 생각이 들었나? 22일도 24일도 아니고 23일에. 단순히 건망증 버릇 때문에 생긴 일반 기우에 의한 것이었나? 이번 경우는 그렇다 해도 얼핏 얼핏 스치는 생각에,    

  

“생각이 들 때가 할 때다.”     


라며 즉시 대응을 하면 이번 같은 ‘휴우-’ 하던 경험이 드물지 않다. 누군가      

“되풀이되는 우연은 팩트“     

라고 한 명언이 생각이 난다. 팩트라면 어떻게 이 계시가 미리 경고를 할 수 있었을까? 그 연결이 어떻게 이루어질까? 어떤 메카니즘이 있을 수 있을까? 오랫동안 내가 가진 궁금증이다. 아직 그 메카니즘을 찾지는 못하고 있지만 현대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그 연결의 feasibility(실행할 수 있음, 가능성)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

(*) 현대 과학은 소위 "나비효과"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인 시뮬레이션에서 보여준 바 있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쯔에 의해 우련히 발견되었다. 


(원고지 12.3장)

매거진의 이전글 내 별은 어디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