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사람 옆에 살기
경험상 열정적인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1. 본인이 열정적인 사람
2. 본인이 열정적이며, 다른 사람도 함께 열정적이길 바라는 사람
3. 본인은 열정적이나, 다른 사람이 나를 대신해 열정적이길 바라는 사람
가까운 이를 예로 들자면, 나는 열정적인 편에 속하며 남에게 열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내 아는 지인 B는 본인의 열정과 자신의 파트너에게 열정을 강요하는 타입이다. 그의 파트너는 늘 피곤해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피곤한 파트너가 있으니, 바로 대리 열정러다. 이들이 여행을 가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1. 와! 여행가자! 나를 따르라!!
2. 와! 여행가자!! 내가 이렇게 짜뒀으니 너도 훌륭한 계획으로 함께 더욱 완벽한 계획을 세우자!
3. 와! 여행가고 싶다!! 빨리 네가 짜봐봐! 내 열정은 넘친다니까?
그럼 우리는 누구와 가까이 지내는게 좋을까? 나는 망설임없이 1번을 택한다. 회사에는 여러명의 열정러가 있다. 내가 그들 중 누구하나를 선택한다면 당연히 1번의 상사를 택한다. 2번도 훌륭한 상사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있으면 늘 피로감이 쌓인다. 강요당하는 열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물론 3번은 얘기할 가치도 없다.
자, 왜 1번이 좋은지, 그리고 왜 따라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당신의 열정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으나, 내가 겪은 다수의 MZ들은 능력있는 상사를 선호했다. 하지만 한끝 차이는 여기에 있다. 선호하느냐, 선호하고 따르느냐. 회사에서 절대적인 믿음따위는 없다. 상사는 종교가 아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회사를 이지경으로 만든 나쁜놈이다. 그가 희생한 결과물로서 나는 상사가 감내한 부당한 복지를 동등하게 받아야 하며, 상사가 개같이 짜놓은 연봉협상 틀 안에 같이 갇혀야 하므로 상사는 나쁜놈이다. 그래서 믿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기본은 한다. 단독 열정러는 항상 고프다. 상대의 응원이 고프다. 어쩌면 당신은 능력있는 상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능력치 이상을 평가절상 받을 수 있다. 1번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2번은? 당신은 끊임없이 열정을 요구당할 것이다.
때로 감정적인 지지는 당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직장상사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거리를 두라고? 그건 능력없는 3번 따위에게나 해당하는 일이다. 3번은 친하게 지내지도, 가까이 가지도 말라. 하지만 1번은, 마치 간택당하듯 그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A씨, 이거 어때? 괜찮지 않아?"
"오! 팀장님 진짜 좋은데요? 잘하실거 같아요"
끝. 감정을 소모한다 생각하지 말고, 우선 1번 상사를 물색해서 그에게 이정도의 응원만 하라. 그럼, 일은 그가 알아서 한다. 그리고 당신은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면 된다. 괜찮을 것을 찾아냈다는 즐거움에 도취한 그의 태도를. 무관심하게 일을 대하는 무능력한 상사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즐기는 이들의 태도를 배워라.
회사가 꼭 감정소모의 공간일 필요는 없다. 열심히 감정소모하는 이들을 뒤쫓아, 그들을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