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이틀째 되는 날 새벽 5시.
1층 병원로비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엄마와 병원에 있는 2박 3일 동안
나는 4시간도 잠을 못 잤다.
식사도 하루 한 끼 삼각김밥으로 겨우 때우고, 잠까지 못 자니까
별거 아닌 거에도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엄마에게 엄청 짜증을 냈다.
그런 내가 너무 싫어서... 죄책감이 들어서....
1층에 잠깐 내려와서 쉬고 있었던 건데, 엄마는 그 시간도 내게 허락하지 않았다.
2박 3일 내내 엄마와 입씨름을 했다.
댓구를 안 해버리면 되지만 어떻게 그래...
제발 정신 차리라고 했지만, 엄마는 계속 엉뚱한 소리만 이어가셨다.
그리고 몸이 불편하니까, 나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허리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목이 아프다~ 대변을 눴으니 기저귀를 갈아달라~ 가래를 빼달라~ 체위를 바꿔달라고 계속해서 요구를 하셨다.
아...
2년 전 대학병원에서 엄마를 간병했던 때가 생각나는군.... 그때도 이랬는데...
처음 하루는 견딜만했다.
그러나 결국 삼일째 되는 새벽엔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온갖 짜증을 다 낸 뒤에, 잠을 자겠다는 명분으로 1층 로비로 내려온 것이다.
로비에 쭈그려서 1시간이나 잤을까? 간호사가 어딨냐면서 전화를 해댔다.
에효... 내가 잘못했지...
의사파업으로 인해 엄마가 입원한 주말은 의사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병동을 지키는 간호사들만이 피곤에 쩌든 채 기계적인 응대만 하고 있을 뿐...
섬망이 심한 엄마를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쭈욱....
의사가 회진 돌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할 뿐이었다.
갑자기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잠깐만!!!
엄마가 왜 이 병원에 있어야 하지?
집에서 20킬로나 떨어진 병원이고, 엄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병원인데...
의사는 또다시 피검사, CT, MRI 다시 찍자고 할 텐데...
왜 이틀 동안 한 번도 못 본 의사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거지?
퇴원하자!
엄마가 깨어나셨으니까, 엄마를 잘 아는 병원으로 가면 된다!!
역시 한 시간이라도 잠을 자니까... 두뇌회전이 되는구만...
엄마에게 퇴원하자고 얘기하려고 병실에 왔더니
엄마는 나를 찾다가 지치셨는지 잠들어 계셨다.
그러나 엄마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며,
나머지 다른 환자들이 나 들으라는 듯 수군댔다.
헐...
무릎수술한 80세가 넘은 할머니와 맹장수술을 했다는 70대 노인이 엄마를 보면서 혀를 차고 있었다.
분노가 치솟았다!
꽥~ 소리를 지를까?
아니지... 엄마 때문에 밤잠을 설친 어르신들이니까 참기로 했다.
하고는
커튼을 확 쳐버렸다.
순간 뻘쭘함으로 인한 고요함이
병실을 감돌았다.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엄마가 섬망에서 깨서
나를 인자하게 보고 있었다.
괜찮다고, 울지말라고...
엄마는 오히려 나를 걱정하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이 아이러니함....
진짜 미치겠다....
잠시 뒤 의사가 회진을 돌았다.
2박 3일 만에 처음 봤다. 의사얼굴을....
의사는 항생제 처방을 해주겠다면서, 냉소적인 말투로 퇴원하라고 했다.
음....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정말 아무 관계없는 의사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언 해 주는 것이 오히려 정답일지 모른다.
선택...
결정...
정말 많이.... 힘들다.
왜 엄마가,
왜 내가...
이렇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