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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Jul 07. 2024

엄마, 심심하시진 않지(2)?

엄마도 여자다

새삼스럽게...

내가 진짜로 어른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겉모습도 아줌마가 다 됐다.

좀 있으면 말로만 듣던 갱년기도 올 때가 된다.

으... 싫다...


"엄마, 오늘 내가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 일찍 자야겠어."

"어디가 안 좋은데?"

"예전엔 생리통이 이렇게 힘들지 않았거든? 엄마는 언제 폐경이었어?"

"마흔아홉.."

"헉! 딸은 엄마 닮는다던데... 그럼 나도.... 몇 년 안남거야? 잉...... 그래서 아픈 거야?"

"병원 가봐!"


엄마는 무남독녀인 나를 43살에  낳으셨다.

늦게 결혼도 하셨고, 힘들게 얻은 딸이기 때문에 애지중지 키우셨다.

그렇지만 젊은 엄마가 아니셨기 때문에

약간의 세대차이? 소통이 잘 안 됨? 그런 이유로

같은 여자라기 보다는 인생의 선배, 훌륭한 어머니상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아빠가 모아놓은 엄마와의 러브레터 그리고 나의 태교일기를 읽게 됐고,

아빠도 남자. 엄마도 한 명의 여자였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다.


3. 엄마랑 수줍은 얘기 하기


"엄마, 엄마는 41살에 결혼하셨잖아? 그전엔 좋아하는 남자 없었어?"

"(아빠의 사진을 보면서) 몰라..."

"말해보셔~ 아빠 사진 뒤집을까?"

"17살에..."

"어? 17살에... 뭐.... 첫사랑이야?"


엄마는 손을 저었다.


"내 친구 수남이 오빤데, 날 좋아했어. 양 설..."

"양 설? 외자야? 양 설 씨?"

"응..."

"몇 살 차인데?"

"두 살..."

"오~~~ 엄마는 17살, 양설씨는 19살... 그림 나오는데?? 양설오빠랑 사귀었어?"

"날 좋다고, 아버지한테 가서 결혼시켜 달라고 했어. 근데 내가 싫다고 했다."

"왜애? 못생겼어??"


정말로. 내 인생에 처음 듣는 얘기였다. 흥미진진했다.


"진짜 참봉집이 아니야. 가짜 참봉이야. 관직을 돈으로 산 집이라서 싫다고 했어."

"헐..."

"우리 집안은 진짜 최참봉. 거기에 나는 셋째 딸이고, 거긴 가짜 양참봉집 큰아들이야..."


예상밖의 엄마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맞다.

울 엄마는 조선말- 일제강점기 때 사람이었다.

그래... 그때는 그랬겠지.


"그럼 아빠는? "

"함경남도 이천서씨... 선비집안이잖아."

"난 아빠가 어리고 잘생겨서 결혼한 줄 알았는데? 엄마가 두 살 연상이었잖아."

"맞아. 키 크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내 못된 성격을 네 아빠가 다 받아줬지~"


으하하하.

엄마도 여자 맞다!

내가 잘생기고 키 큰 남자 좋아하는 건

꽃교가 남자친구 인물 따지는 건

이게... 다 엄마의 유전자 때문이었다.


갑자기

왠 엄마의 연애얘기냐고?

영화 <암살> 중에 전지현과 하정우 만나는 씬을 보다가 나온 질문과 답이었다.


엄마의 무료한 시간을

함께 영화를 보면서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살> 영화가 일제강점기 때라...

엄마도 잘 아는 시대라서... 재밌게 집중해서 보셨다.





엄마와의 이 소중한 대화가

어쩌면

하나님이 우리 모녀에게 주신 귀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천국 가면 이 세상에 너밖에 없잖아... 너 안쓰러워 어떡하니?"

"나 괜찮아. 고통스러운데도 버티시는 게 나 때문이면.... 천국 가시는 게 좋겠어."

"내가 미안하다..."

"엄마, 건강하게 잘 낳아서 키워주셨잖아. 내가 더 고마워."

"나 때문에 돈이 없잖아. 다 써버리니까...."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믿음의 유산을 물러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잖아. "

"그래... 고맙다...."


엄마에게 천국 가자!!!라는 말을

이젠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됐다.

엄마 역시 나도 천국 가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니까...


하나님이 엄마를 언제 어떻게 데리고 가실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가장 좋은 때. 가장 알맞은 때에

생명을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이 하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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