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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i Minkyeng Kim Jul 19. 2018

다 지나간다

어느 여름, 유후인에서

유후인에는 비가 왔다

어느 작은 골목에선가 커다란 나뭇잎을 든 토토로가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 기대했는데.

고양이버스는 오지 않았고 나는 우산을 쓴 채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거센 빗줄기에 잔잔한 긴린코 호수가 출렁였다

수면에 담겨 있던 산도 나무도 덩달아 들썩였다

마을 입구까지 오자 빗방울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또 호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할 거다


다시 여행을 떠나는 나에게 엄마는 시 한 수를 줬다

당신은 나에게 물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물소리는 온전히 물의 소리가 아니라고 했다


긴린코 호수는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다

빗줄기로 인한 파문도

오리가 꽥꽥대며 지나간 작은 발자국도

토토로가 흘리고 간 커다란 나뭇잎도

아무리 흔들려도 호수는 금새 잠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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