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쓴이 Nov 25. 2023

늦기 전에 인생의 스위치 ON 버튼 누르기

당신의 스위치는?


'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나랑 가장 닮았어.’


이 한 문장으로 나를 평가했던 전 남자친구가 남기고 간 맥주를 싱크대에 부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과 헤어져야겠단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 내뱉었던 말에,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와 계속 만난다면 나의 최악을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제라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와의 만남은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안도감은 나와 똑같은 상대의 최악을 보며 위안 삼는 것. 상대라는 부적을 내세워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변호하고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원망을 내뱉는 것만큼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나와 너무나도 닮은 그를 끊어내는 일이야말로, 나는 너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마음은 그저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저 버튼만 누르면 이 어둠이 끝날 걸 알면서도 외면해 왔을 뿐이지, 결코 상대방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막상 버튼을 누르고 주변이 환해지니, 지금껏 간과해 왔던 사소한 행복들이 주변에 널려있음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만큼 원망할 대상도 아니고, 불안과 우울에 잠식돼 있을 필요도 없는 곳이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 게 아니라, 그저 원래의 나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에겐 사랑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 분명 여러 가지 스위치들이 존재할 것이다.

ON 버튼만 누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숙제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 또한 현재 그 스위치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더 늦기 전에 한 번쯤 점검해 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도 선택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