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직원의 나날

책 <서점의 말들>

by 위다혜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마구 흘렀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은 것이었나 새삼 느낀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집에 오자마자 기절하기 일쑤였고, 이번 달에는 책을 7권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앞으로 서점 직원으로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관한 책이었다. 첫날, 선배님들이 환영의 의미로 각자 책을 한 권씩 선물해주셨는데 그게 나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내 주변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중 책을 선물해주는 사람은 더 많지 않았고,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부분과 나의 상황을 연결시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너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편지와 함께 첫 만남에 책을 선물해주는 선배님들을 보며 서점에서 일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고, 그 감사한 마음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선물 받은 책들 중 하나였던 <서점의 말들>은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다양한 책에 등장하는 서점, 책과 관련된 구절을 하나씩 적고 그와 관련한 본인의 생각을 적은 책이다. 평소에 나는 서점, 책과 관련된 책을 굉장히 좋아해서 '서점에 대한 책' 큐레이션 모음으로 보이기도 했다. 읽다 보면 정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고 서점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던 책이다.


1. 서점에서 일한다는 것

"세상엔 많이 벌어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적게 벌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이건 결코 감상적인 말이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행복은 통장 잔고의 크고 작음에 따른 것이 아니다.... 돈으로 따지면 가진 것이 훨씬 적을지 몰라도 나는 내가 여느 기업 대표보다 더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책방지기라는 직업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말하는 이보람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행복에 관해서는 말이다. 행복은 쓸모의 차원이 아니니까."

"나는 주변에서 재미있게 서점 일을 한다는 얘기를 곧잘 듣는다.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내가 느끼기에 재밌는 일만 기획하기 때문이다."


취준생 시절 많고 많았던 고민들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일 vs 돈 많이 버는 일이었다. 나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해왔고, 대학시절 내내 그를 위한 경험들을 쌓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취준생이 되니 그 굳은 다짐이 물렁해지기 시작했다. 취준에서 꿈 찾지 말라,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는 거다 등등 날 현실과 타협시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중고등학생 때는 공부만 하면 다 잘된다고 하더니, 대학생 때는 갑자기 너의 꿈을 찾아서 달리라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고, 취준생 때는 갑자기 좋아하는 일은 그냥 취미로나 하는 거라고? 나도 이제 어른이긴 하지만 어른들이 하는 말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다수가 그렇게 말하니 맞는 말인가 싶다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의 엄청난 취업난이 진행 중이기에 현실에 타협하기 시작했다. 하기 싫은 경제 공부를 하면서 테셋 시험을 준비하고, 은행원이 되려고 준비했다. 왜 보는지 이해도 되지 않는 인적성 시험의 도형 모양 맞추기를 공부하며 1분 안에 계산을 더 빨리 하기 위해 하루에 한 장씩 초등학생이 푸는 덧셈 뺄셈 문제지를 풀었다. 이 모든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취업하지 못하고 백수로 영원히 살 것 같아서 돈 많이 버는 게 최고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면서 억지로 달렸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좋아하는 일에 대한 끈을 놓지 못 하고 계속 잡고 있었고, 운 좋게 내가 좋아하는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됐다. 책으로 둘러 쌓인 공간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하게 되니 그때 내가 잠깐 미쳤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서점에서 일하면 돈을 많지 벌지는 못 한다. 내가 금융권에 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연봉으로 시작했겠지만 그 연봉을 지금의 만족감, 행복과 바꾸고 싶지는 않을 정도로 이 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 재밌는 일들을 기획하고 좋은 영향력을 가진 일들을 하는 것이 내 성향과도 더 맞다는 것을 느끼며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늘 기억하기로 다짐한다.



2. 책의 의미

"소설은 우리가 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엔 '지금 당장은'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옳다. 책이라는 게 그렇다. 당장 뭘 바라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책은 쌓인 후에야 가치가 생기고 그 훗날의 가치를 기대하면서 지금 읽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종이책과 전자책이 갈 길은 확실히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종이책은 더욱 책답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책이며 책의 역할이고 책방은 그런 불편한 물건들로 가득한 공간이다. 책방에는 책과 책방의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카프카의 말대로 책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솜사탕이기보다는 머리를 후려치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사유란 생각보다 조금 더 깊은 곳에서 우리 자신을 향해 스스로 질문하는 목소리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질문하지 않는 사람, 남에게만 질문하고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사유 없이 사는 사람이다.... 그 거리 곳곳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서점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서점은 사유를 거래하고 책과 사람이 만나 또 다른 철학이 탄생하는 작은 우주다."

"책이 타오르는 순간이 있다. 읽은 사람이 뜨거운 열정을 갖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그때다. 어떤 사람은 단 한 권의 책이 타올라 자기 속으로 불새처럼 뛰어드는 경험을 한다."


책을 왜 읽어야 할까?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있어서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힘들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 '사유를 하면서 살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직장인이 되어보니 일하는 시간 빼고 남는 시간에 내가 뭔가를 주체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시간들이 허송세월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내가 읽으려고, 생각하려고, 쓰려고 하지 않으면 그냥 그런대로 살게 된다. 생각하지 않고, 내 세계를 확장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고, 발전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싫었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성격인 탓도 있지만, 대학시절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 편견이 깨지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됐다. 이를 통해 세상은 참 넓고 재밌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더 재밌는 게 있지 않을까? 내가 모르는 게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책은 그 자체로 재미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 되어주기도 하며 계속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한다. 또한 재미, 정보, 사유의 측면을 떠나서 감정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우울하고 괴로울 때나 힘들 때, 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책을 찾으면 굉장히 큰 위로가 된다. 특히 그 책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똑같은 구절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크나큰 구원이 되어준다. 공감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왜'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준 책을 읽는다면 내 감정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고, 납득을 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때론 어떤 감정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모른다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고 내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그냥 그 속에서 헤엄치다가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책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사람에게 유해한 점은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선하고 무해한 매체라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3. 서점의 미래

"책을 안 사는 사람을 빼곤 다들 책을 사기 때문에 서점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식으로 나마 서점 운영에 도움을 주고, 더 크게는 출판 산업 전반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바로 이런 '순결한 정신'의 소유자들 덕분에 서점은 죽지 않고 오늘도 문을 연다."

"이렇게 자꾸만 새로운 앎을 향해 나아가는 독서가가 서점에 많이 올수록 공간에는 활력이 생긴다. "

"생각이 많으면 삶이 불편하다. 보통 서점은 책과 식물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인간을 불편한 생각으로 이끄는 장소다. 그러니 독재자에게는 아주 위험한 장소다.... 그것이 이 사회 전 테를 위협하는 거대한 폭발물과도 같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책과 꽃은 세상에서 없애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그가 잘 알기 때문이리라."

"그중에서도 우연히 어떤 책을 발견하거나 서점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순간만큼 특별한 것이 또 있을까?"


단군 이래로 출판시장은 한 번도 호황 인적이 없었다고 하지만,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말은 내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말이기에 이젠 더 이상 그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어릴 때보다 지금 재밌는 책들이 더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좋은 책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출판시장은 절대 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은 정말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매체이고 출판시장의 규모도 꽤 크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율은 낮지만 양극화가 뚜렷하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다 죽지 않는 한 출판시장이 망하지는 않을 것 같고 지금처럼 잔잔하게 쭉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서점에서 일하게 된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런 책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두 권씩이라도 책을 습관적으로 읽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 독서인구의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연히 어떤 책을 발견해 그에 빠져드는 경험을 통해 다른 책들로 계속해서 연결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런 행운이 모두에게 가닿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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