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경찰> 어른이 말하는 청년의 미학

by 찬란한 하루


청년경찰 포스터.jpg 영화 <청년 경찰> 공식 포스터.


<청년 경찰>은 청년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경찰대 학생으로서 진정한 경찰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몸으로 부딪히는 기준과 이론에만 강한 희열, 이들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영화는 이들을 청년이란 하나의 단어로 묶고 있다. 산행을 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희열에게 도움을 주게 되면서 이들이 친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들은 엄연히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영화는 이들을 '청년'이라는 한 단어로만 규정하며 러닝타임 내내 '청년이라면 패기롭게 행동할 줄 알아야지'라고 이야기한다.


청년경찰3.jpg 산행을 계기로 가까워진 기준과 희열. <청년 경찰> 공식 스틸컷


영화 속 '청년'이라고 규정되는 이들의 모습은 철저히 '어른'의 시각에서 그려진 것이다. 흔히들 '청년 시절에는 용기 있고 패기 있어야지!', '그 나이 땐 한 번쯤 놀아봐야지!'라고 이야기하며 어깨를 툭치는 그런 어른들의 시각이 담겨있다. 청년이라면 한 번쯤 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 여자랑 어울려 봐야 한다. 청년이라면 한 번쯤은 길가는 여성에게 번호를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청년의 호기로 한 번쯤은 해봐도 괜찮다는 행동들을 기준과 희열이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주위의 청년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청년들이 이렇지는 않다. 미디어 속 청년들에게서 보이는 행동 패턴이 어른들의 '청년들이라면 한 번쯤은 괜찮지!'라는 말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닐까. 청년이라는 이유로 남에게 피해를 주고 때로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청년경찰4.jpg 만반의 준비를 끝낸 기준과 희열. <청년 경찰> 공식 스틸컷.

청년들은 '무모해도 돼'라는 어른들의 시각이 기준과 희열의 조선족으로부터 여자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동에도 반영되어있다. 복잡한 절차가 때로는 당장의 위험을 해소하는데 좋지 못한 방법일 수 있다는 지점을 지적하기 위해 '청년'이라는 도구를 사용한 것이다. 청년은 한 번쯤은 호기롭게 무모해도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해야만 하는 존재로 그린 것이다. 영화는 그 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그 사건의 성공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들의 무모함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폭력을 사용하고 극단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길 자처하는 청년의 무모함이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도 한다는 메시지는 위험할 수 있다. 청년들이 무모함으로 얻는 피해는 그들 스스로 고스란히 져야 한다. 차라리 복잡한 절차가 용기와 패기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청년경찰5.jpg <청년 경찰> 공식 스틸컷.

영화는 후반부에서도 '청년'의 호기와 패기를 용인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준과 희열의 무모함을 제도권에 있는 어른들이 한때 치기 어린 일이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그린다. 심지어 "제가 아주 잘못 가르친 건 아닌 겁니다."라는 대사는 결국 청년들은 어른들의 보호, 제도권의 교육이 필수적인 존재라 규정하는 것이다. 결국 어른들의 입장에서 청년들은 돌아온 탕아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로 그린다.


사회에서 흔히 청년이라고 규정하는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이들은 대부분 성인이고 자신들 스스로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개개인들을 '청년'이라는 이름을 붙여 무모해야 하는 나이로 규정하고 그렇지만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청년의 미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서로 다른 존재들을 묶어 청년이라고 지칭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어른들이 이 서로 다른 존재들의 삶의 미학을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글을 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믹 액션 장르에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도 치열하게 자신의 삶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청년들에게 이런 어른들이 정한 청년의 프레임을 들이댈 수 없다는 건 분명히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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