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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오 Jun 27. 2020

스테이크의 이미지 메이킹

고기가 값싼 나라에서의 스테이크

 월급을 받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여윳돈이 생겼을 때나 부모님의 생신이나 연인, 배우자들과의 기념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에 특별함이 생기면 우리는 보편적으로 가장 먼저 맛있는 음식을 생각한다. 재밌는 데이트, 멋있는 관광지 등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은 그 날의 특별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크 또는 한우를 꼽을 것이다. 그중에서 스테이크라는 단어에는 음식의 맛을 제외하고도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사실 스테이크라는 음식이 몇 년 사이에 많이 보편화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성비로 따지자면 형편없는 음식들 중 하나이다. 특히 티본스테이크나 립아이 등 뼈가 붙어있는 부위는 무게는 상당하지만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고기 부위는 많지 않다. 요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인기 있게 팔리는 토마호크 스테이크 같은 메뉴는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죽어가는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 숨통을 틔게 해 준 메뉴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스테이크가 가성비가 좋지 않음에도 여전히 인기가 있고, 소위 말해 있어 보이는 음식으로 이미지 메이킹이 잘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스테이크와 관련된 용어는 모두 외국어이기 때문에 음식 자체가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한국을 비롯해서 많은 아시아 나라들은 외국문화에 대해서는 다소 고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외모나 문화뿐 아니라 음식, 생활습관 등 서양문화는 동양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이 머릿속 어딘가에 박여있다. 그런 생각을 우리가 만든 것인지 서양사람들이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작은 무언가가 존재한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요리사로서 세계 많은 음식을 먹어보고 느낀 점은 아시아 음식 특히 한중일의 음식은 그 요리법이 정말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유 없이 복잡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모두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요리방법들이다. 식재료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외국에서 한국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원하는 식재료를 구하지 못해 제대로 음식의 맛을 구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아시아 음식의 경지는 세계 어떤 음식들보다 감히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스테이크는 요리법이 매우 단순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면 맛을 내기도 쉽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굽기를 맞추거나 겉바속촉 등의 입맛을 맞추는 게 쉬운 게 아니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스테이크의 이미지 메이킹은 굽기를 선택할 때 레어, 미디엄, 웰던 등의 굽기 정도나 시어링, 레스팅, 수비드 등 모든 용어가 외국어로 되어있어 스테이크를 일반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장벽이 있다. 그것이 스테이크를 비롯해 많은 서양 음식들이 어려운 음식이고, 그렇기에 고차원의 음식이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스테이크가 나온 나라의 용어를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단순히 요리를 할 때 용어일 뿐인데 그것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소고기를 판매하는 한국의 고급식당에서는 최고급의 고기는 물론 고된 노동과 위험을 이겨내고 만든 최상급의 숯, 그리고 3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 완성된 묵은지와 각종 장아찌 또 수년간의 인내가 담긴 된장과 고추장 등과 함께 제공된다. 반면에 스테이크는 고기와 소스, 가니쉬로 채소 몇 가지뿐 요즘에는 소스마저 없는 것이 유행이다. 단순히 이것만 봐도 어떤 음식에 더 무게감이 실려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스테이크가 별 볼 일 없는 음식이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다만 스테이크와 많은 서양의 음식들이 한국음식이나 아시아 음식들에 비해 고평가 받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마저.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는 고깃값이 한국과 비교해 1/10 정도 수준이다. 아시아 문화와 서양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 곳에서 스테이크는 어떤 이미지일까?


 귀한 손님이 올 때 고기는 반드시 포함되는 음식이지만 메인 음식으로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아주 값싸고 흔히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를 굳이 초대한 손님에게 제공할 이유가 없다. 한국에서는 값이 비싸면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스테이크가 이미지 메이킹이 잘 되었지만 다른 음식들이 값이 저렴하다고 해서 훌륭하지 않은 음식이 아니라는 의미도 아니다. 단순히 값이라는 요소가 아닌 이유로 음식이 평가되었으면 한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한국 및 많은 아시아의 음식은 세계적으로 좀 더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이미 몇 년 전에 비해 아시아 음식들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앞으로 음식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동서양의 차별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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