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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y 07. 2024

딸과의 첫 여행 & 아빠의 추모3주기

엄마는 요양원에서 잘 적응하고 계셨다.

또 엄마의 아파트를 정리하는 일도 아주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일주일 뒤, 엄마가 지내실 새 집에 이삿짐만 넣으면 끝~  

몸은 녹초가 되고 피곤했지만...

매 순간마다 도우시는 주님의 힘을 느끼며 "평안"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됐다.  


"꽃교야! 우리 여행 가자"

"갑자기?"


엄마아빠의 일을 겪으며 지난 3년동안 단 한 번도

날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다.

정말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렸고,

안절부절 노심초사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은 꿈조차 못꿔봤었다.


그런데

엄마를 100일간 모셨고

앞으로 모셔야하는 나를 위해서

그동안 훌륭하게 잘 견디고 버틴 나를 위하여

혼자서 부모님의 물건들을 울면서 정리했던 불쌍한 나를 위하여

기분전환!

힐링의 시간!을

선물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힘들게 재수했던 꽃교가

인서울 합격의기쁨도 준 마당에

2월의 제주도 여행을

무계획으로

번개로

다녀오게 됐다.


"나는 어떡하냐? 나도 같이 가고 싶다."

"섭섭하지.... 집 오시면 시간 많으니까 여행가자~“

 

엄마에게 나만 쉬고 오겠다고 해서 진짜 미안했다. 

나에겐 핑계 같지만... 

번잡한 삶을 한 번은 끊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이 그 시간이었다. 


확트인 풍경과 맛있는 식사...

딸과의 재밌는 대화를 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박2일을 잘 놀다 왔다.




곧이어...

아버지가 천국가신지 3년...추모예배.

이젠 더이상 울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납골당에 다녀오려 했는데

사촌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큰아버지한테 당연히 가봐야지. 같이 가자!"

 

이천 서씨 우리 집안의 유일한 아들~

서울대 박사학위에 성경읽기선교회 서울대지부를 맡고 있는 자랑스러운 울 오빠!

사실 작은아버지들과 고모들이 다 천주교신자인데다 큰 고모는 수녀원원장님이시다.

다른 종교 속에서

희생하며 교회를 다녔던 아빠와 사촌오빠가 있었기에

내가 교회를 거저 다닐 수 있었구나를 다시금 알게 되는 감사의 시간이었다


"큰 아버지가 많이 기도해주시고 믿음의 뿌리를 남겨주셔서,

지금의 내가 있는거야. 평생 감사하게 생각해..."


오랜만에 모여서... 긴 시간을 함께 대화하면서...

아버지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큰어머니도 함께 오셨으면 좋았을텐데."

"안그래도 엄마가 너무 고맙다고 전해달라셨어. 천국에 계신 아빠도 정말 좋아하실거야."


가족이 바로 이런 거 같다.

함께 지낸 과거의 추억을 얘기할 수 있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가까운 사이니까 말이다.




복잡하고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잘 버텼더니

평안과 웃음으로 가득채워지는 오늘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쉼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란 걸 곧바로 알았다. 

다음날 엄마가 응급실에 가시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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