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Jun 28. 2024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시니... 좋죠?

벌써 엄마가 새로운 집에 오신 지 100일이 다 되어간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 건 매우 잘한 선택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나의 꿈은 

예전처럼 건강해진 엄마를 집에 모시고 오는 것이었지만,

온전하지 못한 모습이라도, 

꿈을 이루고 나니... 

더는 바랄 게 없다. 

그냥 이 시간이 언제까지일지 모르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엄마의 상태는 나날이 안 좋아지고 계신다.  

목소리도 작아지고, 앉아있는 시간도 줄고, 

어쩔 때는 과거의 얘기를 너무 오래 하셔서... 응대할 수 없는 때도 있다. 


그래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웃으면서 같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할 뿐이다. 


지금 엄마가 가장 힘드신 건 배변이다. 

요양원에서 오실 때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못 알아들었는데...

(몸도 맘도 많이 지치셨던 거지)

엄마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오로지 식사에만 신경을 썼다. 

너무 고영양의 식단이 문제였을까? 

배출이 문제인데...

좌약을 넣어도.... 

대장 직장이 움직이지 않으니 항문도 열리지 않았던 것.


대부분의 재가요양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이 배변문제로 응급실을 가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우리도 그럴 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요양보호사 여사님이 손가락으로 응가를 파 내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샤워기를 사용해서 인간 비데처럼 물총을 쏘면서 항문이 열리길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4-5일에 한 번씩 

배변을 누게 해 드렸는데...


할렐루야~ 

어제 드디어!

엄마 스스로 응가를 하시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거!!

마그밀 복용, 둘코락스 좌약으로도 소용없었는데....

이 일이 가능한 건... 

마그네슘 복용이었다. 

마그네슘이 이리 좋은 건 줄 몰랐다~




"쑥 나오니까 좋다. 여사님한테 미안했는데 말이야..."


엄마를 위해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에서 구입을 했다.

이동 변기. 

그리고 엄마는 이동 변기를 이용해서 소원을 이루셨다. 

환자용 침대가 아닌 

화장실로 가서 볼 일을 보시는 것 말이다. 

(계속 이야기라서... 읽는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이현실이니까요. ㅜㅜ)


내 발로 걸어가서, 

스스로 배변을 하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픈 환자를 둔 가족은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일 겁니다. 


여하튼,

엄마에게 하루에 세 번 

질 좋은 마그네슘을 드시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으니! 

계속해서 잘 챙겨드려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랑 있으면 천국이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