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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Apr 07. 2024

엄마랑 100일 동안 살면서 결심한 것은....

엄마랑 100일 동안.

날로 날로 좋아지시는 엄마의 모습에 내 마음도 평안해졌다. 


그토록 원했던 엄마와의 대화. 

그리고 잘잘못을 충고해 주시는 엄마를 마주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다시 예전의 아프지 않았던 엄마로 돌아온 듯했다. 


그리고 

나는 매우 큰 결단을 내렸다. 

엄마를 쭈욱~ 집으로 모시기로 말이다. 


"유일하게 남은 엄마의 집을 처분하자! "


어차피 엄마를 돌보기 위해선 앞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엄마의 유일한 재산인 집을 처분하면 그 돈이 마련되고. 

요양병원으로 모시나~ 

재가요양으로 모시나~ 

돈이 그 돈이니까... 

그냥 집에서 재가요양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실 이 결심을 하기까진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고, 두려웠다. 

요양병원을 퇴원할 때 재가요양을 하면 얼마 못 사실 수 있다는 병원장의 말도 귀에 맴돌았고,

엄마에게 신경이 쓰여서 (물론  엄마는 엄마집에 나는 집에 있었지만)

내 삶과 스케줄이 엉키고 꼬이고, 해야 할 일들에 집중을 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엄마가 저렇게 행복해하시는데...

하나뿐인 자식으로서...

엄마를 요양병원에 다시 모신다? 

천국가시는 동안까지 단절된 삶을 산다?

양심에 찔렸고, 

자식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3년 동안 그 비싼 간병비, 병원비를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탄탄하게 노후준비를 해놨기 때문이다. 

이젠 유일하게 남은 엄마의 집을 처분하자고 결심했더니 

기적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되어서,,,  2월 말에 집을 비워주기만 하면 되었다.


"엄마, 엄마 집이 없어지니까 섭섭해?"

"아니, 네가 알아서 해. 나는 네 결정에 따를게. 요양병원 가라면 가고, 요양원 가라면 가고, 같이 살자고 하면 고맙고. 보호자는 너니까. "


이 말이 많이 슬펐다.

혼자서는 뒤척이지도 못하고, 앉아서 밥을 드실 수도 없고, 

대소변도 누군가가 처리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엄마가 하실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네가 알아서 해..." 일 뿐이었으니까.


"아빠와 함께 있던 공간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속상하지?"

"미안해. 이 집을 너한테 물려주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 버렸네."

"톡 까놓고 이 집은 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욕심 없어. 엄마만 행복하시면 돼!"

 

이런 결정을 내릴 때는 무남독녀인 것이 참 좋다. 

바쁘고 손이 모자랄 때는 형제자매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재산에 눈독 들이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내가 다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 감사했다. 

 



"장모님하고 같이 살자. 우리 집으로 모시자!"


남편이 고맙게도 아픈 장모님을 집으로 모시자는 제안을 해왔다. 

어차피 회사 다니느라 본인은 집에 없을 테고, 

꽃교도 대학에 입학해서 학교생활에 바쁘니까 

장모님께 안방을 내어드리고 집으로 모시자고 했다. 


정말? 내 소원이었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박서방!

감동했다 박서방!


그런데 말이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건 내가 안될 것 같아... 

엄마는 새벽에도 깨어 있기 때문에 

간병인 여사님이 계속 돌아다니셔야 하거든. 

가족들 눈치 보다 보면 엄마도 나도 다 미안하고 피곤해.

또 식사도 엄마는 갈아서 드셔야 하는데, 여사님과 부엌을 같이 쓰면 내가 불편해. 

가장 중요한 건 나도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리하여 나는 

엄마가 편안하게 누구 눈치도 보지 않는 새로운 공간!

우리 집과 근접한 새로운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빌라사기. 깡통전세. 집 근처 재개발로 인해 부동산에 나온 집들이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테니... 

그냥 밀어붙이자! 잘 될 줄 믿는다! 

하면서 일들을 계획했는데....

할렐루야~ 

초고속으로 3월 초로 이사할 마땅한 집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엄마. 하나님이 엄마를 엄청 예뻐하시나 봐. 좁지만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얻었어. 햇빛도 잘 들어."

"애썼다 내 딸... 축복받아라 내 딸..."


엄마의 간병비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고

다시 새롭게 거주할 집을 마련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도하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니까... 

그때를 회고하는 지금 이 순간. 

어리바리한 내가 어떻게 그 큰 일들을 다 해치웠는지... 

빽빽했던 일정들을 적은 다이어리를 보면서 참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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