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km짜리 천연 눈썰매장
킬로파에서 사리셀카까지는 차로 20여분(17km) 걸린다. 렌트를 하지 않아서 차가 없는 배낭여행객들이 사리셀카에 나갈 수 있는 대중교통은 크게 2종류가 있다.
1. (고속) 버스
- 로바니에미에서 출발하여 킬로파를 거쳐 사리셀카, 이발로까지 가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 예약 및 시간 확인 http://blog.naver.com/cooldaehyun/220870738077
- 단점 : 편도 5유로가 넘는 가격.
2. 스키버스
- 스키버스란? 스키가 달린 버스가 아니고 스키어들을 위한 버스라고 보면 된다.
- 버스가 다니는 코스들이 각 숙박업소들과 스키장, 크로스컨트리 포인트들이다.
- 5유로만 내면 하루 종일 이용 가능하다.
- 단점 : 시간표대로만 움직인다(킬로파에 하루 2회 들어온다).
킬로파 투숙객이라면 스키버스를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로바니에미에서 킬로파 올 때 탄 버스 시간에 맞춰서 버스를 타고 사리셀카를 다녀올 수 있지만 편도만 5유로가 넘는다.
이 스키버스 시간대를 숙지했다가 사리셀카를 다녀오면 단돈 5유로에 다녀올 수 있다. 단, 킬로파에는 일 2회만 온다. 나갈 때 타고 들어올 때 타면 끝.
일단, 10시 25분에 킬로파에서 버스를 탄다. 플라스틱 눈썰매는 킬로파에서 주워가면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셉션 건물 1층에 있는 스키 렌탈샵에 가서 눈썰매 빌리겠다고 했더니 그냥 아무거나 찾아서 타고 제자리에만 두라고 했다. 없으면 사리셀카 시내에 가도 많다. 특히 눈썰매장 끝나는 부분에 가면 집처럼 쌓여있다.
얼마 전 방송된 '사십춘기'에서 정준하와 권상우가 러시아에서 눈썰매를 돈 주고 사서 타던데, 겨울왕국 핀란드에서는 굳이 살 필요 없다. 돈 주고 빌릴 필요도 없다. 서울시 인구 대비 따릉이 자전거보다 사리셀카 인구 대비 플라스틱 눈썰매가 더 많을 거라고 확신한다.
버스가 출발하면 유리 이글루 호텔로 유명한 칵슬라우타넨을 지나 사리셀카 시내로 진입한다. 눈길을 아주 그냥 80~100km로 밟아주신다.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다. 겨울왕국의 흔한 버스 클라스!
사리셀카 시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트가 보인다. 위치 접수 완료. 이따가 가봐야겠다.
홀리데이 클럽에서 도착했는데 다 내리란다. 회차하나? 내린 김에 홀리데이 클럽에 들어가서 와이파이를 잡아봤더니 무료가 잡힌다. 서핑 좀 하면서 쉬다가 간단히 동네 좀 둘러봤다.
오전 11시 10분 홀리데이 클럽에 다시 스키버스가 나타났다. 또 타면 이제 스키장 정상으로 간다.
아까는 안보였던 주요 장소들의 도착 시간표가 보였다. 제일 우측에 있는 KAUNISPAAN이 스키장 이름이고 HUIPPU가 정상(top)이라는 뜻이다. 라플란드 호텔과 산타스 호텔은 스키장(썰매장)이 끝나는 부분 맞은편에 있는 호텔들 이름이다. 홀리데이는 시내 중심에 있고.
저 시간표를 잘 이용하면 리프트권을 사서 리프트를 타지 않아도 스키장(썰매장)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일단 나처럼 11시 10분에 홀리데이 클럽에서 스키버스를 타면 11시 25분에 정상에 도착한다. 눈썰매를 신나게 타고 내려오면 끝나는 부분 길 건너에 버스 정거장이 있는데 여기에서 11시 50분에 스키버스가 또 출발을 한다. 5유로에 종일권을 샀으므로 추가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또 타면 12시 5분에 정상에 도착한다.
다시 신나게 내려와서 다음 시간표를 보고 시간에 맞춰서 버스를 타면 정상으로 간다. 중간에 밥을 먹거나 쉬고 싶으면 쉬다가 스키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또 타면 된다.
스키버스가 정상에 도착하면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눈썰매를 잘 챙겨서 내린다. 남들은 멋지게 스키 들고 타는데 눈썰매 들고 탄다고 쪽팔려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자신 있게 가지고 타면 기사 할아버지가 눈썰매 타는 곳 위치도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스키 리프트를 바라보고 2시 방향으로 직진하면 전혀 눈썰매장 같지 않아 보이는 길이 나온다. 왠지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인데 거기가 썰매 코스 맞다. 괜히 스키 코스에서 눈썰매 타서 슬로프 망치는 일이 없기를...
지금은 극야(polar night) 기간이다. 라플란드에는 해가 뜨지 않는다. 그냥 환해질 뿐. 대신 달은 뜨더라.
낮 12시인데 달이 있다.
주변에 누군가 있다면 따라서 탈만 할 텐데 혼자 있으면 살짝 겁난다. 나는 아이들 데리고 온 부모님들이 있어서 같이 탔다. 이들도 외지인이라 썰매 코스 찾는데 한참 걸렸던 기억이 난다.
스키장 정상은 우리나라의 웬만한 스키장에서 맛볼 수 없는 상상조차 안 되는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바람도 강하고 진짜 춥다. 대신 눈 딱 감고 일단 출발하면 땀범벅이 된다.
1200m, 1.2km 천연 눈썰매장.
어머 이건 꼭 타야 해!
속도 쩔구요, 파우더(설질) 오지고요, 옆에 사람 없으면 넘나 무섭고요.
*세계에서 제일 긴 눈썰매장은 스위스에 있다고 들었다.
썰매를 실컷 타다가 코스 중간에 쉬면서 대충 찍어도 다 그림이다. 예술.
한 번에 1.2km를 타기에는 무리가 있다.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살살 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쉴 때마다 사진을 찍는 여유도 가져보면 어떨까?
썰매 코스가 끝나는 부분에 오면 제법 사람들이 많아진다. 나처럼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리셀카에서 투숙하는 꼬마 관광객들은 썰매장 하단 부분에서 걸어 올라간 다음에 타고 내려오는 걸 반복하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진짜 힘들었다. 다 내려와 보니 왜인지 모르겠는데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한번 더 탈까 하다가 옷이랑 신발이랑 다 젖어서 일단 점심 먹고 젖은 것들 말리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썰매 잘 타고 내려왔는데 박살이 나거나 썰매가 불량이다 싶으면 제일 하단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눈썰매들 중에 하나로 바꿔서 타도 된다. 진짜 엄청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