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고
이제 곧 마흔이 되어있겠지.
시간은 참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이전과 변함이 없다.
어릴 때는 30대면 이 정도 돈을 벌었겠지, 그때쯤이면 이렇게 살고 있겠지? 막연하게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어린 모습을 벗고 어른미 가득하고 당당하게 살고 있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고 당연할 줄 알았던 것들이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직 나는 20대에 머물러있는데 숫자만 커지고 나이만 먹어가는 느낌이다.
이 생각들이 더 커지게 된 건 코로나 이후이다. 1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느지막이 다녀오고 나서 짠하고 달라질 줄 알았던 생각이 그냥저냥 보낸 흘러 보내게 된 1년이 되었고, 워홀을 다녀오니 갑자기 코로나가 덮쳤다. 코로나는 내 삶의 속도를 멈춰 세웠다. 워킹홀리데이로 다녀온 시간마저도 마치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 이후부터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자 나는 생각이라는 것에 압도되기 시작했다.
1년 동안 결혼적령기인 친구며 동생이며 지인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거나, 아이가 생기고, 그게 아니라면 결혼할 예정인 이들이 많았다. 놀기 좋아하는 뽀로로인 나는 한국 가면 누구누구 만나고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까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만나는 시간과 사람들이 제한되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나오게 되고 예고도 없이 아프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로도 회사에서의 갈등이나 집안 문제 등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 시기가 삼재??)
이때 아니면 언제 쉬겠어하는 마음으로 푹 쉬면서 내 몸도 챙기고 휴식기를 보내며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길고 긴 코로나로 인해서 세상도 빠르게 변했지만 나 자신도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게 되었고 몇 년간 많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책이며 강연이며 유튜브며 보고 있는 내용 끝에는 '자신을 알아야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 '프로걱정러인 나'인데 코로나와 함께 여러 생각들로 내 마음도 요동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오니 다가올 미래가 너무 불안했다.
친구들과 놀거나 회사생활을 할 때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불안감에 두렵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방향성을 잃은 것 같아 무기력해지기만 했다. 쉬는 내내 하루종일 잠만 자는 날도 많았으며 이것저것 해보자 하는 맘으로 달리기도 하고 강연도 듣고 했지만 뭔가 텅 빈 공허함이 더 커졌다. 뭔가를 하려 했지만 그저 무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잠을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나날이 이어졌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이렇게 사는 게 나다운 삶일까?'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무엇일까?'
'왜 나는 이렇게 머물러 있는 걸까?'
'왜 나이만 먹어가고 나는 그대로일까?'
'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왜 난 방황만 하고 있고 제자리걸음일까?'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는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내려지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점점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집에만 있게 되고 놀기를 좋아하고 무조건 휴일에는 밖을 나가던 내가 점점 집순이가 되어가고 방향을 잃고 제자리만 맴도는 느낌이 가득했다. 뭔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허공에서만 둥둥 떠다니며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느낌이고 퍼즐이 맞춰지지 않은 채 그냥 어질러져있는 느낌이다.
혼란스럽다.
답답하다.
불안하다.
막막하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무기력하게 있지 말고 달라져야겠다'
'좀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싶다'
'40대에는 달라질까'
'이 나이에 내가 나를 너무 몰랐군'
'내가 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삶의 방향성을 찾고 싶다'
이런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래서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나'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내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 건데 그렇다면 삶의 방향도 내가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나를 이해하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그 무엇을 정해야 하는 것도 내가 해야만 한다. 결정장애인 도 싫고 남들에게 휘둘리는 나도 별로다. 자신을 알면 더 방향성이 선명해지겠지.
흐릿한 선이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나를 알아가자.
나와 친해지자.
나랑 마주하자.
이제라도 나를 좀 더 알아가고
비록 지금은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는 이제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
나 자신과의 친밀한 시간이 나에게 어떤 길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막연하게 생각만 하지 말고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