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불안은 행복의 필수요소
행복의 기초대사량
한바탕 쇳덩어리를 들어 올리고 헬스장을 나서다 출입문이 자동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마치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듯 아무런 감각도 없고 벌벌 떨리기만 하는 이 팔은 묵직한 유리문을 밀어내지 못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팔의 감각 역시 거의 돌아왔지만 이번엔 미각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고생할 차례다.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고단백질 음식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뻑뻑하다"이다. 닭가슴살, 고구마, 계란 등 하나같이 셀프 하임리히법을 숙지한 뒤 입에 넣어야 할 음식들뿐이다. 그래도 내일은 일주일에 한 번 가지는 치팅데이니깐 꾹 참고 삼켜본다.
"이모 닭발 뼈 없는 거 제일 매운맛으로 해주시고 쫄면 사리랑 치즈 추가해주세요. 그리고 날치알주먹밥은 2인분 주세요. 아! 사이다, 콜라도 한 병씩 주시고요."
가장 자극적이고 가장 진한 맛으로 골랐다. 같은 동물에서 나오는 고기인데 어쩜 이리 다를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쓸데없는 사치였다. 오늘은 그저 즐기면 된다. 이번 주는 헬스장에 손님이 적어서 그런지 트레이너가 특히 나에게 집중해서 피하기 힘들었다. 하나 더, 하나만 더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것 같았다.
"헉"
음 오 아 예 같은 다소 가식적인 감탄사는 나오지 않는 쾌감이었다. 맵고 자극적이고 달콤하며 진한 감칠맛이 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것 같은 무릎 뒤에 살이 접이는 부분까지 쾌감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것이 행복이구나!"
정신없이 먹다가 매우면 마요네즈가 듬뿍 섞인 주먹밥 하나를 입에 넣고 목이 막히면 사이다, 콜라를 번갈아가며 한 컵을 들이붓는다. 후회는 없다. 죄책감도 없다.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해 버텨냈다는 걸 알기에 떳떳하게 최선을 다해 먹었다. 중간에 참지 못하고 한번 더 이런 시간을 가졌다면 오늘만큼의 쾌감은 없었겠지.
강하고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선 쇳덩어리를 들어 올리거나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려야 한다. 그리고 끔찍한 음식들로 삶을 연명해야 한다. 하지만 더욱 큰 고통을 버텨낼수록 일주일에 한 번 가지는 치팅데이의 쾌감과 행복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동안은 미친 듯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겠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적게 운동하고 좀 더 자주 치팅데이를 가져도 몸이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지금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당신들이 훗날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선 지금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더욱 큰 쾌감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이 행복하기 위해 그리고 내 인생의 기초대사량을 높여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버텨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