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 슈즈 신고 눈밭 걷기
이곳 킬로파의 숙소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료, 무료 다양하게 있으니 일정표를 보고 물어본 다음에 참여를 하면 된다. 최소한 장소는 알아야 찾아갈 테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어도 프로그램은 진행하는 것 같았다.
오늘 내가 참여할 프로그램은 Snow shoeing 혹은 Snow shoe trip이라 불리는 스노 슈즈 신고 걷기이다.
리셉션 건물 아래층인 1층에 스키 관련 장비 랜탈샵이 있다. 10유로를 내면 숙소 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스노 슈즈 세트를 빌릴 수 있다. 나는 단지 혼자 걷기 싫어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에 참가비는 따로 없고 각자 스노 슈즈만 빌리면 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Elf Pipa 아주머니랑 힘 좋게 생긴 아저씨 한분, 그리고 개를 산책시키는 아저씨 총 세 분이 가이드 겸 안전요원이다. 딸만 셋이었던 독일인 가족과 중년의 핀란드 부부, 그리고 내가 참여했다.
국립공원 내 코스로 간단한 요령을 설명 듣고 함께 출발했다.
요령이래야 전진, 후진, 오르막길, 내리막길 이 정도?
중간중간 처음 보는 나무나 동물 발자국이 보이면 멈춰서 설명을 해준다.
해설이 있는 산책이랄까.
라플란드는 지금 백야(polar night) 기간이다. 하늘이 낮 시간에 밝아질 뿐 해가 뜨지 않는다. 그래서 스노 슈잉도 나름 밝은 시간에 진행이 된다. 어두울 때 다니다가 길 잃어버리면 진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사진 찍을 시간도 준다.
스노 슈즈 신으면 눈이 안 들어가고 안 튈 줄 알았는데, 눈이 제법 깊은 곳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눈이 날리면서 신발 뒤쪽으로 다 들어간다. 나중에는 신발 안쪽이 눅눅해졌다.
아주 가끔은 무릎보다 깊은 곳도 있다.
중간 쉬는 시간에 따뜻한 티를 줘서 마시는데 독일 여자 꼬맹이들은 눈이 좋은 건지 힘든 건지 아예 누워서 놀더라. 솔직히 따라 하고 싶었으나 별도로 방수가 되는 바지를 가져가지 않아서 나만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괜히 앉았다가 엉덩이까지 다 젖을까 봐 참았다.
우리나라 주목 나무처럼 천년을 사는 나무 이야기도 들었고, 여름과 겨울에 가죽 색이 다른 동물 이야기, 라플란드에만 있는 순록 관리용 펜스 이야기도 들었다. '펜스 길이가 다 합치면 만리장성보다 길다'라고 말해줬는데, 설마나 중국인인 줄 알고 그런 예 들어준 거 아니지요? 분명히 초반에 한국에서 왔다고 말했어요 저는...
일본 비에이처럼 나무 한그루 딱 있으면 멋지게 사진이라도 찍을 텐데 한그루 딱 있지는 않고 무리 지어 있다.
한그루만 있다고 해도... 하늘에 구름이 조금 있어서 오늘 찍었으면 안 예쁘게 나왔을 것 같다.
혹시 혼자 걷게 되면 가급적이면 길을 확인하면서 가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위 사진처럼 이정표도 있었다.
경험상 행군을 할 때는, 길게 무리를 이루고 걸어갈 때는 앞부분에 속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좋다.
그러나 맨땅에서 걷는 행군과는 다르게 스노 슈즈를 신고 걷는 이 스노슈잉을 단체로 하게 된다면 되도록 뒷부분에서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앞에 서면 물론 눈을 처음 밟는다는 행운과 뽀드득 거리는 즐거움이 있지만, 거꾸로 말하면 아무도 안 밟은 눈을 처음 밟아서 길을 내야 한다. 5분 10분이야 쉽지 한 시간을 이렇게 발 푹푹 빠지면서 걷다 보면 지친다.
크로스컨트리를 사실 해보고 싶었으나, 타이밍과 용기가 부족하여 도전하지 못했다.
크로스컨트리를 해보기 위해서라도 다음 겨울에 다시 킬로파에 가야겠다.
크로스컨트리는 랜탈샵에서 장비를 빌리면서 기초도 강습받을 수 있다고 한다. 꼭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