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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할머니와 점심 먹고 올림픽공원에서 커피 한잔

할머니와 올림필공원 근처 카페에서 커피 힌잔

#1

직장을 다니다 보니 또 직장을 다니지 않을 때는 자느라 멍 때리느라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할머니를 생각 안 한 건 아니다.


할머니를 가끔 퇴근하거나 집에 혼자 있는데 갑자시 사무치게 외로움이 올라올 때 할머니를 떠올렸다.

혼자 사는 할머니를 보면서 할머니도 이런 고독을 느끼는 건가 하면서 떠올렸지만 정작 직접 전화드리는 건 생각에 그쳤다.


#2

할머니께 며칠 전 연락을 드려 같이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직장이 없으신 할머니는 “언제든지 좋다”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내 쉬는 일정에 맞춰 만나서 샤브샤브로 점심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3

할머니와 있으면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죽음은 가까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 삶은 생각보다 길며 지루하며 노년에 어떻게 삶을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해 준다.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 항상 마음이 슬프면서 따뜻해진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상기 그러면서 경쟁사회를 벗어나 현실적으로 말해주는 부모님과 달리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온전한 사랑 따뜻함에 세상으로부터 치여 차가워진 내 몸을 녹여준다.


또 같이 시간을 지나고 있음에도 미래보다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을 받지만 내가 살아오지 않았던 과거를 들으면서 지금 사는 세상에서 불평을 하고 있는 나를 반성하고 주변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4

카페에서 나와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는 올림픽공원 산책로를 바라봤고 한때 여기서 자전거를 배웠고 자전거를 탔지만 이제는 다리가 아파서 못 탄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슬퍼하지도 않으며 시간의 흐름으로 노화가 진행됨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들었지만 주차장에 가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다시 슬퍼졌다.


#5

어차피 나이가 들면 노동을 안 하고 쉴 텐데 나는 일을 하면서 괴로워한다. 가끔 일이 하기 싫고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와 오늘 점심을 먹으며 노동함에 감사함을 느꼈다.


뒷맛이 깔끔하다며 맛있게 아메리카노를 마신 할머니를 보면서 다음에는 원두 맛있는 카페를 같이 가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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