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입소한 지 15일..
아침에 엄마담당 간호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감기에 걸리신 것 같다고...
요양원과 계약된 가정의원에 가서
감기약을 받아다달라고 하셨다.
전화 너머로 간호부장의 안타까움이 전해졌다.
요양원에서 알려준 병원에 가서 "위임장"을 적고, "법적동의서"를 쓴 뒤에
엄마 대신 내가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하필 이 날은
아빠의 추모 3주기라 봉안당에 가야 했기 때문에
면회예약도 걸어놓지 않은 상황이라서...
담당 요양보호사님에게서만 엄마상태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괜찮다고 하니 한시름 놓고 아빠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5시!
전화가 울렸다.
정말, 정신없이 옷만 갈아입고 요양원으로 향했다.
119 차량은 있으나 대원은 없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건물에서는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음)
수많은 생각이 지나쳤다.
아빠 3주기에 맞춰서 두 분이 천국에서 만나기로 하신 걸까?
괜히 엄마를 요양원으로 모셨나?
당장 내일은 엄마가 새로 들어갈 이삿날인데, 계약해지를 해야 하나?
꽃교랑만 제주도에 여행다녀와서 서운하셨나?
머릿속이 벼라별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119 침대로 엄마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나오셨다.
산소포화도 100이 정상인데
엄마는 50-80 사이를 돌면서, 혈압도 많이 떨어져 있는 매우 위중한 상태....
아무리 엄마 이름을 불러도
의식 없이 주무시듯 숨만 쉬고 계시는데.
요양원 당직간호사은 엄마의 비상약과 처방전 그리고 상태확인서를 주면서
응급실 의사한테 전달하라고 했다.
철렁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나 역시 뒷목 잡고 혈압이 올라가는 걸 느꼈다.
내가 그토록
주무시면서 고통 없이 천국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그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시고 응답하시려나?
내가 전날 가정병원에서 처방해 드린 약이 문제였나?
또 다시 부정적인 생각들로 머릿속이 하애졌다.
이때 구급대원이 “연명치료를 할 건지”에 대해 물어봤다.
119 대원은 근처의 3차병원부터 2차병원까지 십여 개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노인이 갈 예정인데 병원에 자리가 있냐고 큰 소리로 통화를 했다.
연명치료도 안하고,
하필... 의사파업 때문에 응급실에 와도 의사가 없고
아.....
계속 자리 없다는 통화내용이 들려왔다.
그냥...
연명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어야 했나...
입원부터 시켜놓고 생각했어야 하나?
죄책감이 밀려왔다.
다행히 엄마가 집에 계실 동안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시긴 했어도
나에겐 선택과 갈등의 순간이었다.
이때
우리 집에서 20킬로나 떨어진 병원에서
응급실에 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호출이 떨어졌다.
구급대원은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했다.
음...
지금 처럼 똑같은 상황이 여러번 있었더랬는데...
왜이케 데자뷰 같지?
엄마는 응급실에 도착했고, 나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마음의 준비도 계속해왔고, 고통없이 주무시다 천국가시길 기도해왔지만..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슬프고 답답했다. 내일 새로 들어갈 집이 준비되는데... 이건 아니잖아...
웅크리고 한시간을 기다렸더니
엄마이름을 부르는 간호사가 나왔다.
순간 무슨일인가 싶어 긴장....
엄마가 깨어났다며 보호자를 부른 것이다...
아~ 다행이다~
병명은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초기!
소변줄에서 나오는 엄마의 소변이 엄청 탁했고, 미열과 진땀이 나고 계셨다.
응급실 과장은 항생제와 수액과 영양제를 맞으며 좀 기다려보자며 일반병실로 올려보내줬다.
그렇게 2박3일...
병실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거란 생각!
후회없이 정성껏 엄마를 보상펴 드리자!
맘먹고 일반 병실로 올라갔는데... 엄마는 섬망이 매우 심하셨다. 심지어 나도 못알아보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