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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새 Mar 31. 2024

나를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작은 혁명

이하림 , 『 일상이 포레스트 : 나를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작은 혁명』

몇 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옷가지며 책이며 버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버렸습니다. 10년 전 패션계를 떠나면서 '필요 없는 것은 사지 말자.', '한 번 산 것은 닳을 때까지 쓰자.'라고 다짐했었는데도 집에 짐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는 것에 놀라면서요. 원래도 단출한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현대를 살아가다 보면 '예쁜 쓰레기'의 유혹에 종종 넘어가 '예쁜 것이 곧 성능'이라는 말도 안 되는 단서를 붙여가며 제 소비에 합리화를 하며 야금야금 자꾸 사게 되었나 봅니다. 


'나를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작은 혁명'을 부제로 달고 있는 《일상이 포레스트》는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마음속에 꿈꿔온 '리틀 포레스트'스러운 삶을 꿈꾸는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으로, 책의 1부에서는 '채식'에 대해, 2부에선 '미니멀리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채식을 하지 않지만 건강한 식재료, 식습관이 건강과 연결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활화하며 살아가는 중이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고, 소비도 줄여가고 있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1부 채식 편에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먹거리의 이면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고기의 제공 과정에서의 비윤리성, 우유의 불편한 진실을 서술하며, 중간중간 채식을 하는 저자의 레시피 등을 소개하죠. 


You are what you eat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베프가 제게 자주 해주는 말입니다. 친구는 병증의 근본적인 치유에 중심을 두는 편인데 환자를 치료할 때 약물뿐 아니라 먹거리를 비롯한 생활습관까지 신경을 쓰는 의사입니다. 그는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 몸에 작용하는 경로와,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 작용하는 경로는 사실상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단, 약으로 개발된 것은 한 가지 경로에만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더 특수하다고). 몸에 들어가 그 영양소 고유의 신호를 보내고 우리 세포는 그 신호에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처럼 '좋은 음식=약'인 셈이죠.


저희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제게 굉장히 다양한 음식을 먹여와서 웬만해선 가리는 음식이 없습니다. 식재료 역시 고집스럽게 유기농으로만 고르셨죠. 과자 같은 건 사주지 않았고 간식도 때마다 다양하게 만들어 주셔서 지금도 군것질을 잘하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스트레스 때문에 '속사정'이 별로지만, 엄마 덕인지 면역력이 좋아 잔병치레는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


본래 건강만을 이야기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음식을 먹을 때면 한 번씩 떠올리게 됩니다. 채식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내 식탁에 올라오는 먹거리가 어떤 경로로 오게 되었는지, 나와 내 가족이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작은 습관이 나를 살리는 건강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2부에서 저자는 삶에서 물건을 덜어낼수록 물욕 또한 사라졌다고 합니다. 물욕이 사라지니 돈을 쓸 일도 줄어 마음 또한 가벼워짐을 느끼고 비워냄으로써 소유가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고백합니다.

저 역시 작년 이사를 하면서 티브이를 없앴고, 거실과 방에도 딱 필요한 것만 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청소를 할 때도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 수월하고, 빈 벽들은 자연스럽게 스크린이 되어 거실극장, 안방극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티브이를 없애니까 소리의 여백도 많아졌습니다. 거기엔 음악이 채워지기도 하고, 바깥의 새소리나 우리의 수다가 흐르기도 합니다. “저 문 닫힌 집을 보거라. 방을 비워놓아야 햇살이 잘 비친다. 좋은 일은 고요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다.”라는 장자의 글처럼 정말 빈 공간에 햇살이 그림처럼 드리웁니다.

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정해보라고 권합니다. 내가 평소에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항목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충동적인 소비를 줄여보라고 하죠. 불필요한 물건의 소비를 줄이는 일은 결국 지구를 살리는 길이 됩니다. 

책에는 비움을 위한 저자의 팁들이 적혀 있습니다. 혹시 미니멀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책을 보며 한번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채식', '미니멀리즘'을 하겠다며 절제 가득한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내 몸과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추구하다 보면 우리도 '나를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작은 혁명'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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