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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모 Jun 18. 2017

라디오, 장고 끝에 스트리밍 서비스란 묘수를 만나다.

 장고 끝에 악수 온다, 라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 온 말인데, 괜히 오래 생각했다가, 되레 나쁜 수를 둔다는 의미다. 고민이 많은 사람들한테 자주 하는 이야기기도 하다.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행동에 옮기라고 한다.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는 'just do it'을 통해 일단 하고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장고 끝에 뜻밖에 묘수가 온 경우도 있다. 디지털라디오로의 전환을 오랜 시간 고민하다 그 타이밍을 놓쳐버린 라디오 이야기다.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거다. 디지털 라디오라는 말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역시 디지털 라디오다. 호주에 가면, 영국에 가면 들을 수 있다라는 말만 들은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그 10년 동안 국내에선 디지털 라디오의 실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지털 라디오로 전환의 이면에는 지난한 기술적 논쟁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식 디지털 기술이 좋다, 미국식 기술이 좋다. 채널을 원점에서 재할당해야 된다, 현재 채널을 유지하되 디지털 기술만 접목시키면 된다 등 각자의 이해관계에 물린 논쟁 끝에 한국 라디오는 디지털 라디오로의 전환점을 놓쳐버렸다. 분명 장고 끝에 악수 온 셈이지만, 외려 실상은 그 반대다.



 디지털라디오로 전환하지 못 한 것은 라디오에게는 묘수가 됐다. 디지털라디오라는 복잡한 기술 대신 그 자리를 스트리밍 서비스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미 방송사들은 인터넷 실시간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오래 전부터 서비스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송출하다 보니 음질을 물론이고, 쌍방향 소통도 원활히 이뤄졌다. 특히, 송출권역에서 자유로웠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만 송출되던 KBS COOL FM의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은 인터넷 라디오 ‘콩’을 통해 전국구 방송으로 발돋움 했다. 전 국민 스마트폰 보급이 이루어진 요즘은, 스마트폰 전용 어플리케이션 스트리밍 프로그램이 제 2의 라디오 천국을 양산해내고 있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료 데이터 사용이라는 부담 때문에 청취자들에게 외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와이파이 존에 들어가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데이터 비용은 통신사와 방송국 사이에 점차 조율해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통신사랑 제휴를 맺고 저가나 무료로 서비스 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테면 라디오 전용 요금제를 개발해 정액제 요금을 사용하면 3g로 라디오를 무제한으로 청취할 수 있게 한다거나, 특정 방송 시간대는 무료로 스트리밍하게 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방법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지난 십여년간 끌어왔던 지난한 디지털라디오로의 전환보다는 훨씬 빠르고 쉬운 길일 것이다.



 정답은 결국 디지털라디오가 아니라 스트리밍이었다. 어떻게 하면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더 활성화시켜 청취율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청취율 조사 등의 통계수집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 한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한 연구를 늘려 상업적 가치를 매겨야 한다. 광고시장부터 새롭게 가격을 산정한다면, 라디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다. 본의 아니게 장고 끝에 묘수가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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