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요양원에서 잘 적응하고 계셨다.
또 엄마의 아파트를 정리하는 일도 아주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일주일 뒤, 엄마가 지내실 새 집에 이삿짐만 넣으면 끝~
몸은 녹초가 되고 피곤했지만...
매 순간마다 도우시는 주님의 힘을 느끼며 "평안"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됐다.
엄마아빠의 일을 겪으며 지난 3년동안 단 한 번도
날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다.
정말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렸고,
안절부절 노심초사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은 꿈조차 못꿔봤었다.
그런데
엄마를 100일간 모셨고
앞으로 모셔야하는 나를 위해서
그동안 훌륭하게 잘 견디고 버틴 나를 위하여
또
혼자서 부모님의 물건들을 울면서 정리했던 불쌍한 나를 위하여
기분전환!
힐링의 시간!을
선물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힘들게 재수했던 꽃교가
인서울 합격의기쁨도 준 마당에
2월의 제주도 여행을
무계획으로
번개로
다녀오게 됐다.
엄마에게 나만 쉬고 오겠다고 해서 진짜 미안했다.
나에겐 핑계 같지만...
번잡한 삶을 한 번은 끊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이 그 시간이었다.
확트인 풍경과 맛있는 식사...
딸과의 재밌는 대화를 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박2일을 잘 놀다 왔다.
곧이어...
아버지가 천국가신지 3년...추모예배.
이젠 더이상 울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납골당에 다녀오려 했는데
사촌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이천 서씨 우리 집안의 유일한 아들~
서울대 박사학위에 성경읽기선교회 서울대지부를 맡고 있는 자랑스러운 울 오빠!
사실 작은아버지들과 고모들이 다 천주교신자인데다 큰 고모는 수녀원원장님이시다.
다른 종교 속에서
희생하며 교회를 다녔던 아빠와 사촌오빠가 있었기에
내가 교회를 거저 다닐 수 있었구나를 다시금 알게 되는 감사의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모여서... 긴 시간을 함께 대화하면서...
아버지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이 바로 이런 거 같다.
함께 지낸 과거의 추억을 얘기할 수 있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가까운 사이니까 말이다.
복잡하고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잘 버텼더니
평안과 웃음으로 가득채워지는 오늘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러
나
이 쉼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란 걸 곧바로 알았다.
다음날 엄마가 응급실에 가시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