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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동반 휴직을 결심하다

잘한 걸까?

by 개코

몸을 추스른 후, 우리는 세 번째 시험관을 준비했다.
이번엔 세 개의 배아가 나왔다. 그중 두 개를 이식하고, 나머지 한 개는 차후를 위해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차갑게 돌아왔다. 두 개의 배아 모두 착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 순간, 깊은 실망감이 밀려왔다. 한 번, 두 번의 실패를 겪으며 쌓여 있던 상실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지쳐버린 마음과 몸을 조금이라도 쉬게 해 주기 위해, 우리는 잠시 멈추기로 했다.


아내는 고민 끝에 난임휴직을 결심하였다.

회사에 휴직에 대해 상담을 진행했고 회사분들도 그동안의 어려움을 알았기에

큰 문제없이 휴직 일정을 잡고 휴직이 시작되었다.


한 달 후 나도 지친 마음 회복과 적극적인 임신 시도를 위해 휴직을 결심하였다.

아이도 없는데 무슨 부귀를 누린다고 정자도 부실한데

스트레스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하루종일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진단서를 요청하였다.

선생님께선 남자의 경우 진단서는 처음이라고 하긴 하셨지만

나의 정자도 문제가 있었기에 진단서는 무리 없이 나왔다.


남성 불임으로..

진단서를 받아보니 뭔가 씁쓸한 느낌이었다.

내가 고자(?) 라니..


인사팀에 상담 요청을 하였다.

회사에선 남자가 난임 휴직을 요청 자체가 처음이라 담당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여력 했다.


그동안 과정을 설명하고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사규 및 기타 내용을 확인 후 가능 유무를 알려준다고 하였다.


하루가 지나, 회사로부터 휴직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제야 내 마음에 조금의 안도감이 생겼다.

부서 내 상의 후, 2024년도 업무를 마무리한 뒤에

1월 1일부터 휴직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우리 둘만의 긴 휴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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