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Jul 06. 2024

엄마, 심심하시진 않지(1)?

요즘 엄마를 위해 어떤 이벤트를 열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새 집으로 오셨지만, 그동안 몸을 회복하기 위해 시간이 좀 걸렸다. 


매일 유튜브로 고인이 되신 원로목사님의 말씀과 

우리 교회의 실시간 예배만 들으셨는데 이젠 좀 취미도 만드실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1. 산책


한 달 전에 엄마와 함께 아파트 산책로에 도전했다. 아직은 좀 힘든 것 같긴 함. 

기운이 많이 없으셔서. 휠체어에 오랜 시간 앉아있기를 힘들어하셨기 때문이다. 


"엄마. 벌써 봄이야. 푸릇푸릇 저 새싹 좀 봐봐~"

"힘들다. 집에 들어가자!"

"왜? 기왕 나왔는데... 햇볕 좀 쐬다 들어가자!"

"엉덩이 아파!"


아주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근육을 좀 만든 뒤에 나오자고, 다시 도전해 보자고 했다.  



2024년 5월의 어느 날, 집앞 공원에서


"이 벌레들 뭐냐?"

"이게 러브버그래. 징그럽지?"

"내 평생 처음 본다~ 파리냐? 모기냐?"

"해충은 아니라는데, 갑자기 2-3년 안에 생긴 벌레야! 아마 처음 보실 거야."


지난주 그 징그럽던 수많은 러브버그....

아파트 유리창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벌레들이

집 안으로까지 막 들어와서 날아다녔다.  


"엄마, 예전에 파리 잡던 것처럼, 한번 잡아봐!"


집안으로 들어온 러브버그를 전기파리채로 잡으려다가 

엄마한테 나 어릴 때 엄마가 그랬었지 않냐고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막 웃으셨다. 

울 엄마는 일명 파리킬러. 

파리채가 필요 없었다. 

날아다니는 파리를 한 손으로 확 낚아채서 잡으셨기 때문이다. 

진짜 신기했다. 

노하우는 파리가 날아갈 방향을 미리 감지해서, 반대편에서 재빨리 낚아채면 된다 하시는데...

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파리채로 그냥 잡아! 약뿌려... 뭐하러 손으로 잡냐. 나 때는 이런게 없으니까 그랬던 거지..."


으하하하. 

엄마의 위트에 크게 함께 웃었다. 



2. 부채 만들기


여사님의 친구분이 방문을 하셨다. 

무료한 엄마의 삶에 이벤트를 만들어주고 싶으셨던 여사님은 

친구 중에 요양원에서 미술 수업을 하시는 친구에게 한 번 와달라고 하신 것!


부채 만들기 수업


엄마가 한 손 밖에 쓰실 수 없지만, 

옆에서 선생님이 잘 도와주셔서... 

예쁜 부채를 완성하셨습니다


짝짝 짝짝!


"내가 만들었어. 어떠냐?"

"대박!! 엄마 짱인데? 엄마 원래 이렇게 색칠을 잘하셨나?"

"내가 좀 한다!"


으하하하. 엄마가 기분이 좋으셨다. 

엄마가 힘들게 만든 부채를 나에게 부쳐주셨다. 


"내가 병원에서 그린 그림들 어딨냐?"

"안 그래도 계속 찾는데... 이사하면서 어디에 놨는지 도저히 못 찾겠어. 미안해 엄마"

"내가 또 그리면 되지...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얼른 핸드폰 앨범에서 엄마가 그렸던 그림사진을 보여드렸다. 

내가 잘 저장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는 엄청 뿌듯해하셨다. 


엄마가 색칠하신 그림들


엄마와 지금의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에게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둘씩 알아가게 된다. 


엄마가 뭘 좋아하셨는지, 

엄마가 제일 하고 싶었는지,

엄마의 꿈은 뭐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사셨는지... 


가끔씩 질문을 하면...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으시면서... 

더듬더듬 얘기를 해주신다.

우리 엄마 너무 귀여우셩~^^ 


내가 노력해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엄마의 희생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이 귀한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시니... 좋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